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7월말 시행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를 두고 주주권의 적극적 행사라는 옹호 의견과 ‘관치’라고 반발하는 재계의 분위기가 엇갈려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번 달 26일이나 27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을 심의, 의결하고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큰 저택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처럼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도 최선을 다해 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하고자 만든 주주권 행사지침이자 모범규범을 말한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서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기업의 주요 주주로서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의결권 등 주주의 권한을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기 때문.

그 동안 국민연금은 막대한 지분을 가지고도 주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횡령·배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재벌 사주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등 민감한 사안에서는 기권하거나 중립 의사를 밝히는 등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점차 바뀌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올해 초부터 주총에서 독자적인 의견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올해 1∼3월 동안 국민연금은 총 625회의 주총에 참석해 2천561건의 상정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20%(524건)가 넘는 반대 의결권을 던졌다. 최근 5년간 10% 안팎에 불과했던 국민연금의 반대 비율과 비교할 때 2배나 늘었다.

지난 6월 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사상 처음으로 투자기업에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대한항공에 경영진 일가의 일탈행위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와 해결방안을 물은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경영진 및 사외이사와의 비공개 면담도 요구했다.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11.81%를 보유한 2대 주주이자 대한항공의 주식의 12.45%를 보유한 2대 주주이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행보에 대해 재계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반발 움직임은 나오지 않았으나 물 밑에서는 부글부글 끓는 기운이 감지된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되, 시행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재계의 경영권 간섭 시비를 차단하고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초에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한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투자회사의 사외이사와 감사 추천, 주주대표 소송, 경영진 면담, 주주 이익 무시 기업에 대한 중점관리, 손해배상 소송 등 적극적으로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기업경영 간여 시비로 비화할 소지가 있는 것들은 보류되거나 단계적 시행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 시행하면 당장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 299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선제 한국증권경제연구소(성결대학교 교수)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래 도입 취지는 단기적 차익 실현을 위함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기업들도 경영 간섭이라는 인식에 갇혀있기 보다는 상부상조해서 기업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봐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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