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룡의 문화탐방 7 / 무용가 예술감독 안은미 인터뷰

독특한 외모와 개성있는 무대연출로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감독 안은미
독특한 외모와 개성있는 무대연출로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감독 안은미

 

예술감독 안은미는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 중 한 사람이다. 독특한 외모와 개성있는 무대로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지에서도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는 할머니, 저신장장애인, 시각장애인, 군대에서 아들을 잃은 부모들을 무대에 세워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자, 사회에서 고통받는 자들의 아픔을 꾸미지 않은 무대 안무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지난 9월17일 <쓰리쓰리랑>을 무대에 올린 무용가 안은미의 춤과 인생을 들어보자


군피해자 위로하는 무용극 공연, 눈물바다
사회 아픔을 인체 언어를 통해 표현...공감형성

안은미 감독이 지난 9월17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쓰리쓰리랑>을 공연했다. 군피해자 어머니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가슴 속 한을 이야기하고 춤을 추는 무대였다. <쓰리쓰리랑>은 쓰리다 못해, 두 번 쓰려도 해소가 안 되는 아픔을 의미한다고 한다.
안 감독은 지난 5월 자신의 강의를 듣던 한 참가자의 소개로 공복순 대표(군치유센터 '함께' 대표, 고 노우빈 일병 어머니)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녀를 통해 군피해자 가족의 고통과 슬픔을 듣게 되었다.


"자식을 낳고 키워보지 않은 제가 어떻게 이분들의 고통과 슬픔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엄마들과 만나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하면서 이번* 공연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관객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고 죽은 아들 이름을 원 없이 불러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가장 잘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쓰리쓰리아리랑 공연장면
쓰리쓰리아리랑 공연장면

 

무대에는 군에서 사망 하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고통 속에 살아가는 자녀를 둔 어머니 6명과 안은미컴퍼니 무용가들이 함께 했다. 안 감독의 무대는 늘 그렇듯이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 한다. 이번 공연도 아들을 군에서 잃은 6명의 어머니들의 눈물 젖은 외침을 통해 객석을 여러 차례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그만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강한 무대였다. "제 공연은 억지로 짜내는 무대가 아닙니다. 자식을 잃은 엄마들의 한을 풀어주고 많은 관객들이 그들의 고통을 소개하고 이해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절규는 이랬다. “아들이 갑자기 자살을 했습니다. 아들이 군에서 받은 고통으로 자살했는데 중학교 때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이유만으로 원래 정신이 이상한 아이라서 자살한 거라고 군은 발표했습니다. 신체검사 1등급을 받을 정도로 건강하게 잘 키워 군에 보낸 저로*서는 너무나 억울합니다. 밝게 웃으며 자란 제 아들의 자살이 정신이 원래 이상했다니요....” 장내는 숙연해지고 눈물 소리만 가득했다.

매년 1700명이 사망 또는 상해로 전역
안 감독은 군피해자 치유지원센터, 이른바 군트라우마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매년 군에 입대하는 청년의 숫자는 27만 명인데 사망 또는 상해로 전역하는 인원이 연 1700명 정도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군에서 다치거나 사망한 장병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정부에서 책임감을 갖고 돌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 감독은 초등학교 시절 고전무용을 추는 무용수의 컬러풀한 옷에 매료돼 무용을 하기 시작했다. “회색의 시대에 빨갛고 알록달록한 옷이 너무나 예뻐서 그 옷을 입고 싶어서 무용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현대무용 석사를 거쳐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무용을 수학했다.


안 감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무용가다. 88 서울올림픽 개막식 메스게임, 대구시립무용단 단장,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폐회식 안무, 하이서울페스티벌 봄축제 예술감독 등의 행사를 통해 수많은 관객들이 공감하는 무대를 만들어 오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한 공연마다 뜨거운 반응을 보여 여러 차례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안은미컴퍼니를 이끌고 있는 예술감독이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1992년 MBC창작무용제 우수상을 시작으로 1994년 서울무용제 연기상, 1999년 맨하탄예술재단 안무가상, 2002년 뉴욕예술재단(NYFA) 아티스트펠로쉽, 2009년 제1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2016년 제16회 한불문화상을 수상하였다.

쓰리쓰리아리랑 공연장면
쓰리쓰리아리랑 공연장면

무용은 마음껏 뛰어노는 것
안은미 하면 상징되는 것이 그녀의 빡빡깍은 머리다. “여러 가지 헤어스타일을 시도해 보았지만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머리를 한번 빡빡깍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기르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깍았는데 너무 맘에 들어 지금까지 고수해 오고 있습니다.” 헤어스타일로도 가식 없이 솔직한 그의 성품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안심(安心)땐스>를 선보인 안 감독은 지난 5월엔 저신장장애인들과의 <대심(大心)땐스>를 통해 무용계에서 시도해 보지 못한 새로운 안무를 통해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기도 했다. 앞으로 성소수자들과 함께하는 <방심(放心)땐스>를 통해 땐스 3부작을 완성시킬 계획이다.


안감독은 유아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아이들은 공부시간에 너무 많은 시간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골격발달과 건강한 성격형성을 위해 뛰어노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안감독에게 “무용, 춤이란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명쾌했다. “무용은 마음껏 뛰어 노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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