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의견 묵살한 공정위, 또 다른 이유 있었나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체위해성이 없다며 심의절차 종료 처리한 애경·SK케미칼의 가습기 메이트 기만적 표시광고사건에서 심사관이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 물론 김 위원장 재임 시기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적폐청산의 칼날을 공정위 내부도 비켜갈 수 없다는 한 예여서 김 위원장의 내부 개혁 움직임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7월 공정위 사무처가 작성한 애경산업 및 SK케미칼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심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가 조사를 끝낸 뒤 해당 기업에 발송하는 공문서다. 심사보고서는 원래 외부에 쉽게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공정위 처분을 놓고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증거자료로 제출됐다.

공정위, ‘가습기살균제기만광고 인정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공개한 심사보고서를 보면 공정위 사무처는 애경·SK케미칼의 가습기메이트 표시·광고가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기만적 광고는 광고내용의 기만성’, ‘소비자 오인성’, ‘공정거래저해성을 갖춰야 하는데 애경·SK케미칼의 표시·광고가 이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가습기메이트의 주 성분 CMIT/MIT가 독성 물질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CMIT/MIT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애경·SK케미칼이 은폐·누락했다고 판단했다. 사용상 주의사항흡입시 유의사항을 표시하지 않아 소비자가 가습기 살균제를 흡입해도 괜찮다고 오인하게 했으며, 오히려 아로마테라피 효과’, ‘피톤치드성분의 산림욕 효과등의 문구로 흡입시 이로운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고 봤다.

이는 공정위 소비자 안전에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으로도 규제하는 행위다. 심사지침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원자재)이 포함된 상품을 표시·광고하는 경우 그 사항이 소비자 안전에 있어 중요 정보임에도 은폐·축소 등 행위로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는 부당한 표시·광고라고 규정하고있다. 이를 두고 공정위 사무처는 애경·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에 반드시 표기돼야할 인체 안전 관련 정보를 은폐·누락하면서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기만적인 표시·광고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소비자가 오인하게 하는 표시·광고로 인명을 사상하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형사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심사보고서에 적시했다.

또 이들 업체의 기만적 표시·광고를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하고 표시광고법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최고 부가율(관련매출액의 0.8~1.0% 이하)를 부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사무처가 판단한 기준에 따르면 애경은 최대 41264270, SK케미칼은 최대 19743010원을 과징금을 내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석연치 않은 심의 종료

하지만 지난해 8, 공정위는 제품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최종 확인된 이후 위법성을 판단해야한다는 이유로 심의 절차를 종료했다. 애경·SK케미칼이 가습기메이트에 독성물질을 사용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를 희석한 제품이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는 결론이 나지 않았으므로, 판단을 유보한다는 뜻이다.

당시 공정위는 표시광고법상 기만적 표시·광고는 소비자의 생명·신체 위해가능성 등 중요사실을 은폐·누락한 행위를 말하나, 인체위해성 여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한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내고 무엇보다 소비자 보호 주무부처로서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그 피해자들에게 큰 상처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최근(’17.9.11.) 환경부가 CMIT/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의 인체위해성을 인정하는 공식 의견과 관련 자료 등을 통보해 와 이를 토대로 신속히 재조사에 착수하여 연내 전원회의에 상정하여 처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지나친 기업 프렌들리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독성물질은 사용됐지만 인체에 유해한지는 결론이 나봐야 한다는 것은 가습기 살균제로 하루하루 병마와 싸우고 있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지난 8,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을 초청해 정부를 대표해 공식 사과했다. 같은 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 재발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살생물질안전관리법)’을 심의·확정했다. 새 정부 출범이후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시작한 김상조호 공정위의 움직임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