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시절 개인적 경험 바탕... 필요한 표현 뽑아내”
“영어 공부는 단어보다 문장 외워야... 여러번 읽는게 도움돼”

해방이후 한국인에게 있어 영어는 고통스러운 과목이었다. 30대 중반이상은 중·고·대 10년, 그 이하의 연령대에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10년 이상을 배웠다. 하지만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머뭇거리기 일쑤였다. ‘영어 교육 무용론’은 수십 년 전부터 한국 교육을 비판하는 단골 소재이기도 했다.
이런 영어 교육 시장에 새로운 책이 나왔다. 지금까지 수없이 나온 ‘영어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책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해외 여행객 1천만 명 시대를 맞아 ‘우리 모두가 외교관’이라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정영은 ‘노블영어’ 대표를 만나 새로 낸 신간 ‘나는 영어로 외교한다’와 그 자신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영은 대표는 과거 중앙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던 시절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 중 명연설을 번역해 좋은 표현을 발췌한 책을 내기도 했다. 이번에 펴낸 ‘나는 영어로 외교한다’가 두 번째 책인 셈이다.

-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정 : 영국 런던정경대(LS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필자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조지 버나드쇼에 의해 설립된 세계적인 명문으로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가, 조지 소로스 소로스그룹 회장 등의 기업가를 배출했다. 졸업생 중에  모두 16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있다. 국내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적인 LSE 출신이다.) 유학 중 만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해 설명하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실들을 근거를 들어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미리 외국인과의 대화 주제를 정리한 책이 있나 살펴보았지만 한국관광공사에서 나온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책에도 그러한 내용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하나 쓰기로 결심했다(웃음).

- 책을 쓰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정 : 런던정경대 유학 시절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과 나눈 인상적인 대화를 가급적 쉬우면서 논리적인 문장으로 재구성하고자 했다.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나온 실질적인 정보들을 책 곳곳에 넣으려고 애를 썼다.
예를 들어 Unit15에서 팁으로 나와 있는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 : 대헌장)’를 보면 교수들과의 대화에서 민주주의를 설명하며 이를 매우 중요시했다. 이러한 배경 지식은 요새 영어 시험의 대세로 자리 잡은 스피킹 관련 시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주제는 유학시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보편적으로 필요한 표현을 뽑아냈다. 팁은 이 표현을 알면 외국친구와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서 핵심을 놓치지 않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친구와의 대화에서 주로 물어보는 것이 바로 ‘한강의 기적’이다. Unit18에서 이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의 대화를 재구성했다. 영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만난 세계를 이 책에 담았다고 생각한다.

정영은 노블영어 대표.(사진=한원석 기자)
정영은 노블영어 대표.(사진=한원석 기자)

- 영국 유학 생활을 설명하자면?
△정 :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은 대학원 기숙사 카페테리아의 저녁식사 식탁에서 벌어지는 외교 현장이다. LSE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에서 유학 온 외교관들이 많았다. 이들은 외교 최전선에서 실무경험을 쌓고 온 경우가 많아 이들과의 대화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때의 경험이 이 책을 쓰는데 큰 영향을 준거 같다.

- 유학시절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정 : 2007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 여성대회에서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당시 엑시터 대학교(University of Exeter) 총장으로 참가한 플로엘라 벤자민(Floella Benjamin) 영국 상원의원의 통역을 맡은 적이 있다. 그는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남작부인(Baroness) 작위를 받은 영국에서 존경받는 사람이다. 통역을 맡으며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해 경복궁과 인사동을 안내했다. 그 때의 인연으로 유학시절 다시 만나 본인 집무실 등 영국의회 의사당을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곳까지 직접 안내받았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후에도 인연이 이어져 이 책의 추천사를 써주기도 했다.

- 국제관계를 전공한 이유는?
△정 : 어릴 적부터 영어를 열심히 했었다. 그러면서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영향력, 국가 간의 관계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리더를 직책이 아닌 한 사람의 레벨로 분석하면서 그의 신념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전통적인 시각에서 외교는 특별한 역할을 하는 지도자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분야였다. 하지만 앞으로 공공외교, 민간외교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다. 민간에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도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일반인도 개입할 수 있는 소프트코어한 분야이기도 하다. 문화외교에 관심이 많은데, 일반인이어도 외국인과 대화를 할 때 모든 사람은 문화 외교관이 된다고 생각한다.

- 영어 공부 어떻게 하셨나?
△정 :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시작했다. KBS 굿모닝 팝스를 녹음해 들으면서 매일 2문장씩 외웠다. 단순히 외운 것만이 아니라 억양도 다양하게 읽고 성대모사를 했다. 요즘 나오는 영어몰입교육을 먼저 시작한 셈이다. 방학 후 영어 수업에서 책을 읽으니 테이프 발음이라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었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외운 게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

- 앞으로 내실 책이 있다면?
△정 : 영어를 매개로 해서 인문학과 국제관계를 가르치는 책을 내고 싶다. 대중들에게 영어로 인문학 교육을 하는 책이다. 아울러 미국 영국 지도자의 정치적 결정 과정을 가르치고 싶다. TED같은 강의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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