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청와대 국민청원에 “불법적인 노동력 착취 인권침해 신고합니다” 글 올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직원이 회사의 노동력 착취 실태를 청와대 국민청원에 고발했다. 이 글은 올린 지 열흘 만에 6천명 가까이 동의했다.

자신을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지난 10일 ‘대한항공의 불법적인 노동력 착취와 인권침해를 신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63328)을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애초에 대한항공은 인력을 고려하지 않고 운항 스케쥴을 세운다”며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살인적인 비행시간과 노동강도, 불안전한 스케쥴로 죽어나는 건 승무원”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자연히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불만을 느낀 손님들이 컴플레인 레터를 쓴다고 글쓴이는 분석하고 이에 따른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대한항공 사내 홈페이지에 컴플레인 레터 내용을 공유하는데 여기에 절대권력 댓글요정 ‘조양호’님이 등장한다”며 “컴플레인의 경중은 그가 댓글을 쓰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댓글이 달리면 해당 직원은 전례가 없는 본보기식의 처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반응에 따라 처벌의 강도가 정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내에서 이뤄지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그는 “아프거나 다쳐서 병가를 내고 혹여 그것이 장기 병가가 되면 ‘장기병가가 두 번 이상이면 사직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할 것을 강요받는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 대해 문제점도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왜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운항스케쥴을 허가해 주는거냐”며 “최소탑승인원만 타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이런 무리한 운항을 하도록 방관하는 거라면 아무리 최소탑승인원이 탔더라도 100%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고용노동부도 대한항공의 인력착취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 승무원의 일방적인 얘기일 뿐”이라고 밝혔다. 병가 사직 각서와 관련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올해 채용인원 500명 충원이 완료돼 교육 후 일선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부터 3월 8일까지 에어부산을 제외한 국적 항공사 8곳에 항공안전감독관을 보내 운항·객실승무원의 근무·휴식시간 준수 여부 등을 특별 점검했다.

이는 지난달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잘못된 근무환경을 개선해 달라’며 에어부산 근로 환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 이 글에는 “최근 두 달 동안 에어부산 승무원 4명이 과도한 스케줄 등 과로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항공 청원과 닮은 꼴이다.

이에 대해 담당 부서인 국토교통부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대한항공 승무원의 글(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대한항공 승무원의 글(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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