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얻은 아름다운 삶의 여정을 이야기하다
"보다 넓은 세상을 보라. 여행을 머뭇거리지 말고 가라. 생각 날 때 가라" ?
누군가에게 문을 두드리면 그가 문을 열어준다고 생각하라

-여행 작가로 '인생 2막'을 시작함을 축하드린다. 여행과 지난 삶을 돌이켜 보는 책을 낸 동기는.
▲지난 2013년 인간개발연구원의 4대 원장으로 부임하게 됐다. 부임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인간개발연구원에 소속된 회원들이 참석하는 에세이클럽(현재 책·글쓰기 클럽)에 참석했다. 클럽 역사가 10여년정도 된다. 역사가 오래되다보니 참여하시는 회원분들의 연세가 70세가 넘는 분들도 많다. 클럽에 회원등록하고 활동을 시작하니 그 분들이 인간개발연구원 원장이면서 그냥 와서 활동만 하면 되겠느냐며 책 한권 정도는 쓰라고 권고했다. 그래서 생각 끝에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썼다. 평소 여행을 다니거나 일을 하다가도 조금씩 글을 써둔 것이 있어서 참고했다. 그동안 써놓았던 시(詩)도 추가로 첨부했다.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정리하면서 느꼈던 점은.
▲최근에 여행 갔던 곳을 중심으로 일기 식으로 과거 이야기를 덧붙였다. 여행을 처음 시작한건 30년이라는 시간이 넘었다. 전경련에 근무할 당시부터 해외여행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CEO회원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많이 했다. 임팩트가 강했던 사건들만 기억에 남았다. 그런 걸 위주로 담았다.

-인간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한다. 전경련·인간개발원장을 지내면서 회원들 중심의 여행을 해왔다, 절친 4인방과 함께 순례길을 걸으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30여년 동안 사업가, 기업 전문경영인 등 수십 명과 함께 외국을 오가는 경우가 많았다. 친구들과 졸업 후 수십만에 여행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좋은 추억이 됐다. 느리게 걷기, 슬로우 스텝이 최근 세상 사람들에 화두다. 친구들과의 여행이 그랬다. 힐링이 됐다. 굉장히 평화로웠다. 나도 그렇고 내 친구들도 그렇고 누군가가 몸이 아프면 조금 늦게 출발하면 되고, 커피가 먹고 싶으면 커피를 마시면 되고,  쉬고 싶으면 쉬고, 엉덩이가 아프다고 말하면 가던 길도 멈추고 쉬어줬다. 제가 걸음이 워낙 빨라서 한참 앞을 걷고 있다가도 친구를 위해 되돌아오기도 많이 했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해 본적이 많이 없어서 그런기억이 많이 남았다. 힘든 점도 없지는 않았다. 보통 8kg정도 무게의 가방을 지고 순례길을 떠난다. 그런데 미국에서 온 친구가 반찬을 많이 가져와서 우리들끼리 가방에 나눠서 넣었다. 내가 가지고간 가방이 제일 커서 반찬이나 잡다한 것들을 다 내 가방에 넣었다. 출발할 때 가방을 제보니 15kg이 나오더라. 당시에 힘이 좋긴 헀지만, 무거운 가방을 지고 갔던 게 제일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 처음엔 그래도 괜찮은가 싶었는데 오래 걷다보니 어깨가 짖 눌려서 어깨가 빠지는 줄 알았다. 여행은 세상을 비우듯 가볍게 가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기억나는 곳은.
▲오르닐로스이다. 순례길에 지나치는 도시 중 한 곳이다.  4월인데도 아침 날씨가 추었다.  그 어느 장소들보다도 추운 느낌이 강했던 곳 이다. 그곳에는 집 주변에 무덤이 있었다. 창고처럼 생기기도하고 무덤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곳의 4월은 우리가 생각하는 4월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이는 모든 곳에 회색빛이 가득하고 바람이 쉭쉭 불었던 곳이었다. 거길 지나가면서 1400년대 잿빛 고대 도시라는 시를 쓰게 됐다. 

사실 혼자 지나갔더라면 더 힘들고 쓸쓸했을 것이다. 당시에 함께 했던 친구들 덕분에 힘들지 않고 괜찮았다. 친구가 아닌 사람들과도 갈 수 있었겠지만 친구들이 함께 갔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
 
산티아고 순례길-오르닐로스. 
"폭탄 맞은 듯한 1400년대 잿빛 고대도시.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고. 거리엔 소슬바람만 먼지를 날리고 가랑비도 뿌리기 시작한다. 세상 모두를 점령한 4월의 푸르름도 이곳에는 아직이다. 흩뿌리는 비바람 속에 대문은 삐걱거림조차 없다. 순례길 이방인에게 도시는 무덤처럼 삭막하다. 순례자에게 피해 갈 수 없는 까미노이건만. 우리 모두는 혼자만의 고독을 미리 되씹어야 한다. 길가 나지막한 돌벽돌 모양의 와인창고는 중세 이후 수많은 순례자들의 최후의 장소. 아름다운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들을 위해 준비된 달콤한 와인도, 세상 먼 외딴 곳에서 고독한 기다림 속에서 홀로 숙성되어 그들의 목을 축여 주는가. 욕망으로 타는 갈증을 해소하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한 방울의 묘약은 땅속에서 숨 쉬고 있구나. 무섭도록 쓸쓸한 지하에서 숙성된 와인처럼. 고통의 순례를 해 보지 않고서 어떻게 영광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들어간단 말인가. 우리 순례자도 처절한 고독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숨 죽인 이곳 까미노 길에서 삶과 죽음을 측량하며, 하루를 재촉하며 순례길을 거닐어 본다”

