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불법파견·사내하청 의혹 도마위... 국정농단 재판 영향 미치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이 또 다른 폭탄을 맞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가 예정된 가운데 새로운 문제에 휩싸였다. 신 회장은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지난해 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데 이어 사내이사로 있는 회사의 노동법 위반 혐의가 불거졌다. 설상가상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뉴 롯데’를 선언했다.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싸움에서 사실상 승리한 결과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가 새로 불거지면서 뉴 롯데가 자칫하면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악재가 겹쳤다. 신 회장이 사내 이사로 있는 캐논코리아의 노동법 위반 혐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최근 각종 송사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총수일가경영비리’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아버지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58)씨와 신영자(72)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헐값에 넘겨 롯데쇼핑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 등 혐의였다.

여기에 새로운 혐의가 추가된다면 진행 중인 재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공판은 오는 13일 열린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신 회장에게 4년을 구형한 상태다.

캐논, 노동법 위반
롯데그룹 계열사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김천주 대표)이 위장도급ㆍ불법파견으로 인력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캐논코리아는 신동빈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1일 캐논이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인력 운영을 해온 정황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캐논코리아의 사내 하청업체인 유천산업의 노사협의회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캐논코리아가 심각하게 불법적으로 인력을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유천산업 노동자들은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 내 캐논코리아 생산공장에서 일하며, 원청 노동자와 같은 옷을 입고, 원청의 작업지시에 따라 일했다. 그러나 소속은 캐논과 도급계약을 맺은 유천산업의 파견 노동자였다.

유천산업은 ▲독립적인 설비가 없이 원청인 캐논코리아로부터 생산에 필요한 직·간접적인 모든 생산설비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캐논코리아로부터 생산 소모품, 통근버스, 식당 이용을 무상으로 제공 받았으며 ▲사내하청업체 고유의 전문적인 기술이 전혀 없는 것으로 이 의원 조사결과 확인됐다.

또한 원청인 캐논코리아는 직접 유천산업 노동자들에게 생산교육 실시 → 조회 → 생산필요 부품 조달 → 생산 작업표준서 강제 → 생산에 필요한 전반적인 생산관리 지시 → 품질관리 → 평가 등을 실질적으로 지휘, 감독을 해왔다. 유천산업 노동자들은 캐논코리아의 생산 부서원과 같은 업무를 수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캐논코리아 측은 위장도급·불법파견이 문제될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해 1월부터 관련 흔적들을 지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에 생산현장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2017년 11월 20일에는 원청 직원이 하청노동자들에게 물량표를 직접 주는 방법으로 작업기종, 작업순서, 수량을 직접 지시 해오던 것을 사내하청업체 소속 현장관리자로 전달체계를 변경하는 등 불법파견 요소를 없애는 조치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원청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 지휘감독의 근본적인 요소는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즉 업무의 성질, 원·하청 사이의 본질적인 관계, 원청의 영향력,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직간접적 지시 등 근본적인 요소는 변경되지 않고 유천산업은 여전히 원청 생산 부서의 필요한 인력을 공급해왔다.

이 의원은 “하청노동자들의 업무 형태는 동일한데 사실상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껍데기만 바꾼 셈”이라고 지적했다.

법 허점 이용 각종 혜택도
캐논코리아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캐논이 노동조합 설립 및 노조활동을 꺼려한다는 이유로 사내하청업체로 하여금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파업, 쟁의행위를 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입주자준수규정서’를 작성토록 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부 및 지자체의 각종혜택을 받기만 하고 그에 따르는 이행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캐논코리아는 안산시로부터 지방세특례제한법 제78조(산업단지 등에 대한 감면)에 따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취득세 및 재산세 27.3억원을 감면받은 바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외국인투자촉진법 제13조 및 용지공급규정 제18조에 의거 2만6859평을‘조건부 수의계약’으로 분양을 받아 지난 2012년 4월에 현재의 공장을 착공한 바 있다. 당시 고용창출계획은 신규 직접고용 1045명이었지만, 캐논코리아의 고용규모는 17년 6월 기준 정규직 432명, 비정규직(계약 115명, 도급 145명) 260명에 불과하다.

유천산업은 과거 캐논 부품을 사외에서 부업형태로 만들다가 2002년에 사내하도급 회사로 들어와 지금까지 복합기 제조라인의 부품 조립, 검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정미 의원은 “지난해 신 회장이 약속한 ‘5년간 7만명 신규채용과 3년간 1만명 정규직 전환’약속이 롯데 경영비리 형사 책임을 면피하려는 공염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어 “도급형태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의 비용절감과 실질적 책임 회피에서 기인한다”며 “캐논코리아는 간접고용에 대한 불법적 인력운영부터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당 규정서를 작성토록 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제한함은 물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실질적 사용자 지위에 있는 롯데캐논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노동부의 철저한 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사내하청업체가 직접 구매하기 힘든 생산설비를 대여했고, 하청업체 관리자가 없을 경우 업무내용을 전달했을 뿐 직접 업무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며 “사내하도급 관련 정부 지침과 가이드라인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업무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재판에 미칠 영향에 대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신 회장은 지난달 31일 마곡동 중앙연구소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2018년은 ‘뉴 롯데’ 비전 실행의 원년으로 비전에 담긴 ‘질적 성장’의 가치를 충실히 이행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각종 송사에 휘말린 신 회장이 영어의 몸이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갓 출범한 ‘뉴 롯데’는 상당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곧 있을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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