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푸틴·아베·김정은 ‘5인5색’

▲ 트럼프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일본총리

한반도가 위기다. 핵전쟁이 일촉즉발이다. 미국·중국·일본이 북한의 핵 위협에 강력 대응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두고 미일과 중러로 나뉘었다. 하지만 우리는 배제돼 있다. 중국과는 사드 배치문제로 수교 이후 역대 최악의 관계다. 일본과도 위안부 문제로 최악을 달리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한국만 쏙 빠졌다. 이해 당사국끼리의 외교전에서도 한발 물러나 있다. 야당은 코리아 패싱을 넘어 코리아 낫싱이라며 정부의 안보문제를 꼬집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주변 4강과 김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6차 방정식을 분석한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이 위기다.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위기가 국제사회의 핫 이슈다. 북한 김정은은 고장 난 폭주기관차이다. 트럼프의 대북 경고에 괌을 폭격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기습적으로 제6차 핵실험을 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지도자라는 평가다.

, 끊임없는 도발

김정은의 행동이 일정 수위를 넘어가고 있다. 810, 트럼프의 대북 경고에 괌을 폭격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북한의 김락겸 전략로켓군 사령관은 전략군은 8월 중순까지 괌 포위사격 방안을 최종 완성해 최고사령관(김정은) 동지께 보고 드리고 발사 대기태세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달 25일과 29일에 각각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화성 12형을 발사했다. 결국 지난 3일 기습적으로 제6차 핵실험을 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북한 도발의 원인으로 북미대화를 위한 밑그림 그리기로 보는 관측이 있다. 한국을 건너뛰고 미국과 직접 협상해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군사 전문가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 원인은 리비아 카다피와 우크라이나를 반면교사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 나라는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체제나 국가 안전 보장을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이 약속했다. 정작 핵을 포기하자 리비아 카다피 정권은 프랑스의 주도와 미국의 추인으로 붕괴됐다. 카다피는 죽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림반도는 결국 분리돼, 20143월 러시아와 합병됐다. 이러한 선례들이 핵포기와 관련 김정은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체제가 태생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수많은 숙청에 이어 내부 단결을 위해 미제라는 외부의 적과 대결 구도를 강화해 내부 불만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떤 결론을 따르던 간에 체제 안정을 위한 목적의 도발이라는 것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군사 옵션 만지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러시아 업체가 미국 대선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해 FBI 수사를 받고 있다. 국면 전환용 한방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미국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름 휴가 중이던 89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같은 달 1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북한이 현명하지 않게 행동할 경우 군사적 해결책이 완전히 준비됐고(in place) 장전됐다(locked and loaded)”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이 다른 길을 찾길 바란다고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맞불을 놓으면서 한국의 간을 봤다. 안보가 불안해진 문 정부가 서둘러 사드를 배치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공격하면서 상주에 사드 배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에 분통터진 시진핑

한국의 사드배치로 가장 위급해진 건 중국이다. 김정은의 무모한 도발로 사드가 배치되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예전부터 시 주석이 마오쩌뚱(毛澤東) 전 주석처럼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를 위해 중국의 이번 19차 당 대회는 시 주석에게 매우 중요한 무대다. 김정은의 행동은 이러한 시 주석의 야망에 재를 뿌린 격이라는 게 중국문제 소식통들의 견해다.

지난 3일은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브릭스(BRICS) 회의가 푸젠성 샤면에서 개막했다. 중국의 다자외교 무대로 시진핑 1기 체제의 외교성과를 총결하는 자리다. 이런 중요한 날에 김정은은 핵실험을 한 것이다. 잔칫날에 재를 뿌린 셈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쾌하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국은 북한 핵실험 바로 다음날 서해 인근에서 미사일 요격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중국의 인내심은 점차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중국의 반응이 한국에 반사 효과로 중국과의 관계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관계만 악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주요국 정상들과 북핵 문제에 대해 전화 통화를 했다. 시 주석과는 아직까지 통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 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의 반응도 한 차원 더 거칠어졌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장수 주중 대사를 초치했다며 날짜까지 직접 확인해줬다. 이는 외교관례상 중국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에서 사드를 악성 종양에 비유하며 한국이 점점 북한과 같이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사드 보복 재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져만 가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이날 현대자동차의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가 합자회사 베이징현대와의 합자관계를 끝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아베는 지지율 반전 계기

···북 사이에 낀 한국을 보며 가장 즐기는 것은 아베 일본 총리다. 부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 교장으로 있던 학교에 국유지를 평가액의 10% 정도의 헐값으로 매각한 학원 스캔들로 지지율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로 내부를 결속하는 효과가 났기 때문.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아베 입장에서 한국전쟁은 굳이 나쁜 카드가 아니라는 게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북핵이 위협적이지만 전쟁이 날 때 가장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속내다. 실제 일본이 1945년 패망이후 폐허가 된 일본을 재건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전쟁의 덕이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해 일본 정부는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 중국과 연대해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북한의 핵실험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한에 강력 항의한다고 말했다.

불가근불가원 입장 견지하는 푸틴

6일 이뤄진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압박과 제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대북제재 동참 요청을 단칼에 잘랐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진행 후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의 핵도발은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북핵문제는 압박과 제재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지금 우리는 냉정히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하고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을 제재 조치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보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로드맵을 구축했는데, 이 로드맵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면서 (로드맵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외교적 수단 없이 현재 상황을 진전시키는 건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북한이 추구하는 핵·미사일 개발이 잘못된 길이자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시급한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이런 면에서 저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가 확고한 북핵 불용 원칙하에 유엔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고,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점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푸틴 대통령이 북핵문제의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입장과 노력에 대해 전폭적인 이해와 지지를 표명해 준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완화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했으나 각론에는 중립적이며 실리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위기 상황 주변 4강대사 인선에 의구심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한국은 주변국의 움직임에서 다 배제되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변 4강 외교관들에 대선 공신들이 내정됐다. 주미 대사에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주일 대사엔 이수훈 경남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주중 대사엔 노영민 전 의원, 주러 대사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이 내정됐다.

조 주미대사 내정자는 참여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주영 대사를 지냈고, 이 주일대사 내정자는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과 문 대통령 국정기획자문위 외교안보분과위원장을 지냈다. 노 주중대사 내정자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과 이번 대선 선거대책위 조직본부장을 지냈고, 우 주러대사 내정자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 법률고문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초대 4강 대사는 조윤제 주미대사 내정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대선 캠프 인사거나 정치인 출신의 비()외교관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러한 정치인 출신 대사 인선은 직업 외교관들의 네트워크에 들어가는데 한계가 있어 자칫 우리가 외교 무대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떤 전직 외교관계자는 우리 외교관들이 워싱턴 정가의 사람들을 만나질 못한다는 말도 나온다며 이런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을 너무 쉽게 보는 인선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핵동결과 평화협상이 병행되는 북미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우리도 북한과의 대등성 인정해 남북경제협력과 다자적 정치·경제 체제의 구축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격동의 명말청초 1600년대 초반, 광해군은 명과 후금 사이에서 조선의 실리를 최대한으로 챙기는 외교로 호란의 위협을 비껴나갔다. 인조반정으로 그런 노력은 공염불이 됐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에게 광해군의 지혜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런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은 광해군의 지혜로 이 난국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걱정섞인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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