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정계 개편 시나리오 ‘분석’

6·13지방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적폐 청산’ 구호아래 보수는 궤멸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보수진영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자유한국당의 당권을 향한 경쟁이 치열하다. 우선 전당대회를 목표로 이합집산이 벌어지고 있다. 이후 보수대연합을 노리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우위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선 이후의 여의도 정치를 전망해본다.

자유한국당 ‘춘추전국시대’
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사퇴할 전망이다. 이후 오는 8월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2020년 21대 총선의 공천권을 두고 물밑 이합집산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당 대표를 두고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먼저 치고 나간 것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나경원 의원이다. 두 사람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이 전 총리의 경우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해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나온 이후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4월 23일, 이 전 총리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지역 재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지방선거 이후 당 화합과 야권통합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어떠한 역할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대표 선거출마를 선언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총리는 충북과 울산, 수도권을 돌며 지방선거 지원 유세를 다니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달 31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 수도권과 충청권, 경북 등을 돌며 총 44곳에서 한국당 후보들을 지원 유세했다. 나 의원은 “당이 너무 어려운상황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지원유세 요청이 온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정우택·정진석·주호영 의원도 각각 지역구인 부산·충북·충남·대구에서 한국당 후보들을 지원 사격했다.

차기 당대표에는 다시 출마할 의사를 내비친 홍준표 대표를 비롯해 이완구 전 총리, 김무성 전 대표와 주호영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전 대표의 경우 최근 전국 조직 다지기에 나섰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번 지선의 부울경 지역 선거결과 부산 오거돈, 울산 송철호, 경남 김경수 당선이 유력하다. 이럴 경우 지역 기반이 흔들려 당 대표 경선에 먹구름이 낄 확률이 있다.

주 의원은 대표적인 친 이명박계다. 바른정당 탄생 멤버라는 원죄(?)에 이 전 대통령 구속으로 인해 예전같지는 않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막후실세로 불리는 L씨가 주 의원을 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오 전 시장의 경우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지난 2011년 무상급식 투표 결과 자신의 말을 지켜 시장직에서 사퇴한 ‘신의가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와 서울을 박원순 현 시장에게 받쳤다는 비난이 섞여있다. 시장 재직 시절 ‘새빛둥둥섬’으로 반대 진영의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한 관계자는 “오세훈 전 시장을 중심으로 물밑에서 친박이 모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방선거 책임론’으로 홍준표 대표와 친홍세력을 한국당 전당대회에서는 최대한 끌어 내리고, 이들이 반홍과 친박 사이에서 ‘헤쳐모여’가 예상된다.

(왼쪽부터)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 의원, 이완구 전 총리, 최재성 송파을 후보, 전해철 의원
(왼쪽부터)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 의원, 이완구 전 총리, 최재성 송파을 후보, 전해철 의원

야권 통합 로드맵
누가 자유한국당 당권을 쥐던 간에 ‘신 보수 대연합’의 기치를 들 확률이 높다. 임기 1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70%를 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에 충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해 당내 화합과 야권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며 당 대표에 선출되면 야권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전 대표나 오 전 시장, 주 의원 등도 비슷한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통합 과정에서 한때 얼굴을 붉혔던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와의 보수대연합이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 공동대표의 경우 대구지역에 선대 유수호 의원 때부터 이어진 탄탄한 지역기반이 존재한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 상태다. 호남이라는 지지기반을 사실상 버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지지 기반인 영남 보수와의 화학적 결합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현재 홍준표 대표 아래에선 정계개편이 힘들 전망이다. 8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19+11+α 꿈꾸는 민주당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 12곳중 11곳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승리가 확실시 됨에도 민주당은 야권의 이합집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당은 민주평화당과 무소속, 결이 같은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까지 끌어들여 과반수를 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몇 몇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접촉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이춘석 사무총장은 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쪽(야권)에서 합당해 민주당의 원내 1당 지위가 어려워지면 우리도 나름대로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의 말은 야권의 움직임에 따라 민주당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 ‘여권발 정계개편’을 모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석수는 각각 119석과 113석이다. 지방선거 후 보수 대연합으로 한국당이 바른미래당(30석)과 합쳐질 경우 의석수 역전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물론 호남을 기반으로 한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이 이탈하더라도 140석 가까운 거대 야당이 탄생하게 된다. 민주당이 재보궐선거에서 11석을 차지해 130석을 달성해도 역전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면 민주당 일각에서 “차라리 과반 의석을 확보하자”며 정계 개편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과 복수의 의원 보좌·비서관들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손발이 묶였다”며 숫자 대결로 갈 경우 적극적으로 세를 불려야 된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20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든 쪽과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평화당 14석에 무소속 3명을 넘어 호남출신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영입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미 일부 민주당 의원은 개별적으로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야당 의원과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 9단 박지원 전 대표가 있는 민주평화당은 당 대 당 통합으로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권리당원을 비롯한 친문의 (국민의당 등에 대한) 반감이 상상을 초월한다”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도 관건은 8월 전당대회다. ‘문재인의 복심’ 최재성 전 의원이 송파을에서 금의환향할 경우 당 대표 도전을 예고했다. 경기도 지사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전해철 의원도 당대표 출마에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과연 지방선거후 여의도의 정계개편 방정식은 어떻게 풀려나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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