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해외 비자금 동원설

▲ 법정으로 출두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망명설이 뜨겁다. 재판을 받고 있는 박의 변호사 전원이 사임했다. 법정에서 ‘정치적 보복’을 주장했다. 이어 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컨설팅회사 MH그룹은 CNN을 통해 “더럽고 차가운 독방에서 지내며 질병 치료도 제대로 못 받는다”고 주장했다. UN 인권위원회에 진정할 계획이다.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전략이다. 이같은 朴의 행보가 망명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朴의 망명설을 둘러싼 3가지 시나리오를 분석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망명 시나리오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1960년 하와이로 망명했다. 4.19의거 이후 이 전 대통령은 한국을 떠난 것이다. 그 후 57년이 지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망명설이 부상하고 있다. 4.19와 같은 촛불 민심으로 권력을 잃고 구속된 게 원인이다.

시나리오1 : 판을 키워라
구속 재판 중인 朴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공범인 최순실·이재용 삼성부회장 등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상태라면 구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승부사적 정치행보를 걸어 온 朴이 승부를 걸었다. 지난 8월 10일 국제컨설팅사인 MH그룹과 사건 수임 계약을 체결했다. 판을 키운 것이다. 정치적 보복에 의한 재판이라는 점을 내세워 불공정을 부각시키며 정당한 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전략이다.

예상 시나리오는 국제 법률컨설팅회사 MH그룹 재판수임(8.10.)→UN인권위 제소→국제재판→망명 등이다. 이는 불구속 재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朴 망명 시나리오는 가동 중이다. 13일 박의 구속 연장이 결정됐다.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사 전원을 사임시켰다. 16일 朴은 정치보복을 주장하며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더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18일 “19일 재판에 나가지 않겠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서울구치소에 제출했다. 구치소에서는 곧바로 재판부에 전달했다. 朴은 사유서에서 “건강상 이유로 재판에 나가기 어렵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루 전인 18일(한국시간), CNN은 朴이 수감생활 중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보도를 냈다. 朴이 더럽고 차가운 독방에서 지내고 있으며 허리질환과 관절염, 신장질환, 영양실조를 앓고 있는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CNN보도는 수임 계약을 체결했던 MH그룹이 개입했다. MH는 朴의 한국 변호인단과는 별도로 국제분야를 맡고 있다. 무아마르 알 가다피 리비아 전 대통령의 아들인 사이프 가다피(Saif Gadnafi)를 변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MH는 사건 수임이후 2개월여 자료 조사를 통해 朴이 교도소 내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MH는 朴문제를 UN 인권위원회에 진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 사회에 호소하여 국제재판을 받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보고서 작성에 영국의 로드니 딕슨 변호사가 관여했다. 딕슨 변호사는 영국 로펌 ‘템플가든 체임버스’ 소속이다.

朴의 판을 키우는 전략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나온다.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재판과 함께 국제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국가 신뢰 추락과 함께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朴의 범죄행위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朴의 개입 정황이 분명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이를 뒤집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朴의 구속당시 해외언론에서는 뇌물수수와 권력 남용에 대한 탄핵 결정 후 구속 수감이라고 보도했다.

CNN보도에 대해 국내 여론은 갑론을박이다. 국내 구치소 인권상황이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지만, 朴의 구치소 생활은 ‘황제수감’이라는 지적이다. 朴은 다른 재소자 6명가량이 기거하는 10.08㎡의 넓은 공간에서 수시로 구치소장과 면담하는 등 특혜논란까지 빚고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라는 이름으로 朴만을 위한 독방이 개조돼 샤워 시설도 설치하고, 수감자 감시용 CCTV도 없앴다. 최소 6인에서 8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혼거용을 개조해 일반 독방의 약 4배 크기의 시설을 만들었다. 화장실도 내부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기에 집착했던 박의 취향이 고려된 것이다. 국내 군·지방자치단체 등의 행사 때도 변기를 교체했다. 해외 호텔에서까지 변기를 재설치 공사를 해서 사용했다.

구치소 경험을 했던 A씨는 “朴의 구치소생활은 ‘황제수감’이다.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노태우 등도 경험하지 못한 특혜였다”고 지적했다. A씨는 “박근혜 만을 위한 구치소 내 편의시설은 차별이다. 다른 수감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줬던 특혜였다. 인권운동가들이 감옥인권 개선을 요구할 때마다 정부는 ‘죄를 지은 사람이니 감수해야 할 것’, ‘세금이 들어가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법을 위반해서 이미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는 것이 이미 형벌이므로 다른 모욕적 처우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군사정권과 보수정권에서 가장 심했다. 그런데 朴 전 대통령이 교도소 인권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MH의 구치소 인권침해 문제 제기의 타이밍이 절묘하다는 지적이다. 구속 연장에 따른 변호사 전원사임과 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발언, 재판 불출석 카드를 꺼낸 이후에 나왔다. 돌발적이라기보다는 노리고 있었다는 평가다.