-책쓰기 클럽은?
▲인간개발연구원에 회원들이 만든 클럽이다. 현재 회원들은 약 60여명이다. 12~13년 전에 시베리아 극동지역의 독립루트를 여행했다.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연해주 독립운동 대부'로 불리는 최재형 선생을 알게 됐다. 함경북도 경원에서 태어난 최재형 선생은 9세 때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해 사업으로 큰돈을 번 뒤 학교를 짓고 신문을 발행하고 무장톡립투쟁에 나섰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고 2015년 위패가 국립현충원에 봉안된 인물이다. 
회원분들은 그분을 알고나서 감동했다. 그래서 최재형 장학회와 기념사학회를 만들어 고려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오고 있다. 회원들은 애국애족을 통해 국가의 백년반석을 만들어 나가자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최재형 뮤지컬을 만들기도 했다. 기업은행에서 많이 도움을 주고있다. 책쓰기 클럽과 인간개발연구원 회원들이 공부도 하고 외국지사들을 봐주면서 현지에서 한국으로 데리고와서 교육도 시키고 있다.

-전국 대학마다 최고경영자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대부분 학생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한 목적이다.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요즘 학생들과 젊은 친구들은 인적네트워크보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편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인적네트워크는 중요하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거나 모임 등을 통해 대화하는 것이 바로 인적 네트워크이다. 그 네트워킹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의 실력과 자존감이다. 학생들을 포함해, 사회에 발을 내밀고 있는 친구들은 일단 내가 나를 알아야하고 내 자존감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내가 자존감을 갖고 공부해 식견, 실력을 갖추게 된다면 비로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을 높게 평가해 주고 서로의 식견을 나누게 된다면 상대의 호감·호의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자존감이 없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 항상 을의 위치에 설 수 밖에 없다. 

나는 여행을 통해 그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을 모시는 일이기 때문에 을의 위치에 서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떨때는 내가 갑이 되서 사람들을 이끌고 리드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럴때 나는 더욱 열심히 움직이고 생각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게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니 여행이 끝나면 함께 여행했던 분들이 인정을 많이해 줬고, 그 이후에도 여러 방면으로 좋은 영향을 미쳤다. 인격적으로 내가 좋게 대해줘야 네트워킹이 연결되는 것이고, 그것이 곧 힘이된다. 그러나 바람직하지 않으면 바로 문제가 되고 내게 손해로 돌아오게 된다. 소셜네트워킹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마음과 마음이 통하려면 상대방과 만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만나고 식견을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 100세시대이다. 인생 2막의 중요성은 건강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법이라고 한다.
▲100세시대를 맞았다. 나는 가장 중요한게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엔 예전과는 다르게 체력의 좋고 나쁨을 더욱 잘 느끼게 됐다. 이전엔 체력하면 뒤질바가 없던 사람 중 한명이었다. 내가 체력이 안좋아져서 힘들면 나 뿐만 아니라 내 주위사람들도 힘들어지게 됀다.
인생이라는게 가족들과 함께 한 평생을 살아가는데, 가족이라는 공동체, 친구라는 공동체, 회사라는 공동체에서 내가 내 건강을 유지해줘야 가족·친구·회사에 피해를 안 준다는 생각이 든다. 나로 인해서 주변에 피해가 가면 힘들 것 같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보다 넓은 세상을 보라, 각박하게 살지 말고 가끔씩은 이렇게 여행을 해보아라. 여행을 머뭇거리지 말고 가라. 생각 날 때 가라"  

▲난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왔다. 누군가에게 문을 두드리면 그가 문을 열어준다고 말이다. 물론 내가 문을 열어달라고 해서 문을 열어주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아닌가.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게 됐어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듯이. 사람들을 향해 먼저 말을걸어 문을 열어달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또한 사람을 만날때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나는 내 밑에 있던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많이한다 "너는 잘 될거야"라고. 그러면 내 말을 들었던 직원들 모두 잘 되는 경우가 많았다. 칭찬을 아끼지 말아라.

욕심을 가져라.

얻고 싶은 욕심이 없으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자체가 없다. 항상 관심과 애정을 두어야하고 궁굼증을 갖고 욕심을 가져야한다. 그러나 요즘 청년들은 관심도, 하고싶은 것도, 욕심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일단 여행을 떠나길 추천한다. 여행을 가다보면 견문이 넓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편견을 없애는 경우도 생긴다. 또 나와 상대가 가지고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고, 내 자아를 찾을 수도 있다.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히다 보면 더욱 성숙해진 나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일을 시작하면 4~5년 정도 오랜 기간을 한 곳에서 일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오래 일을하지 않고 자주 일을 옮겨다니다 보면 언제나 시작지점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네트워킹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업종이나 비지니스를 이어나가는 경우면 그렇지 않겠지만, 요즘에는 아주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그 것은 도망간 것이나 진배 없다고 본다. 이 무대에서 너가 사라지는 것은 실패하고 가는 것이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4~5년은 일을 해보고 그 기간동안 네트워킹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서 그 힘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지니스를 시작해 보는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여행작가, 성악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한 원장님의 향후 목표는
▲건강이 중요하다. 항상 노력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건강뿐만 아니라 시를 쓰거나 수필, 책을 써보는 경험도 필요하다. 나는 최근 음악도 시작했다. 성악을 배운지 3년이 지났다. 공연을 앞두고 있다. 출판 기념회를 통해 나는 공연을 할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도전하는 삶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젊은 친구들도 자신의 길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실력이 없어 네트워크 형성을 실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매일 매일이 도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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