집값 폭등시킨 용산·여의도 개발계획에 박원순 대망론 ‘휘청’

박원순 서울시장이 체면을 구겼다. 차기 대권을 위한 행보가 꼬였다. 박 시장이 내세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이 서울지역 부동산 가격 폭등의 이유로 꼽혔기 때문. 이를 두고 박 시장 책임론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박 서울시장은 지난 26일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은 현재의 엄중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를 선언한 것이다.

지난 26일 주택시장 대책 보류를 발표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사진=뉴시스)
지난 26일 주택시장 대책 보류를 발표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사진=뉴시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인 박 시장으로선 걸림돌에 걸린 상황이다. 신중하지 못한 정책 추진에 대한 각종 비판과 이에 따른 대선주자로서의 입지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같은 편’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비판도 한몫 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에 출석해 “여의도와 용산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거세게 비판했다. 사실상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박 시장을 지목한 것이다.

실제로 박 시장의 개발계획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은 미친듯이 반응했다. 서울지역 집값은 일부 지역에서 ‘평당 1억원’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폭등했다.

결국 박 시장은 개발계획에 따른 책임론을 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보류를 선언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기자회견 전날인 지난 25일 진희선 행정2부시장 등 고위 공무원들과 난상토론 과정에서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으면서, 그런 박 시장을 설득하느라 간부들이 적잖게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관계자는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보류를 선언할 경우, 서울시가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 원인 제공자임을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면서 계획 보류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번 서울 집값 급등은 1000조원에 이르는 시중 유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아 돌아다니는 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박 시장 발언으로 부동산 시장이 광기에 휩싸인 듯한 상황에서 책임론을 회피하기는 쉽지 않은 데다, 그 발언을 거둬들이지 않을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박 시장의 발표가) 시장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체면을 구긴 박 시장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가지는 명예회복을 위해 서울시를 압박하는 국토부 등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이다. 이 경우 국토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와도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야당이 아닌 여당 소속 지자체장으로서 지나치게 각을 세울 경우 당정청 관계에서 ‘왕따’를 당할 우려도 제기된다.

어려운 선택지를 놓고 박 시장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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