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 정상회담, 미국의 속내 ‘분석’

북미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6월 12일 싱가포르 개최로 결정됐다. 이에 맞춰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 3명을 석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항에 직접 나가 이들을 맞이했다. 회담에 대한 강한 기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라는 외교적 승리와 노벨상이 필요하다. 2020년 재선을 위해서다. 대신에 김정은에게 체제보장을 선물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에 대해 “한국전쟁은 끝난다!”라고 반응했다. 통 큰 변화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한반도 위기설을 불러왔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같은 테이블에 앉는 것이다. 전 세계 언론은 이들의 만남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北의 불가역적 비핵화 원하는 미국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매우 기대되는 김정은과 나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6월 12일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양측 모두는 회담을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새벽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미국 땅을 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공항에 직접 나가 이들을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중계된 귀환 행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정상회담 전에 풀어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아주 큰 성공이 될 것”이라며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기반 위에서 시작하고 있다”고 들뜬 모습을 보였다. 이번 송환과 사전 조율 과정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내용에 대해서도 긍정적 합의를 봤음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하는 게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이 될 것”이라며 “진짜 영광은 핵무기를 없애는 데서 승리했을 때”라고 말해 북핵 폐기 전까지는 압박을 늦추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와의 차별성에 신경을 쓰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북한이 2012년 ‘2·29합의’에서 약속한 핵 동결 수준을 넘어선 양보를 받아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 보수층 일각에서는 원칙만 합의하는 ‘정치적 선언’ 가능성을 제기한다. 북한의 핵폐기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적당히 타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면 용두사미로 끝나 한국의 안보만 불안해질 거라는 우려다.

워싱턴의 분위기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모든 핵무기, 우라늄 농축 및 플로토늄 재처리 포기를 약속한 1992년 한반도비핵화 선언을 예로 들었다. 볼턴 보좌관은 “얼마나 많이 해체할 수 있을 지와 핵 프로그램 관련 모든 것 공개와 미국과 다른 사찰단에 의한 완전한 국제적 검증(verification)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두 차례나 북한을 방문했다. 먼저 지난 부활절 주말(3.31~4.1) 극비리에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억류 미국인 석방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메커니즘에 대한 협상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현지시간 7일 밤 워싱턴을 출발해 9일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났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양측이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에 담기길 원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북미정상 간의 성공적인 만남을 위한 조건에 양측 모두 확신할 수 있도록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은 하루 동안 진행할 계획이지만 논의할 내용이 더 있을 경우 다음날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美의 체제 보장 원하는 北
미국은 북한에게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 포기를 비롯한 핵·미사일 동결 ▲북한 억류 미국인 전원 석방 ▲핵 프로그램 중단의 국제적 검증 등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정의용 안보실장이 밝힌 김정은의 입장은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향후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refrain from)하겠다 ▲한미의 정례적인 연합 군사훈련을 이해(understanding)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조기에 만나기를 원한다의 세 가지다.

기존과는 다른 북한의 태도 변화에 워싱턴은 매우 고무됐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5월까지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결정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과 한미 연합훈련 수용, 그리고 미북정상회담 추진은 분명 놀랄만한 성과로 볼 수 있다. 2012년 김정은 시대 가 개막된 이후 ‘병진정책’만이 일관되게 강조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입에서 ‘비핵화’ 언급 자체가 나왔다는 것이 중대한 변화다.

서울 브리핑에서 정 실장은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북의 입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하면서 후속조치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오는 22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간의 굳건한 동맹과 양국간의 깊은 우정을 재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반도 정세의 진전을 이뤄나가기 위한 긴밀한 공조를 계속할 것”이라며 ”또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제반방안에 대해서 중점 논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아직도 갈 길 멀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놀라운 성공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향해서 여전히 가야할 길이 험난하다. 비핵화와 대화 국면을 바라보는 시각과 손익계산이 남북한뿐만 아니라 미국 입장에서 서로 다르기 때문.

미국의 경우 트럼프의 외교 안보 업적에 대한 개인적 욕망과 북한 핵 문제 조기 해결의 필요성(본토 타격능력의 차단), 대북 정책에 대한 자신감 등은 북미 대화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 요인으로 최근 미국이 파기한 이란과의 핵협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15년의 ‘일몰 기간’이후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협정을 파기했다. 그가 내놓은 대안은 미국이 원하는 내용이 담긴 새 합의다.

이란 핵협상에서 미국은 이란이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는지를 국제적 검증을 통해 확인한 이후에야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러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방향마저도 유화책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만약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통 큰 변화와 양보’를 제시할 경우, 미국 역시 파격적인 관계 개선을 시도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남북한 간 부활하기 시작한 화해 협력무드를 바탕으로 북미 간의 입장 차이를 중재하고 조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