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친안희정계 ‘숙청 시나리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민주당 내부가 심상치 않다. 안희정 지우기에 나섰다. 정무비서 김지은씨에 대한 안희정 지사 의 성폭행 혐의가 드러난 지 3시간도 안돼 출당 및 제명조치를 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조치다.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일각에선 상상을 초월한 처리 속도에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당내에서 ‘친안희정계’를 숙청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를 정리 후에 관리형 대표단을 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선 이후 민주당의 앞날을 전망해 본다.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이다. 차기 대선 유력주자의 상상을 초월한 혐의에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초상집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대응은 재빨랐다. jtbc의 보도가 있자 추미애 대표는 바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안 전 지사의 소명절차 없이 가장 강력한 징계인 출당과 제명을 의결했다. 보도한 지 불과 2시간 뒤였다.

당내 이상 기류, 친안 일선 숙청?
추 대표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발빠른 조처를 했다고 추 대표의 결단에 갈채를 보내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이어 당내 대선 경선에서 안 지사 캠프에 몸담았고 이후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충남지사 예비후보가 전 부인과의 진실공방 과정에서 후보 사퇴를 하면서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친안희정’세력에 대한 친문의 숙청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앞서 지난 6일 민주당 당원 오영환 씨가“박 후보가 내연녀를 공주시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공천했다”고 주장했다. 9일에는 박 후보 전 부인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불륜 의혹’을 제기했지만 박 후보는“청와대 대변인 재직때 부정청탁을 거절했다가 보복 당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안 전 지사 이후 유력한 충남지사 후보로 꼽히던 친안희정계 핵심 중 하나였던 박 후보는 지난 14일 사퇴했다. 박 후보는 “최고위원회의 수용으로 저의 당내 명예는 지켜졌다고 판단한다. 이제 법의 심판으로 외부적 명예를 찾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거를 완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박 후보의 사퇴 배경에는 민주당 지도부의 설득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안희정 쇼크’에 이어 박 후보의 여자관계 논란이 계속될 경우 충남은 물론 전체 지방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고, 후보직 자진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기자들에게 “죽을만큼 고통스러웠던 개인의 가정사도 정치로 포장해 악용하는 저질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저 같은 희생자가 다시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수현 전 충남지사 예비후보
박수현 전 충남지사 예비후보

당내 이상 기류도 감지된다. 안 지사와 가까웠던 당직자들이 한직으로 밀려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민주당 고위 당직자가 인사 이동조치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당직자는 선거와 관련된 핵심 사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선거, 특히 최말단 조직까지 총동원되는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이런 조치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러한 조치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 당직자는 ‘친안’이라기보다는 충청권 출신 인사여서 알게 모르게 친안으로 분류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안 전 지사 건으로 충청권 다 물 먹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통상적인 인사 조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안 전 지사 낙마 후 연이어 나온 박수현 전 예비후보와 고위 당직자의 낙마에 의혹의 눈초리가 모이고 있다.

당내 대선 경선 앙금 원인?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안의 퇴장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해 대통령 당내 경선당시 당 주류인 ‘친문’에 찍혔다는 주장이다.

안 전 지사와 안 캠프는 당시 문재인 후보 측에 날을 세웠다. 당내 경선이 한참이던 지난해 3월 22일, 안 전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와 문 후보 진영의 비뚤어진 태도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문재인 후보는 끊임없이 나의 발언을 왜곡하거나 왜곡된 비난에 편승해서 결국 교묘히 공격했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미워하면서 결국 그 미움 속에서 자신들도 닮아버린 것 아닐까?”라고 문재인 후보를 거세게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 5차 경선 토론회에서 ‘특전사 군복무시절 여단장인 전두환 장군에게 표창을 받았다’고 문 대통령이 한 발언과 관련해, 그는 “문재인 후보가 실수한 것임에도 문제 제기한 사람들을 네거티브하는 나쁜 사람들로 몰아붙이고, 심지어 아무 말도 안 한 내게 그 책임을 전가하며 비난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후보와 문재인 캠프의 이런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사람들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해왔다”며 “그런 태도로는 집권세력이 될 수 없고 정권교체도, 성공적인 국정운영도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고조되던 갈등은 안 전 지사의 ‘신의 한수’로 인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문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5월 10일 새벽, 안 전 지사는 광화문에서 문 대통령의 볼에 키스를 하면서 민주당 권리당원과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불만은 진화됐다. 당시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 세계 언론이 문 대통령의 당선을 보도하며 신문 1면에다 이 사진을 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 전 지사 낙마 음모론도
하지만 지지자나 일반 당원들은 몰라도 그 때의 앙금이 각 진영의 핵심에선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다. 결국 이는 음모론의 바탕이 됐다.
안 전 지사 낙마 음모론의 핵심은 안 전 지사가 평소 성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누군가 알고 있던 상태에서 미투(Metoo) 운동을 기점으로 확실하게 날려버릴 작전 실행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전 지사의 사생활이 알음알음 알려져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언론에서 SBS 예능 ‘동상이몽 시즌2’ 제작진이 첫 정치인 출연자로 안 지사 측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동상이몽2’ 제작진이 지난해 초 안 전 지사 부부를 출연 1순위로 정하고 섭외를 추진하다 안 전 지사가 부인과 불화를 빚고 있다는 정보를 포착해 이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부부애를 보여주는 프로그램 취지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충남도청 안팎에서는 지난해 대선 이후 도의원들 사이에 안 전 지사의 여성관계에 대한 루머가 돌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안 전 지사는 민주당에서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였다. 특히 충청지사 재선으로 ‘충청 대망론’의 기수라는 확실한 지역기반과 86세력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이라는 당 안팎의 정치적 기반, 여기에 중도층에서 선호도가 높아 외부 확장성이 높다는 삼박자가 다 맞는 인물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3월 5일 저녁 8시 jtbc 보도를 기해 민주당내 친안계는 안지사의 성폭행 의혹으로 사실상 전면적으로 해체된거나 마찬가지다. 계파의 맹주가 스스로 자폭한데다 확실한 2인자도 존재하지 않아 더 이상 존속이유가 없어졌다. 안희정계에 속한 정치인들은 이제 안희정과 결별해 자체적인 역량으로 살아남아야 할 운명에 처한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온 민주당 내부의 고발과 불협화음이 6·13 지선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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