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윤리위 재취업 심사 통과 위해 ‘경력관리’... 기업 상관없는 부서 배치 등
10년간 공직자윤리위 재취업 심사 47건 중 불합격은 고작 6건

공정거래위원회가 퇴직 예정자들의 재취업 심사 통과를 수월하게 해줄 목적으로 기업과 상관없는 부서에 배치하는 ‘불공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유동수 의원(민주당·인천 계양갑)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고 공정위 차원의 퇴직자 경력관리를 폭로했다.

공직자윤리위는 지난 10년 간 공정위 퇴직자 47명의 재취업을 심사했다. 이 중 ‘취업 제한’과 ‘불승인’은 총 6건에 불과했다. ‘취업 제한심사’는 퇴직 전 담당했던 업무가 재취업하려는 곳의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심사받는 것이고, ‘승인’은 상호 연관성이 있지만 자신이 꼭 가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승인받기 위해 심사하는 것 의미한다. 아울러 6건 중 5건은 모두 3급 이상 고위직이고 1명만 4급 과장이었다.

유 의원은 “이는 재취업 심사 신청자가 퇴직 전 담당한 업무가 재취업 하려는 회사의 업무와 그만큼 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윤리위 심사 무력화시킨 공정위
하지만 유 의원은 “47명의 퇴직 6년 전부터 퇴직 당시까지의 보직변경 현황을 살펴보니 ‘관련성 없음’이 공정위 차원의 ‘경력관리’에 따른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고 했다. 공정위가 퇴직예정자들이 공직자윤리위 재취업 심사에 걸리지 않도록 퇴직 몇 년 전부터 보직변경에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공직자윤리위의 재취업 심사를 통해 대기업과 로펌으로 이동한 퇴직자들의 퇴직 전 보직변경 현황을 통해 확인이 가능했다.

이들 대부분은 퇴직 5년 전부터 기업과는 상관없는 비경제부서에서 근무했다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과장급 퇴직자 중 많은 수가 최종 보직으로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을 거쳐갔다. 4급 퇴직자 25명 중 최종 보직이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인 사람은 8명이고, 퇴직 전 이 보직을 담당했던 사람은 7명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국외 훈련, 국방대·외교안보원·국가정보원·OECD 등 파견, 공로연수, 주미대사관 참사관, 종합상담과장, 공정거래제도발전센터, 제도법무과, 규제개혁범무담당, 대변인, 업무지원팀 등 이름만 들어도 기업과는 아무 상관없는 보직을 담당하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를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차원의 경력관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과장은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국외훈련을 다녀온 뒤 2014년 12월까지 위원장 비서관, 2017년 1월까지 창조행정법무담당관을 거쳐 명예퇴직 후 현재 법무법인 광장의 전문위원으로 취업했다.

B과장은 2010년 8월부터 3년간 주벨기에왕국 대사관 파견을 다녀온 뒤 불과 3개월간 입찰담합조사과장을 맡아 근무하고 곧바로 2015년 4월까지 대통령비서실 과장으로 파견된 뒤, 국제카르텔과장을 끝으로 2017년 2월 명퇴 후 삼성전자 고문으로 취업했다.

C과장은 송무담당관실에 2014년 1월까지 근무하다 경찰대 파견, 소비자안전정보과, 운영지원과를 거쳐 광주사무소장을 끝으로 2016년 9월 명퇴 후 포스코건설 자문역으로 취업했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의 특검 진술로 ‘이전 공정위 퇴직자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진 D과장은 2011년 1월까지 종합상담과장으로 근무하다 세종연구소 1년간 파견후 2013년 6월까지 정보화담당관, 2014년 7월까지 대전사무소장, 2016년 2월까지 유통거래과장을 거쳐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장으로 2016년 4월 명퇴 후 삼성물산 상근고문으로 취업했다.

E과장은 2011년 7월 경찰대 파견 이후, 2014년 3월까지 특수거래과,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부단장을 거쳐 2015년 6월까지 공로연수를 마치고 정년퇴직해 GS리테일 비상근자문으로 취업했다.

F과장은 행정관리담당관실, 기획재정담당관실, 제조하도급개선과를 거쳐 지식재산위원회에 2014년 6월까지 2년 여간 파견된 후,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과 1년간의 공로연수를 마치고 2015년 말 정년퇴직해 ㈜만도의 비상근고문으로 취업했다.

업무관련성 규정이 ‘퇴직 전 업무 2년 전’에서 ‘3년 전’으로 강화되기 전인 2013년 5월, 3급(부이사관)으로 명퇴한 G씨는 제도법무팀장, 국외훈련 파견, 2009년 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경쟁심판담당관을 거쳐 2013년 5월까지 OECD대한민국정책센터 파견을 마치고 명퇴 후 안진회계법인과 법무법인 호산의 전무를 거쳐 현재는 동반성장위원회 운영국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관리용 보직, 개방형으로 바꿔야
이런 식으로 기업으로 이동한 퇴직자들은 대부분 1억 원이 넘는 연봉에 법인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근직인 경우에는 별도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비상근인 경우에는 지정된 책상도 없이 출근하지 않다가 법인카드 영수증을 제출할 때만 출근한다는 기업 관계자의 전언도 나온다.

4급 명퇴자는 대부분 50대 초반부터 비경제부서의 업무를 담당하다 정년을 2년 정도 앞두고 퇴직해 대기업으로 이동했다. 또한 행정고시 출신 3급 이상자는 로펌으로, 비고시 출신 3급 이하는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인 재취업 공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동수 의원은 “공정위 차원에서 퇴직 예정자들의 보직변경을 통해 경력을 관리해주는 건 공정위가 ‘공정’ 대신 ‘거래’만 하는 조직이라는 것 의미”한다며 “공정위가 퇴직자들의 재취업 양성소도 아닌 다음에야 이처럼 조직적으로 퇴직 예정자들의 보직을 관리해주는 건 곧바로 공직자윤리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자 조직 이기주주의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정위 재직 시에는 불공정을 막는 ‘파수꾼’ 역할을 하다가 퇴직 후에는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로비스트’ 역할에 최선을 다하라고 공정위 차원에서 관리해주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앞으로는 이 같은 경력관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경력관리용 보직을 개방형으로 바꾸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 퇴직자는 재취업 시 인사혁신처 소속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이 법 제17조1항에서 퇴직일로부터 3년 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면 취업할 수 없으나,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1년 법 개정으로, 퇴직자는 ‘퇴직 전 3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의 업무’에서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로 변경됐고, 세월호 이후인 2015년 법 개정으로 ‘퇴직일로부터 2년간’에서 ‘3년간’으로 변경됐다.

아울러 2015년 3월말부터 3~4급 퇴직자는 ‘소속하였던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으로, 2급 이상 퇴직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으로 변경됨에 따라, 국장급 이상 퇴직자의 재취업을 더 어렵게 규정했다. 이런 점에서 퇴직자들을 위한 경력관리는 대부분 3급 이하 과장급이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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