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실검 빼겠다"... 여전한 의혹의 눈초리

뉴스평가위원회가 사실상의 방통위 역할... 네이버 언론권력 포기해야

네이버가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눈가리고 아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의 막강한 언론 권력을 유지하면서 모든 것을 그대로 가둬놓는 꼼수라는 것이다.  '구글식 아웃링크 전면도입'은 유야무야됐다. 

핵심은 일개 사기업인 네이버가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통해 사실상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드루킹 사건으로 불거진 '언론 위의 언론' 네이버의 문제를 분석한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네이버, '눈가리고 아옹'식 해결법

네이버가 7월부터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뉴스링크를 클릭하면 언론사 누리집으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네이버 개편안에 대해 “조삼모사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먼저 네이버는 모바일 앱 첫 화면에서 뉴스를 제외하고 검색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화면에 언론사 기사를 노출하는 뉴스판을 배치한다는 것이다.

비판하는 측에선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예전과 같아지는데 뭐가 달라진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댓글 공작을 부추기는 실시간급상승 검색어 창도 그대로 유지된다. 사실상 네이버의 막강한 언론 권력이 그대로 유지되고, 모든 것은 네이버 가두리 양식장 안에서 그대로 남아있는 기존과 다를 바 없는 결과다.

뉴스판을 두 번째 화면으로 미루는 ‘눈가리고 아옹’식 방식도 모자라 네이버는 ‘뉴스피드판’도 운영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추천 기술인 에어스(AiRS)를 바탕으로 한 개인별 뉴스 추천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도대체 무슨 알고리즘으로 배열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구글식 아웃링크 전면도입’은 핵심적인 해결방안으로 주목받았다. 아웃링크란 개별 언론사 페이지로 직접 연결되는 방식이다. 네이버 플랫폼 안에서 뉴스를 보는 인링크 방식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는 광고수익과 직결되는 문제다.

여기에 네이버는 “언론사 간 견해차가 있다”며 개별협의로 추진한다고 꼼수를 썼다. 네이버 측은 아웃링크 찬성 여부를 묻는 메일을 언론에 보냈다. 이 결과 찬성하는 매체는 한 곳에 불과했다고 한다. 언론사에 선택권을 준 것처럼 포장했다. 네이버가 뉴스판 등을 계속 편집하는 가운데 전재료까지 받는 언론사들은 네이버의 눈치를 보느라 아웃링크를 선택하는 건 쉽지 않다.

댓글 여부와 정렬 방식을 선택할 권한을 언론사에 주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네이버가 네이버 안에서 뉴스를 운영하는 인링크 방식을 고집하면 그 안에서도 언론사들의 댓글경쟁이 붙을 수밖에 없다. 댓글 운영으로 네이버가 먹던 욕을 언론사에게로 돌리는 잔머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사옥 전경
네이버 사옥 전경

드루킹 댓글 조작에도 허술한 댓글 대책

네이버는 댓글 허용 여부나 정렬방식을 개별 언론사가 결정하도록 하는 구조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임종수 세종대 교수는 “개별 언론사들은 댓글 시스템을 관리할 수가 없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얘기”라고 지적한다.

최진순 건국대 겸임교수도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며 댓글 관리 책임을 언론사에 돌리는 반면에 좋은 댓글을 활성화하는 방안은 아예 제시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댓글의 가독성이 떨어지고 실명성을 높여 댓글 주목도나 자유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한다. 사회적 반응을 엿볼 수 있는 일종의 장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것.

더 큰 문제는 네이버의 이번 댓글 개선 방향에서 댓글이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것임에도 이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많은 개선 방향이 매크로 조작이나 혐오성 댓글로 인한 인터넷 사용 환경의 문화적 오염 등의 문제조차도 개선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허술한 네이버의 시스템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네이버 경영진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식과 마인드의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 우롱하는 조삼모사 정책... 핵심은 뉴스평가위원회

핵심은 일개 사기업인 네이버가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통해 언론사들을 줄 세워 사실상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항상 무슨 일이 터졌을 때마다 외부 기구를 설치하거나 외부 기관에 책임을 미루는 태도를 보여왔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던 진입과 퇴출 심사를 공정하게 실시하겠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기구다. 여기엔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7개 단체로 운영위원회가 구성된다.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기자협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소비자연맹, 한국YMCA연합회 등 8개 단체는 위원 선임권만 가진다. 이들 15개 단체는 각각 2명씩 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의 입김이 완전히 배제됐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네이버가 진정으로 뉴스 편집 권한을 내려놓았다고 하려면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통해 자신들이 언론에 대한 ‘사후 인증 심사’를 하는 ‘사실상 방통위’의 위치를 버려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언론으로 인정받은 매체들이 왜 네이버로부터 사후 인증을 받아야 하는지 네이버가 무슨 자격으로 언론사를 판별하겠다는 것인지 이런 시스템부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정치 편향이나 불공정, 조작 시비를 벗으려면 옥상옥 노릇 하는 언론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중소 언론매체 중에서 네이버 진입이 거부된 매체 가운데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중장기 미디어대책 손 놓은 정치권

정치권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국가기관에 군까지 동원해 댓글 공작을 펼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정부시절 인터넷에서 열세였던 보수진영이 열세를 타개하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느 진영이 정권을 가지던 간에 현재의 기괴한 뉴스와 댓글 시장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사건이 터진 뒤에야 허겁지겁 급조한 대책을 내놓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미디어와 관련해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고 기초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설기구를 만들어 미디어정책을 총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만들었던 수많은 특위와 위원회가 아무 성과가 없었다는 건 현재의 결과가 가장 잘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한 대표는 “뉴스 편집 방식을 버리고 공간과 기술만 제공하는 역할로 물러나 네이버 본연의 모습인 정보와 기술 플랫폼에서 새로운 답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다 버렸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얄팍한 눈속임이 아니라 진짜 언론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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