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공정위, 불협화음 ‘내막’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여러 사건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민 참여 필요성을 강조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요청했다. 개혁 동력을 얻기 위해 국민에게 SOS 신호를 보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개혁의 상징인 김상조의 리더십이 위기에 처할 경우 적폐청산은 ‘물 건너 간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재벌저격수’를 흔드는 요인들을 진단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권위가 도전받고 있다. 내부에선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외부에선 도전하는 듯한 움직임도 보인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을 흔드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게 일각의 평가다.

유한킴벌리 임직원 고발 은폐 의혹
공정위가 유한킴벌리를 제재하면서 과징금 부과 사실만 알리고 임직원 개인 검찰 고발 결정은 은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소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유한킴벌리가 135억 원대 정부 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한 후 자진 신고해 대리점에 처벌을 떠넘긴 사건을 심의한 후, 과징금과 함께 유한킴벌리 임원과 실무직원 등 5명의 검찰 고발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개인 5명 고발 결정 사실을 제외한 채 외부에 공표한 것.

공정위는 일반적으로 입찰 담합과 같은 경우 임직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내려지도록 그를 검찰에 고발하고 이를 보도자료에도 같이 명시한다. 최근 공정위가 불공정 위법 행위를 주도한 실무자도 검찰에 적극적으로 고발토록 ‘고발 지침’ 개정을 추진하는 와중에 이러한 내용이 빠진 보도자료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보도자료를 발표한 지난 13일 개인 고발이 없느냐는 질문에 공정위는 “법인만 고발하기로 했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가 한 언론사의 지적에 “사실은 개인 5명에 대한 고발도 있었다”며 뒤늦게 은폐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후 5명을 고발한다는 사실을 보도자료에 슬그머니 삽입해 14일 홈페이지에 고쳐 올려놨다.

이에 대해 공정위 윤수현 대변인은 “실무자의 착오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제재 사실을) 누락하고 보도자료 수정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을 무척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안일하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윤 대변인은 이어 “이 사건은 리니언시를 통해 유한킴벌 리가 처벌을 면제받는 특수한 사건”이라며 “담당 부서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비난 가능성이 큰 유한킴벌리 법인 고발만 보도자료에 표기하면 되지 않을까 안일하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통상 언론에 공개되는 보도자료는 사무관과 담당 과장, 국장 등이 모두 관여한다. 따라서 한 사람의 ‘착오’ 때문이라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의혹이 쉽사리 가시지 않는 가운데, 지철호 부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감사담당관실에서 개인고발을 누락한 상세 경위를 파악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심판정에서 무시당한 공정위 권위
외부에서도 공정위의 권위는 도전받고 있다. 공정위 심판정에 출석한 피심인들의 태도나 복장에서 상당히 불성실한 모습이 보이고 있는 것.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 심의에서는 이례적으로 피심인의 태도 문제가 지적됐다.

피심인인 SK케미칼과 애경, 이마트가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벗기 위해 공정위 사무처의 논리를 무력화하려는 논거를 제시하며 과거 피해자들의 분노를 산 ‘모든 화학물질은 안전하고 문제는 양이며, 수돗물도 유해할 수 있다’는 논리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김상조 위원장은 “사회적 감수성이 떨어져 아쉬움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또한 1심 법원에 해당하는 공정위 심판정에서는 의무는 아니지만 대리인은 넥타이를 매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당시 SK케미칼의 대리인인 모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심판정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출석했고, 이마트 총괄 임원 등도 역시 넥타이를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사망한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기본적인 예를 갖추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김 위원장은 해당 변호사에게 경고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중소상공인위원회 주최 상인단체 관계자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민 참여 필요성을 강조하며 “청와대에 국민청원 좀 해달라. 그러면 (공정위도) 즉각 응답하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정치 민주화만 국민 책임이 아니고 경제민주화도 국민 책임”이라는 이유에서다. 좀처럼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는 김 위원장의 이러한 요청은 화제를 일으켰다.
그래서인지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 올라온 경제민주화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34590)은 22일 오후 요건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김앤장 변호사 징계요청으로 불거져
김 위원장에 대한 내부의 반발 분위기는 취임 초부터 예견돼왔다. 하지만 수면위로 반발이 불거진 건 김앤장 변호사 징계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요청하면서부터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성신양회 부당 공동 행위 사건의 이의신청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A변호사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검토와 조치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10월 국정감사에서 공정위 출신인 A변호사가 허위 자료를 근거로 과징금을 감경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위에 대한 비판과 사회적 압력이 커지자 사상 처음으로 변협에 징계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징계를 결정한 작년 11월 공정위 전원회의 내부 기류는 좀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 9명 가운데 4명이 A 변호사 징계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던 것. 내부 인사인 상임위원조차 징계에 반대하며 ‘제 식구감싸기’ 논란도 불거질 뻔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마지막에 의견을 표시하는 관례를 깨고 징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위원들에게 징계 결정에 협조해 줄 것을 거듭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가겠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요청과 동시에 공정위의 자체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결국 반대 입장을 보이던 한 비상임위원이 기권표를 던져 가까스로 징계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공정위 내부 인사인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한 위원 3명은 끝까지 반대 의견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위원들은 사안에 대해 독립적 판단을 내리지만, 위원장이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공무원 신분인 상임위원이 그 뜻을 거스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9월 “공정위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며 앞으로 혁신의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안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의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을 훈령으로 제정해 올 1월부터 시행했다. 퇴직 후 로펌 등에서 활동 중인 전직 공정위 직원, 이른바 ‘올드보이’들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보고·접촉제한 의무를 위반한 공무원은 징계할 방침이다. 접촉사실 보고 의무 또는 접촉 제한 의무 1회 위반시 경고, 2회 위반시 징계 조치와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한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조치가 안팎으로 도전받는 공정위를 추스르는데 일조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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