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가을이 없다. 아니 가을은 있는데 가을다움이 없다. 필자가 좋아하는 억새풀이나 단풍 같은 것은 거의 볼 수 없다.

영국의 가을 색깔은 거의 푸른색이다. 영국 사람들에게 가훈이 있다면 ‘그대로’인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바꾸는 것을 잘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을이 오는 문턱에서 낭만적인 영국신사 베컴의 슈트 입은 모습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풀 네임이 길어 흔히 데이비드 베컴이라고 부르는 영국의 전 축구 선수다. 본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조각 같은 외모와 뛰어난 축구실력으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었다. 세계적인 걸그룹 ‘스파이스걸스’의 멤버인 빅토리아와 결혼한 뒤 4명의 자식과 단란한 가족까지 꾸몄다.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로 가십과 파파라치 등 세인의 관심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실력도 있지만 뛰어난 외모 때문에 비슷한 기량의 타 선수들보다 광고 수입 등으로 몇 배의 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질투와 질시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데이비드 베컴.(사진=pinterest)
데이비드 베컴.(사진=pinterest)

하지만 현역시절 국가대표팀에 대한 충성심이 누구보다 강해, 일단 대표 팀에 발탁되면 어느 선수보다도 뛰어난 공을 세우곤 했다. 지네딘 지단·루이스 피구·후안 세바스티안 베론과 함께 2000년대 세계 4대 미드필더로 손꼽혔다.

그랬던 베컴도 2013년 5월 16일부로 은퇴하며 2000년대를 풍미했던 수많은 별들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축구선수 중 하나인 베컴은 잡지 <피플>로부터 세상에 현존하는 가장 섹쉬한 남자로 뽑혔으며 은퇴 후 더욱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수많은 게임과 광고에 출연하며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로부터 은퇴한 스포츠스타 수입에서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그는 미국 프로축구 구단주로서 여러 자선 사업은 물론 유니세프 홍보대사를 10여 년째 맡고 있기도 하다.

호날두가 100번 정도 다시 태어나도 씻어낼 수 없을 패션 굴욕 같은 것은 베컴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항상 기본적인 아이템만을 갖고 코디하며, 색상이나 디테일에 무리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옷차림만 보고 있으면 성격이 약간은 보수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은퇴이후 공개된 화보 속 베컴은 슈트를 입고 여전한 조각 외모를 자랑하고 있는 모습이다. 선수 시절보다 더 중후해진 매력이 팬들을 감탄케 만든다. 상남자의 매력을 발산하는 사진도 있다. 데이비드 베컴은 주로 정장을 즐겨 입지만 재단이 완벽해서 보는 재미가 있으며, 종종 코르사주나 넥타이핀 등으로 포인트를 줘서 위트를 가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신체조건에 알맞은 완벽한 슈트 자태를 선보인다.

한편 데이비드와 빅토리아는 지난 1999년 결혼했다. 두 사람은 슬하에 장남 브루클린, 로미오, 크루즈, 막내딸 하퍼 세븐 등 네 자녀를 두고 있다.

빅토리아는 디자이너면서 동시에 스타일 아이콘이다. 그녀는 항상 시크한 스타일을 유지하고있으며,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 ‘스파이스걸스’ 해체 이후 패션 사업에 뛰어 든 그녀는 2004년 ‘VB Rocks’를 론칭하고 진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디자이너로서 행보를 시작했다. 2008년 뉴욕패션위크에서 자신의 컬렉션으로 데뷔 무대를 가졌다. 당시 군더더기 없는 모던하고 시크한 스타일로 언론과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으며 2011 브리티시 패션어워즈에서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한국에 내한했을 때 “한국 여성들의 스타일은 쿨하다”고 극찬할 정도로 한국 여성들의 스타일에 관심이 많았다.

또한 2016 칸 영화제에서는 드레스와 하이힐을 강요하는 주최 측의 강압적인 드레스 코드에 대한 항의 표시로 팬츠를 입고 레드 카펫에 등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패션을 통해 페미니즘을 전파하는 여성운동가로서의 면모도 함께 과시하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사진=pinterest)
데이비드 베컴.(사진=pinterest)

아르마니 모델로도 명성을 떨쳤던 베컴은 아내 빅토리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패션 브랜드를 런칭하기로 결정했다. 직접 디자인에 참여해 남성 속옷들을 발표했다. 티셔츠 뿐만 아니라 ‘옴므’라는 이름을 붙인 향수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아르마니가 베컴을 모델로 기용한 이후 매출이 급상승하는 효과를 보았고, 베컴은 이에 고무되어 본인이 직접 패션 사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베컴은 “오랫동안 재질과 디자인에 공을 들여왔다. 소비자의 기호와 착용감에 신경을 많이 썼고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내 이름을 내걸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서 기쁘다”며 소감을 발표하기도 했다.

필자가 정석적인 슈트의 섹시함에 매료되게 만든 베컴은 이 가을 수트를 말하면 첫 번째로 말해야 되는 패셔니스타다.

패션디자이너 제니 안은 구찌오구찌와 에스페리언쟈 수석디자이너를 역임하고 현재 폴란티노와 라프시몬스의 수석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패션 전문가다.
패션디자이너 제니 안은 구찌오구찌와 에스페리언쟈 수석디자이너를 역임하고 현재 폴란티노와 라프시몬스의 수석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패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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