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보다 강해진 김성태 전쟁선포 ‘전모’

한강이 얼어붙었다. 40여년만이다. 한강에 떠 있는 섬 여의도는 더욱 얼어붙었다. ‘적폐와의 전쟁’ 중인 검찰의 칼날이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여야 국회가 바싹 긴장했다. 홍준표 대표보다 야성이 강한 김성태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은 “문재인정부와 들개처럼 맞서 싸우겠다”고 취임일성을 밝혔다. 예산안 정국이 개헌 정국으로 태풍의 중심이 옮겨갔다. 강성으로 변한 한국당과 맞서야 할 더 민주당의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여야 주도권 전쟁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회는 개헌 전쟁 중이다. 더불어 민주당이 개헌논의에 불씨를 붙이고 나섰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14일 “개헌 의제에 대한 정치권 내 논의가 한참 합의점을 찾아갈 시기가 목전에 다가왔지만 자유한국당이 발목 잡고 있다”며 한국당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 대선 시기에, 후보를 낸 모든 정당과 그 후보자는 물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의 동시투표를 당시 약속했다”며 “홍 대표는 이제 와서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4월 국회 개헌특위에서 내년 6·13지방선거에서 개헌을 합의한 바 있다. 그 다음 달인 5월에 지방분권개헌 국민협약을 한 바 있다.

이날 우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을 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키셔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독자적인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개헌 논의가 ‘밀실 야합식’으로 진행 중이라며 정면으로 거부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번 예산처리 과정에서 밀실 뒷거래로 장물 주고받기 식으로 한 행태를 국민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장물들이 바로 선거구제 개편, 공수처 설치법, 개헌 논의다.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국가의 백년대계와 정치발전 차원에서만 논의되어야 할 아주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를 열어 지방선거-개헌안 국민투표 동시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가 동시 진행을 거부한 만큼 의총을 통해 민주당 요구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 내부적으로 6월 개헌투표에 대해 반대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회 개헌특위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구조를 바꾸는 논의가 최우선돼야 한다”는 언급만 되풀이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왼쪽),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왼쪽),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민주당, 개헌 판키우기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집단 반발을 대비해 판 키우기에 나섰다.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을‘개헌연대’로 끌어안는 대신 한국당을 ‘패싱’하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국민의당은 원내대표 간 합의로 개헌 추진을 약속했다. 여기에 바른정당은 개헌 국민투표·지방선거 동시 실시를 주장하고 있고, 정의당도 예산안 처리 이후 주요 과제로 개헌을 제시했다.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이 연대하면 177석이 확보된다. 하지만 한국당의 반대가 확고하면 개헌안 통과는 쉽지 않다. 한국당이 개헌 저지선을 넘는 116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

한국당은 무작정 반대하는 것도 부담이다. 곧바로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반(反)개헌·수구세력 심판론’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14일 현재 정당지지율을 보면 민주당(53.3%), 자유당(19%), 국민의당(6.1%), 바른정당(4.7%), 정의당(3.5%)순이다. 지지율로만 보면 지방선거에서 안심할 수 없다.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PK(부산·경남)도 민주당·바른정당과 반타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립 속의 협치 가능성
한국당은 검찰의 적폐 전쟁에 표적이 된 상황에서 여권과 야 3당의 개헌 연대로 포위당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냉온 전략을 내세웠다. 여권의 정책을 반대하는 한편, 공통공약에 대해서는 협치하겠다는 것이다.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14일 회동을 가졌다. 두 정당의 공통공약에 대한 입법 추진을 검토하기로 했다. 우 원내대표는 임시국회 회기 내 민생·개혁법안 처리에 대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여야는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와 민유숙·안철상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구성을 사실상 완료했다.

앞서 8월 민주당은 공통공약 62건의 법안 목록을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에 전달했다.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등은 정기국회에서 새해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과 함께 처리하면서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안을 비롯한 대부분 법안은 협의조차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2월쯤 정부안을 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된 여야 4당의 개헌 합의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4년 중임제 등의 권력구조개편 문제를 제외한 기본권·지방분권 내용 등만 개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한국당의 반발이 강할 것으로 예상돼 정국이 격랑 속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민주당·한국당이 개헌문제를 놓고 벌이는 기 싸움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누가 어떤 전략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승리를 할 것인지 여의도 정가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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