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갑질’ 천태만상... 일종의 직장 내 괴롭힘 지적 관련 입법 추진 계기될까

고려아연 계열사인 Y사에서 직원들의 인사평가를 서커스 공연에나 나올 법한 ‘저글링’으로 평가해 ‘갑질’논란에 휩싸였다. 저글링은 양손으로 3개 이상의 공을 돌리는 것으로 서커스와 길거리 공연의 단골 메뉴다. 일종의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황당한 인사평가의 내막을 살펴본다.

저글링으로 인사평가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산업용 펌프와 밸브를 만드는 제조업체 Y사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본사와 지역 영업소 직원들을 상대로 실적이나 근무태도, 업종과 전혀 상관없는 황당한 항목으로 인사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바로 양손으로 공을 돌리는 ‘저글링’ 평가다.

해당 업체 직원에 따르면 남녀 전 직원한테 저글링을 하라고 위에서부터 지침이 내려왔다는 것이다. 회사는 처음에 저글링을 해보라고 권유하는 분위기였지만,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저글링 기록을 인사 평가에 반영하겠다며 직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저글링 시험은 1년에 2번 정도 있는데, 직원들은 평가관 앞에서 저글링을 하거나 인사팀에 저글링을 하는 영상을 보내야 했다. 수습사원은 공 3개로 30초 이상 저글링을 해야 하고, 사원부터 부장은 2분 동안 저글링을 해야 한다.

사측은 저글링 등급까지 만들어놓고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진급과 임금 등에 불이익을 준다고 압박했다. 이 회사는 공연기획 등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다. 다른 계열사도 이런 업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Y사 관계자는 한 언론에게 “안될 것 같은 일도 하겠다는 의지를 갖추고 자신이 노력하다 보면 결국은 할 수 있다”며 그런 취지를 가지고 시작된 일이라고 말했다.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인터넷에 익명으로 토로까지 하는 상황이지만, 해당 기업은 저글링 평가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Y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윤리강령에는 ‘우리는 정직과 성실한 마음의 열정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업무혁신을 선도한다’고 명시돼 있다. 과연 저글링이 이 회사의 전문 분야인 산업용 펌프·밸브의 전문적인 기술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다. 회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입법 계기
이 사안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지 여부에 대해 법무법인 메이데이의 유재원 변호사·노무사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인사 평가를) 하는 부분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입법화되면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직장내 괴롭힘 방지에 대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발의안과 강병원 민주당 의원 발의안 두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두 의원의 법안은 모두 직장에서 근로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조화로운 직장문화를 조성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특히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 등의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정미 대표 발의안에는 상습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가해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도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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