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장관 vs 민병삼 대령... 국회서 생중계된 軍 ‘하극상’
‘宋낙마+조직 보호+육군 주도권’ 세 마리 토끼 쫓는 기무사

대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공개석상에서 항명했다. 창군 이래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내의 본질은 ‘기무사 최후의 저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관이 주도하는 해체 수준의 개혁을 앞둔 기무사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군의 주도권을 잡아온 육군의 해군 에 대한 견제도 들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을 국방개혁 적임자로 보고 문 대통령이 힘을 실어 줬다는 평가다. 이 말은 국방개혁이 마무리되면 송 장관은 나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기도 하다. 조직 존폐의 위기에 선 기무사와 이를 개혁하려는 송영무 장관의 한판 승부를 예측해 본다.

송영무 국방장관, 기무사 민병삼 대령.
송영무 국방장관, 기무사 민병삼 대령.

국방장관 vs 기무사 대령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 대령이 공개석상에서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양측은 ‘누가 진실인지 가려보자’며 2라운드를 예고한 상태다.

국방부를 담당하는 100기무부대장 민병삼 대령(육사 43기)은 지난 9일 국방부 실·국장 간담회에서 송영무 장관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발언했다고 국회 국방위 업무보고에서 24일 주장했다.

민 대령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송 장관은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라며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민 대령이 송 장관의 발언을 자필 메모한 후 PC로 작성해서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보고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다”라고 반박하면서 진위 공방이 펼쳐졌다. 정해일 장관 군사보좌관(육군 준장·육사 46기)은 장관이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민 대령이 당일 작성한 언론대응지침을 참고해 장관이 그렇게 발언한 것으로 인식한 것 같다고 발언했다.

국방부는 “민병삼 대령 자신이 장관 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사실이 아닌 것을 첩보사항인 것처럼 보고하는 행태는 기무 개혁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증거가 될 뿐”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하면서 송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계엄령 문건의 심각성 등 사태의 본질이 뒤덮일 조짐을 보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교통정리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무사 최후의 반격
여기서 관건은 송 장관의 위수령 문건 발언이 여부다. 발언 사실이 맞다면 시대착오적이라는 판단 하에 군이 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위수령에 대해서 송 장관이 문제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비판 받아야 한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건 계엄령 문건인데 굳이 장관의 위수령 발언을 문제 삼는 저의가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두고 장관이 주도하는 해체 수준의 개혁을 앞둔 기무사의 ‘최후의 저항’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민 대령이 미리 전역지원서를 제출해놓고 상관인 국방부 장관을 공개석상에서 비판한 것은 ‘준비된 장관 때리기’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기무사의 이례적 대응은 기무사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송영무 국방장관의 낙마를 노리고 실행한 최후의 반격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장관에 흠집을 내 낙마시키는 것과 동시에 해체 위기에 놓인 조직을 보호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해군 출신인 송 장관에 대한 육군의 ‘근원적인 거부감’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무사는 과거 사이버 댓글활동 등을 통한 정치 개입, 세월호 민간인 사찰 등을 실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군 개혁 대상 1호로 지목됐다. 여기에 기무사가 촛불시위 진압 등을 골자로 한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사실마저 드러나면서 해체 수준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송영무 장관은 지난 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긴급 공직기강 점검회의를 열고 군 수뇌부들을 전원 불러들여 기무사와 사이버사령부 등의 정치 개입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하지만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이 이철희 의원에 의해 5일 폭로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해외 순방 중 이와 관련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면서 기무사 개혁 이슈는 새 국면을 맞게 된다.

한편 이번 기무사 문건을 공개한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에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과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을 내란 예비·음모 혐의 등으로 고발한데 이어,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전 대통령 경호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에 대해 내란 예비·음모 혐의로 참여연대 등과 함께 추가 고발했다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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