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석의 뉴스 속 법률] 총 든 용병 지키는 미군기지 논란
[한원석의 뉴스 속 법률] 총 든 용병 지키는 미군기지 논란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8.09 1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한미군 고용한 韓경호업체, 경비업법 위반 가능성... 경찰, 외교부에 유권해석 요청

대한민국은 일반인의 총기 소지가 금지된 나라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총기를 사용한 사례가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8일자 <머니투데이>에 실린 <미군기지, 실탄 든 한국 용역이 지킨다... 아셨나요?>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주한미군 기지를 지키는 경호업체의 총기 소지에 대해 다뤘다. 본지에서는 이 기사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총기로 무장한 경비병력이 가능한 지를 살펴본다.

경찰이 주한미군 기지를 지키는 국내 경호업체의 총기 소지가 국내법(경비업법) 상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외교부에 유권 해석을 요청했다.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인식됐던 주한미군 기지에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이번 논란의 관건이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달 주한미군 기지 경호용역업체의 무기 사용과 관련해 미군 측의 질의를 받고 관련 법을 검토했다. 질의는 부대 안팎의 주요 시설을 지키기 위해 고용된 한국인 경호원들이 미군처럼 실탄이 든 총기를 사용하는 것에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를 묻는 내용이다.

경호원들은 전국 미군기지에 분포돼 배치돼있다. 주한 미군은 위병 업무를 비전투적 임무라 생각해 민간 위탁, 경비 용역업체 직원들이 초병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미군은 오랫동안 몇몇 용역 업체에 시설 경호업무를 맡겨온 것으로 파악되며 정확한 규모는 미군 보안상의 이유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내 한국인 경호원들은 관례적으로 실탄이 든 총을 소지해왔다. 여기에는 개인의 총기 소지를 허가하는 미국 문화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대 내 미군들 역시 총기를 소지하고 있으므로 경호원 역시 자기방어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실탄이 든 총기를 사용해왔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군부대가 SOFA(미군에 관한 한·미행정협정) 적용 지역이라 일종의 ‘치외법권’ 영역으로 인식된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주한미군 기지가 한국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경호원 역시 국내법에 따라 무기(총)를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경비업법 제14조에 따르면 특수경비업자의 무기 구입은 지방경찰청장이 경비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만 가능하다. 경호 대상인 시설주(主)의 구입과 기부체납 등 별도의 절차도 필요하다. 이에 따르면 미군기지 내 한국인 경호원들은 경비업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무기를 장착한 셈이다.

경찰청은 문제를 인식하고 SOFA 적용 지역인 미군부대에 국내법도 적용할 수 있는지 관련 유권 해석을 이달 초 외교부에 요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유권 해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도 “국내법에 따르지 않은 총기를 내국인이 소지하는 것에 대해 미군 측에 우려를 표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군 기지 보안에 관한 사항이라 법리 검토 진행 사항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군 측은 경찰청을 통해 “아직 검토 중인 사안이므로 별다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혀왔다. <최민지 기자>

사라진 치외법권 개념
일반적으로 국제법상 미국대사관이나 미군기지가 미국영토로 간주돼 치외법권 영역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국제법 전문가들 “현재 치외법권이라는 개념은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외교공관이라 해도 접수국(외교공관이 설치된 나라)에서 법적 책임에 따른 형벌을 면제받을 뿐이지 책임자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Diplomatic Relations)>에 따르면 외교공관과 영사관은 ‘파견국 영토’가 아닌 ‘접수국 영토’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21조 제1호에서 ‘접수국은, 그 법률에 따라, 파견국이 공관을 위하여 필요로 하는 공관지역을 접수국의 영토에서 취득함을 용이하게 하거나 또는 기타 방법으로 파견국이 시설을 획득하는데 있어서 이를 원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외교 공관도 원칙적으로 불가침을 향유하지만 일정 부분 제한된다. 비엔나협약 제22조에서 ‘접수국의 관헌은 공관장의 동의 없이는 공관지역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규정함과 동시에 ‘접수국은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고 하고 있다.

반대로 해석하면 동의가 있으면 접수국 공권력이 들어갈 수 있고, 심각한 위협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공관장의 허락을 받고 접수국의 권력이 행사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주한미군 기지와 모든 주한외교공관 및 영사관도 명백히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것이다.

평택미군기지.
평택미군기지.

일각에서는 지난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국제협정이나 관행에 의하여 대한민국 내에 있는 미국문화원이 치외법권 지역이고 그 곳을 미국영토의 연장으로 본다 하더라도...”라는 판결문 내용을 들어 우리 대법원이 치외법권을 인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다는 게 법조계 대다수의 견해다.

엄격한 총기소지 금지법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의 총기 소지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법에서 정하는 사람만이 예외적으로 소지가 가능할 뿐이다. 허가를 받지 않고 이를 소지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모의 총포에 대해서도 허가없이 소지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엄격하다.

제10조(소지의 금지)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가 없이 총포·도검·화약류·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을 소지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법령에 따라 직무상 총포·도검·화약류·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을 소지하는 경우
2. 제조업자가 자신이 제조한 총포·도검·화약류·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을 소지하는 경우(이하 생략)

제11조(모의총포의 제조·판매·소지의 금지) ① 누구든지 총포와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하 ‘모의총포’라 한다)을 제조·판매 또는 소지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수출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2조(총포ㆍ도검ㆍ화약류ㆍ분사기ㆍ전자충격기ㆍ석궁의 소지허가) ① 제10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가 총포ㆍ도검ㆍ화약류ㆍ분사기ㆍ전자충격기ㆍ석궁을 소지하려는 경우에는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70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 제9조제1항 또는 제12조제1항(총포·화약류만 해당한다)을 위반한 자

제73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 제11조제1항... 을 위반한 자

이런 상황에서 미군 기지 경비업체가 총기 소지를 유지하려면 경비업법 제14조에 따라 지방경찰청에게 무기를 기부 채납한 후, 이를 대여받아 휴대하는 것이 합법적으로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