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광폭행보’ 극과 극 평가나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행보가 넓어지고 있다. 대출금리 인하 문제에 뛰어들었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입장도 밝히고 있다. 사실상 경제정책 전반을 신경 쓰고 있다. 이를 두고 관가에선 경제부총리의 역할을 침범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친정’인 시민사회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30년 지기’의 작심비판까지 나왔다. 김상조 위원장이 관료와 시민단체에 협공당하는 내막을 살펴본다.

운신 폭 넓히는 김상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시중은행들의 불공정 ‘이자놀음’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개인 신용평가 문제나 금리체계와 관련해 공정위가 지난해부터 업종별 약관을 통해 불공정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금융사라고 해서 공정위 (조사) 대상이 아닌 것은 아니다”면서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 발언을 두고 금융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은행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방위적인 대출금리 인하 공세에 공정위가 가세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하고 예대금리차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올법한 발언이었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은행)들은 10조7583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지만 이런 의혹들로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공정 소지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지, 공정위 차원에서 대출금리 체계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러한 공정위의 해명에도 정부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들어 김 위원장은 경제전반에 대한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현재 경제 상황을 위기로 판단하며 그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정부 정책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며 “정부가 8월 중 소상공인, 편의점 등 어려움이 집중되는 부분에 대해 보완정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경제 공약인 ‘J노믹스’를 발표하는 자리에 문 대통령 옆에 서 있었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기반을 세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관가 일각에선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경제부처의 수장인 경제부총리가 아닌 공정위원장이 나서는 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자신이 주도한
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달갑지 않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불거진 공정위의 제 식구 챙기기 논란과 ‘특혜 취업’ 의혹과 관련해 최근 공정위 OB(전 직원)들이 검찰에 소환조사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 분위기와 기강을 잡는 게 우선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김 위원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공정위의 위상도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여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정위 조직 확대와 직급 상향조정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무엇보다 사건을 처리하는 전문성으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공정위 출신 한 OB의 조언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친정’ 비판 받은 김상조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에 나선 것은 관가뿐만이 아니다. ‘30년 지기’이자 시민단체 활동을 같이 한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최근 작심 비판에 나섰다. 두 사람은 우리나라 경제학의 거두인 조순 전 서울시장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제자들이기도 하다. 전 교수는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김상조를 위한 변명’이라는 칼럼까지 쓰며 지지를 보냈던 전력이 있어 더 화제가 됐다.

선공은 김 위원장이 날렸다. 그가 “진보진영의 개혁 조급증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실패할 수 있다”고 꼬집자, 전 교수는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 추진은 과거 (보수)정부의 발상”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조급증을 보이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전 교수는 진보진영 인사 323명이 내놓은 지식인 선언에도 참여해 ‘문재인 정부의 과거 회귀적인 행보가 문재인 정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지부진한 일자리 확대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현실을 외면한 진보진영을 향해 볼멘소리를 한 것이고, 전 교수는 그런 김 위원장의 행보를 ‘변절’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개혁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당장 다 잡을 수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믿음에서 나온 각종 패착과 준비 부족은 호된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준비도 안 된 정부를 향해 개혁은 약속한 속도로 밀어붙여야 한다며 벼랑 끝으로 떠미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온전히 반영된 예산안은 올해부터 집행됐다.

더군다나 임대료나 가맹본부 갑질, 카드 수수료 등 더 큰 영향을 끼치는 문제를 내버려 둔 상태로 최저임금 인상률 가지고만 문제 삼는 건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상조 위원장은 안으로는 관료, 밖으로는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시민사회의 공격까지 받고 있다. 한 쪽에서는 “관료에 포획되지 말라”는 경고가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충고가 나온다. 특히 “현실 참여는 지식인의 의무”라며 재벌개혁 등 현안에 함께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동지의 비판은 김 위원장 입장에선 가슴 아플 것이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교수는 “개혁은 단순히 5년 내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아니라, 5년 10년 뒤에 얼마나 많이 유지될 수 있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은 현실에서는 없다. 이러한 양쪽의 협공에서 앞뒤로 포위된 김 위원장이 향후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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