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공익법인 실태 분석 결과... 2세 출자·핵심 회사 지분 집중 보유
보유 자산의 21%가 주식, 전체 공익법인의 4배... 수익기여도 1% 불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운영실태에 대해 조사·분석한 결과,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또는 사익편취 등에 이용되었다고 의심되는 사례들이 많았다. 이 가운데 삼성·현대차·한진·금호 등 굴지의 그룹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공정위가 1일 발표한 재벌들의 공익재단 편법 이용 의심 사례를 살펴보면, 총수일가가 세제혜택을 받고 설립한 뒤 이사장 등의 직책에서 지배하고 있으며 그룹 내 핵심·2세 출자회사의 지분을 집중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구성 중 주식의 비중이 21.8%(계열사 주식은 16.2%)에 달하여 전체 공익법인 대비 4배에 이르나, 수익에 대한 기여도는 1.15%(계열사 주식은 1.06%)에 불과했다. 또한 총수일가 및 계열회사와의 주식·부동산·상품·용역 거래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현재 내부통제 및 시장감시 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총수의 지배력 유지에 그룹 소속 공익재단을 활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삼성은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2016년 2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했다. 이때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00만주 약 3천억원 가량의 주식을 매입했다. 나머지 300만주 가운데 130만5천주(약 2천억원)어치는 이 부회장이 직접 매수했다.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익법인이 이용된 사례도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사익편취규제 시행(‘14.2월) 이후 총수일가 지분이 많으면서 내부거래 비중도 높은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본인 소유 지분 일부를 현대차 정몽구재단에 출연했다. 2014년 당시 이노션의 총수일가 지분은 80%(정성이 고문40%, 정의선 부회장 40%), 현대 글로비스는 43.4%(정몽구 회장 11.51%, 정의선 부회장 31.88%)였고, 내부거래 비중도 각각 이노션 45.7% 글로비스 24.7%였다.
그 결과 이노션과 글로비스에 대한 지배력은 유지하면서 총수일가 지분율을 29.9%로 감소시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공익법인은 계열사 지원의 우회통로로도 사용됐다.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이 이사장인 정석인하학원은 한진그룹 계열사로부터 45억 원의 현금을 증여받아(증여세 면제) 다음달 대한항공의 유상증자(52억 원)에 참여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5년 간 배당 내역이 없는 회사이다.

지배력 유지 및 계열사 지원에 이용된 사례도 있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사장인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은 계열사인 금호산업의 경영권 분쟁 당시 박 회장의 금호산업 지분 매입대금 제공을 위해 총수일가가 매각한 금호기업의 지분을 매입했다. 이후 금호산업 경영권 분쟁에서 총수 측이 실패하자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은 금호기업의 지분을 전량매각하고 해당 대금으로 워크아웃 진행 중인 계열사 금호타이어의 지분을 매입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운영실태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총수일가의 지배력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사익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며 “공익법인이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기업집단분과)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며, 향후 토론회?간담회 등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공정위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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