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항사 노선 개설저지에 국토부도 ‘한 몫’ 정황 드러나... 대한항공·국토부 유착 심각
김도읍 “국민 편익 위해 일해야 할 정부, 민간 항공사 영업사원 자임하고 있는 꼴”

대한항공이 유럽 국적 외국항공사의 부산 출발 노선을 저지하기 위해 매년 300억 원대의 손실 보전용 자금을 외국항공사에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명희 이사장, 조현민 전무 등 조씨 일가 전반이 검경의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드러난 또 다른 ‘갑질’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국토부·대한항공, 근거 없이 손실 300억원 보전 요구
수년에 걸쳐 추진해오고 있는 부산~유럽 노선개설을 지금까지 국토부와 국적항공사가 가로막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부산 북·강서을)은 16일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한뜻으로 부산 숙원사업인 부산~유럽 노선 개설을 위해 노력해 온 결과 핀란드 국적항공사인 핀에어(Finnair)가 부산~핀란드(헬싱키) 노선을 개설키로 방침을 정하였지만 국토부와 국적항공사가 사실상 담합하여 이를 1년 이상 막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핀에어 측은 부산~헬싱키 노선 취항을 위해 국토부에 승인 요청을 하였고, 이에 따라 ‘17년 5월 30일부터 2일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한국-핀란드 항공회담까지 개최하였지만 국토부가 이해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우며 협상을 결렬시켰다”고 주장했다.

당시 회담에서 국토부는 “한국 항공산업 보호를 위해 일방적인 운수권 증대는 곤란하다”며 부산~헬싱키 노선 취항에 따른 우리 국적사 손실예상액이 연간 약 300억원이라고 주장하면서 핀에어가 좌석 공유 등의 항공사간 상무협정을 통해 이를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국토부는 부산~헬싱키 노선 취항에 따른 국적사 손실 예상액 300억 원에 대한 산정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더구나 국가간 협정문에 항공사간 상무협정을 포함하는 것은 EU규정상 불가하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EU규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조건을 제시했다면 협상의지가 없는 것이고, 모르고 했다면 대한민국 대표로 나설 자격이 없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국토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가 핀에어의 부산발 유럽노선 취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항공사간 상무협정에 운수권 증대문제를 일임한 것을 두고 “국민의 이동편익권을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항공사에게 맡겨버린 꼴”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한항공 영업사원 자임한 국토부
국토부는 손실 보전이 수용 불가할 경우 핀에어 측에 부산~헬싱키 구간의 판매만을 허용하고, 헬싱키 공항에서 환승하여 유럽 23개 주요도시로 가는 항공권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적사가 유럽 23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는 상황에서 헬싱키를 경유하는 해당노선의 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과 같고, 이러한 제한은 영남권 주민들의 시간과 비용 증가, 불편함을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국민의 편익과 민간항공사의 영업이익이 충돌할 경우 당연히 국민의 편에 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민간항공사의 영업사원을 자임하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부산~헬싱키 노선이 취항할 경우, 부산에서 유럽으로 가는 여행객은 인천을 경유하지 않아도 되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뿐더러, 헬싱키 공항 도착 후 핀에어가 취항하고 있는 유럽 100여개 도시로 2∼3시간 내 도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도읍 의원은 “국토부는 지금까지 인천공항의 허브화에 상당한 공을 들인 반면, 김해공항發 노선확대에는 미온적으로 접근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 같은 정책의 바탕에는 수도권 중심의 사고, 국적사 이해관계가 중심에 있다”고 지적했다.

핀에어 문제, 공정위 거쳐 외교문제 비화가능
핀에어는 오랜 본사의 방침이자, 숙원 사업이었던 부산 출발 핀란드(헬싱키) 노선을 이르면 내년부터 개설코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핀에어는 정기적으로 언론 설명회를 통해 부산 여행시장이 팽창하면서 부산에서도 유럽 직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부산~헬싱키 노선 개설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부산~헬싱키 노선 개설은 2014년부터 한국공항공사, 주 핀란드 한국대사 등이 핀에어 본사를 방문하여 부산발 노선개설을 건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고, 이후 정의화 국회의장과 핀란드 대통령 면담, 정부 고위관계자간 면담, 양국 대사들의 외교활동을 통해 상당한 진척을 보여 왔다.

하지만 핀에어와 대한항공의 상무협정 관련 협의는 대한항공 측의 미온적 태도로 결국 작년 말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핀에어는 대한항공 측에 기존 인천노선 외에 헬싱키와 북유럽 노선 간 이원구간 코드쉐어 등을 제안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핀에어가 취항하고 있는 일본 후쿠오카는 인구가 157만여 명에 불과하지만 헬싱키 직항 노선이 운항되고 있고, 부산은 353만으로 후쿠오카 대비 인구가 2배가 넘지만 유럽 노선은 아예 없는 상태다.

승인이 날 경우 핀에어는 부산~헬싱키 노선을 주 3~5회 운항할 계획이며, 297명이 탑승할 수 있는 최신 기종인 A350-900을 투입하여 부산에서 헬싱키까지는 9시간 40분, 유럽 타 지역까지는 12시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도읍 의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갑질, 비리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고 국토부는 이들 항공사와 특혜, 유착관계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항공 협상을 막고 있다”며 “이는 국민정서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필요하다면 감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부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핀에어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과 감당하기 힘든 손실 보전을 요구하자, 김동환 핀에어 한국지사장은 핀란드 대사관 직원과 함께 7월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벌 저격수’ 김상조 위원장이 이번 대한항공의 항공업계 ‘갑질’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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