국문호 정치평론가는 “이런 일련의 행위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범죄여부를 가리는 ‘법률재판’이 아닌 정치보복을 다투는 ‘정치재판’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 커질수록 ‘정치보복’이니 ‘정치재판’이니 하는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주장이 먹히기 위해서는 1심 선고가 최대한 늦춰져야 한다.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될 경우 ‘정치재판’으로 몰고 가기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판결문을 통해 유죄의 증거가 낱낱이 드러나면 ‘정치보복의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 프레임이 굳어진다. 그래서 1심 선고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시간을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이미 1심이 선고된 공범들이 줄줄이 유죄가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나 최순실씨, 정호성 전 비서관, 안종범 전 수석 등 핵심 공범들에게 유죄가 선고된 만큼 중형선고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국선변호인을 선임 하더라도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려면 1달 이상 걸릴 수 있다”며 “국선변호인이 기록을 검토하고 재판에 관여할 때 다시 사선변호인을 선임해서 대응을 하는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시나리오2 : 옥중정치
朴의 재판 불출석과 국제재판 요구와 관련해 옥중정치 시나리오 설이 대두됐다. 박근혜가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자 친박 단체들이 ‘총동원령’을 내리며 주말 대규모 대 정부 집회를 선언했다.

21일 도심 태극기집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7개 친박 단체가 각각 치러지던 행사를 한데 모아 시위를 한 것이다. 구치소 인권문제가 불거지면서 박에 대한 동정론이 먹혀 들어갔다.

국내에서 친박과 지지층 결집만으로 국민 여론을 뒤집기 어려우니까 국제여론을 등에 업고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한 중견 법조인은 “朴 전 대통령이 자신을 ‘정치범’인 것처럼 몰고 가면서 (친박 지지층의 시위와 맞물린 구치소 인권문제로) 국제적 논란을 일으켜 결국은 망명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朴측이 CNN을 통해 국제적인 언론플레이를 한 것은 망명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로펌인 ‘템플 가든 체임버스’이 朴 사건을 수임했다고 밝힌 시점이 8월 10일인 것을 볼 때 朴측이 국제적으로 인권침해 주장을 펴나갈 계획이 몇 달 전부터 추진돼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朴이 ‘정치적 망명’을 도모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면서 “현재 시점에서 국내여론전으로 상황을 뒤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장을 국제무대로 옮긴 것”이라며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서라면 망명카드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및 사정당국 관계자들도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이다.

朴은 뇌물수수와 권력남용 범죄를 벗고 ‘정치재판’ 프레임을 만드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 논란을 일으켜 국내 재판을 피해 결국 자유를 위해서라면 망명도 불사하겠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계속될 경우 현 정부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논란이 커지면 ‘정치망명’ 시나리오와 결합해 이승만 전 대통령처럼 사법적 단죄없는 망명길을 모색할 수 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벤치마킹설도 나온다. 그들은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받은 후 YS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누구 돈으로 움직일까?
朴은 구속됐다. 누가 무슨 돈으로 해외 법률팀을 꾸리고 신문 광고를 냈는지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朴의 석방 시나리오를 짠 인물로 일부 친박인사와 최순실 측근들이 거론됐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벗어난 이재만·안봉근 비서관을 비롯해 최순실 전남편인 정윤회 전 비서실장이 거론됐다. 정은 국제경험이 많고 전략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안·정의 근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최순실씨와 전 남편 정윤회씨

거액의 컨설팅비와 수임료가 예상되는 MH그룹과 로드니 딕슨 변호사를 누가 고용했으며, 어떤 돈으로 지급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제가(수임료) 조사 중이다”면서 “개인이나 자발적 후원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거액의 그런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봐서 이 건 비용 자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오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朴으로부터 컨설팅비와 수임료가 나왔다면 어떤 돈인가 하는 출처가 중요하다. 감옥에 수감된 朴에게서 거액이 나와 해외로 송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설과 최태민 비자금 설이 나오고 있다.

실제 박정희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설은 시중에 파다한 소문이 있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26일 한승희 국세청장 인사 청문회에서 “최순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안민석 의원은 지난 7월 27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행위자 소유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바 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민재산되찾기 운동본부 준비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이 단체는 결성취지문에서 “최태민 일가와 전두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법 축재재산을 낱낱이 환수해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들은“촛불혁명을 통해 새 대통령을 뽑았음에도 최순실 재산몰수는 진전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최순실 일가의 재산은 드러난 것만 수천억 원대이며, 박정희 정권의 불법통치자금을 뿌리로 한 천문학적 재산이 국내외에 은닉돼 있다는 정황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朴, 검찰불신 부추겨

朴의 정치보복 프레임에 곤혹스러운 곳은 검찰이다. 가뜩이나 검찰이 ‘정치적 시녀’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전직 권력이 검찰수사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기 때문.

검찰로서는 朴의 ‘정치재판’ 프레임을 깨기 위해서 朴과 연결된 최순실·이재용 등과 연결된 범죄를 입증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재판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해 정당하다고 선고했다. 이는 이재용 재판에서 대가성을 다시 입증해야 할 숙제가 된 셈이다.

검찰·법원의 칼날 앞에 선 朴의 해외구원군 MH그룹의 장외전투는 시간이 지나면서 치열해 질 전망이다. 박근혜의 승부수는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목을 조르는 최악의 한수가 될 것인가. 막으려는 자와 벗어나려는 자의 한판 승부는 이제 시작이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