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연합 친이·친박 전쟁 ‘초 읽기’

6·13 지방선거에서 보수 세력은 참패했다. 한국당 홍준표·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도 사퇴했다. 김무성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초선들의 중진 총사퇴 주장도 나왔다. 보수 대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전당대회를 목표로 이합집산이 벌어지고 있다. 이후 보수대연합을 노리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보수 주도권 전쟁의 1라운드인 한국당 당권 싸움을 살펴본다.

한국당 내분 격화
한국당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계파 싸움이 본격화하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발단은 지난 19일 비박계 복당파로 분류되는 박성중 의원이 한 모임에서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완구, 김진태 등등 박명재, 정종섭’,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를 본 게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부터다. 이는 친박계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친박은 반발했다. 지난 21일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사퇴와 함께 비박 좌장인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고 권한 대행을 맡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집단 반발에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자신이 제시한 혁신안대로 25~26일 경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친박은 ‘김성태 사퇴’목소리를 키우며 집단행동에 나설 모양새다.

(왼쪽부터)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완구 전 총리
(왼쪽부터)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완구 전 총리

김무성·이완구·오세훈·김문수 물망
한국당 안팎에서는 당 대표를 두고 4파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무성 전 대표와 이완구 전 총리,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의원 등이 당 대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가장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는 김무성 전 대표다. 김 전 대표는 “새로운 보수정당의 재건을 위해서 우리는 (이번 선거 결과를) 처절한 자기반성과 자기희생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다음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다른 중진 의원들도 출마하지 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권 도전이 유력한 이완구 전 총리는 지방선거 이후 “어떤 역할도 피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내대표를 역임한 적도 있는 이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당내 동정론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반기문-안희정을 잇는 충청권 대망론의 승계자를 자청하면서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경우 이번 서울시장 후보에서 안철수 후보를 누르고 2위에 오르면서 정치 재개 및 당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이미 지난 총선에서 당의 호출을 받아 대구 수성갑에 나섰다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패해 정치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한국당 소속으로 서울시장 후보에 누구도 나서길 꺼릴 정도로 절대 열세 지역인 서울시장 후보에 나서 안 후보를 따돌렸다는 점은 당내에서 점수를 주고 있다. 국문호 정치평론가는 “친박이 밀어주는 이완구 전 총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단일화 할 경우 자한당의 차기 당권 주자로 유력하다”고 봤다.

변수는 격렬해지고 있는 친박과 비박의 주도권 싸움이다. ‘한쪽이 죽을 때까지’ 갈 경우 분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떠나면서 저격한 홍준표
홍준표 전 대표의 정중동 행보도 관심사다. 최근 변호사 재개업을 신청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면회를 위해서라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16일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1년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 우선 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전 대표는 “마지막으로 막말 한번 하겠다”며 몇몇 의원들을 저격했다.

온라인 공간상에서는 홍 전 대표의 ‘막말 리스트’와 관련한 의원들 명단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먼저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 하는 사람’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 밑에서 장관을 지낸 친박 J의원과 진박 Y의원이 거론된다.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으로는 도지사 출신 J의원과 방송인 출신 H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비로 세계일주가 꿈인 사람’은 범위가 너무 넓어서 특정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으로는 친박과 친이, 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오가던 중진 K의원이 꼽힌다. 또한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으로는 친박연대 출신의 중진 R의원이 지목되고 있다.

‘탄핵 때 줏대없이 오락가락 하고도 얼굴, 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으로는 여성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하는 사람’으로는 중부권 출신의 S모 의원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도 ‘의총에 술이 취해 들어와서 술주정 부리는 사람’과 ‘감정 조절이 안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에 대해서는 K·L·H 등 여러 의원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이런 사람들 속에서 내우외환으로 1년을 보냈다”며 “이런 사람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한국 보수 정당은 역사속에 사라질 것”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홍 전 대표는 이어 “이념에도 충실 하지 못하고 치열한 문제 의식도 없는 뻔뻔한 집단으로 손가락질 받으면 그 정당의 미래는 없다”며 “국회의원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념과 동지적 결속이 없는 집단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홍 전 대표의 저격에 대해 윤갑희 정치평론가는 “홍 전 대표에게 저격당한 사람들이 대표시절 홍 전 대표를 흔들었던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당권투쟁에 타격을 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재 뿌리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상에 돌고 있는 ‘한국당의 완패를 만든 5대 공신록’이라는 글도 주목받았다.

해당 글에 따르면 1등 공신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신 청와대 십상시다. 십상시는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등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던 비서들과 이들과 가까웠던 전직 청와대 행정관들을 말한다.

2등 공신에는 이른바 ‘친박 8적’인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이장우·김진태(한국당), 이정현(무소속), 조원진(대한애국당) 의원 등이 지목됐다.

3등에는 홍준표 대표와 그의 비서실장 강효상 의원, ‘이부망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정태옥 전 대변인이다. 김무성, 김성태, 장제원 의원 등 ‘바른정당 복당파’들은 4등에 이름을 올렸으며 5등으로는 ‘할 말도 못하는 거세된 정치’를 이유로 한국당 현역 의원 전원이라고 지적했다.

부록으로 올라온 ‘한국당 혁신의 걸림돌로서 차기 당권에 도전해선 절대로 안 될 인물들’에는 홍 대표와 친박 8적, 김무성·김성태(원내대표)·정우택·홍문표·나경원·장제원 의원 등이 지목됐다. 특히 홍 대표와 강효상 의원, 친박 8적 등은 ‘즉각 출당 조치해야 할 인물’로도 분류돼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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