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이재명 두고 이해찬 vs 김진표 대립각... 송영길 신중
이해찬 당대표시 합당 가능성↑... 정동영 잇따른 ‘러브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안개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던 이해찬 후보 진영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여론조사에서 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당원 여론조사는 충격적이다. 오차범위 내 김진표 후보가 앞서는 결과도 나왔다. 결과를 섣부르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선 3가지 키워드는 이재명·합당·당청 관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 누굴 향하느냐도 관심사다. 입김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부처 장악력 강화를 위해 청와대 조직까지 개편하는 상황에서 후보들은 靑의 눈 밖에 난다는 것은 스스로 자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청의 함수관계 속 누가 당권을 장악 할 것인가가 세인들의 관심사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흔들리고 있다. 고공행진을 하던 대통령의 지지율(80%대)도 하락했다. 국정 운영 지지율이 58.1%이다. 경제가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고용은 최악이다.
청와대도 다급해졌다. 조직을 개편했다. 부처 장악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메시지가 ‘오독’되지 않도록 조직을 보강했고, 국정 전반에 대한 홍보·기획 기능을 확대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당·청 관계를 조율해야 할 당 대표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당 대표에 나선 친문 3인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당권경쟁 키워드는 예상과 달리 이재명 경기지사 탈당·민평당과의 합당·당청 관계 복원 등이다.

全 쳐낸 李, 악재 연속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던 3철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을 경선에서 누르고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김부선 스캔들, 형님 정신병원 강제 입원 등으로 시끄럽다. 당내에서조차 이 지사에 대해 부정적이다. 김진표 후보가 이 지사의 탈당을 거론하면서 불을 지폈다. ‘선당후사론’을 들어 이 지사를 압박했다.

김진표 후보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가뜩이나 경제 문제로 해서 지지율이 좀 떨어지고 있는 판에 이것(이재명 지사 문제가)이 당의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재명 지사가 판단을 해서 근거없는 비방과 의혹이 분명하다면 그런 것을 아예 차단을 시켜서 당의 지지율과 연관이 안 되게 하든가, 계속해서 쟁점이 되고 몇 년에 걸쳐 재판을 통해서만 밝혀질 문제라면 당과 대통령에게 계속해서 부담을 줄 테니, 서영교 의원의 예를 들면서 결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자진 탈당을 촉구했다.

반면, 이해찬 후보는 이 지사의 탈당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면 판단할 문제지 지금 출당하라는 것은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아무 결과도 없는데 누구는 탈당해야 하고, 누구는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당의 대표로서 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드루킹 사건’으로 특검의 조사를 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는 감싼 반면, 조폭 연루 의혹 등이 불거진 이 지사에게 탈당을 요구한 김 후보를 비판한 것이다.

송영길 후보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당내경선에서 쟁점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도덕적 문제가 불거지면 윤리위를 소집해 원칙대로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선 (왼쪽부터) 이해찬·김진표·송영길 후보.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선 (왼쪽부터) 이해찬·김진표·송영길 후보.

정치권은 이 지사가 당권경쟁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문심(文心)과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李는 201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경쟁했다. 치명적 아킬레스건까지 건드렸다. 이 때문에 이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여기다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문의 복심인 전해철 의원을 누르고 경기지사에 당선되면서 친문의 타깃이 됐다는 설이다.

이해찬의 반란, 민평당 합당설
친문계는 이해찬 후보의 당선을 위험으로 보고 있다. 당내 친문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주평화당과 합당할 것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기 때문.

최근 민평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정동영을 신임 대표로 뽑았다. 이해찬 효과가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 故 노회찬 의원의 사망으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민평당으로선 이해찬 후보가 당권을 쥘 경우 손을 잡거나 합당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여기다 한발 더 나아가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선대위원장이 당권 주자로 거론되면서 더불어민주당·민평당·바른미래당·정의당 간에 정책연대, 합당설로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해찬·정동영·손학규는 대통합민주신당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2007년 대선 당시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맞붙은 인연이 있다.

‘올드보이’ 3인의 귀환에 친문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정동영 대표는 8일 당 회의실에 DJ·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나란히 내걸었다. DJ·盧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취지다. 앞서 7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친문의 심장인 盧를 끌어안은 것이다.

이 같은 정 대표의 행보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부정적이다.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의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대표는 노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2007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했다.

김진표 후보는 이해찬 후보의 전략과 각을 세웠다. 자신의 공식 트위터를 통해 “민평당과의 통합,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라며 “우리 129명 국회의원 모두가 중앙권력 교체와 지방권력 교체의 공신이다. 민주당의 틀을 안정감 있게 유지하고 경제를 살려 문재인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송영길 후보의 입장은 다르다. 송은 “정 의원이 민주평화당 대표가 된 것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원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합당보다는 협치와 견제 가능성에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당·청 수평적 관계 복원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당청 관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이해찬 후보는 당의 우위를, 김진표·송영길 의원은 수평적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후보가 당권을 쥐면 청와대와 관계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당이 청와대의 2중대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당의 지지율보다 높아 지방선거 때도 문심에 기대어 선거를 치러 승리했다. 그러다보니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후보는 다르다. 정치 9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비해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노련한 정치인이다. 과거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는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 후보가 당권을 쥐면 당시와 같은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는 4일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을 “문 실장”이라고 지칭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친문 성향 권리당원과 누리꾼들이 “대통령을 하대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 측은 “(문 대통령의) 당시 직함을 이야기한 것이고 대통령과 격의 없는 사이라는 뜻”이라며 확대·왜곡을 경계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이 후보는 “제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할 때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했다”며 “당·정·청 협의회에도 문 실장이 참석해 얘기를 많이했다”고 발언했다. 이 후보의 발언이 왜곡됐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가 국무총리(2004.6~2006.3)직을 마친 이후인 2007년 3월에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이후보가 국무총리를 지낸 시기에 문 대통령은 시민사회수석(2004.5~2005.1)·민정수석(2005.1~2006.5)을 지냈다.

김진표 후보는 이 후보와 달리 수평적 당·정·청 관계 복원을 주장했다. 그는 “국회 상임위별로 우리 당 의원 전원이 정부부처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당정회의를 가져야 한다”며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정점에서 당대표와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만나서 모든 문제를 녹여내야 한다”고 했다.

송영길 후보는 청와대와 소통을 강조했다. 송 후보는 “다른 후보들보다 청와대와 더 소통이 잘 될 것”이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또한 “(3명 후보 중) 가장 젊은 후보이면서 중간 연령대로 당내 원로 의원들과 초선 의원들을 소통할 최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해찬·송영길·김진표 후보 간 누가 당권을 쥐더라도 당청 관계에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와대가 집권 중반기로 접어들면서 부처 장악력을 강화하고 나선 상황에 당·청 관계는 현재처럼 상하 관계로 이어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과 386운동권 중심으로 포진한 청와대와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문호 정치평론가는 “사마천의 사기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제일 좋은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따라서 다스리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이익으로 국민을 유도하는 것이다, 세 번째가 도덕으로 설교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형벌로 겁주는 것이다. 최악의 정치가 국민과 다투는 것이다. 누가 당권을 쥐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따라 다스리고 이익으로 국민을 유도하길 바란다. 이런 철학으로 최저임금 문제 등을 해결하고 경제살리기에 나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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