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내 은행들의 영업 환경과 자산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6일 무디스는 국내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소피아 리 무디스 이사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은행권은 경제성장 둔화와 소비심리 부진, 지속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비우호적 영업환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새 정부 출범도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이 직면한 어려움으로 소비자보호정책에 따른 비이자 수익 성장 부진, 핀테크 기업과 경쟁, 고비용 구조 등을 꼽았다.

무디스는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2.5%, 내년 2.0%로 작년의 2.7%보다 낮게 전망하고 있다.

리 이사는 또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기업의 매출 부진과 시장금리 인상으로 기업대출의 자산 건전성에 압박이 예상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인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 장기화로 우발채무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국책은행은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할 것"이라며 "국책은행은 2013년 이래 공급과잉 업종에 대규모 대출을 해줘 시중은행보다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가계부채 증가에도 평균적으로 가계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를 웃돌고 주택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소매대출의 자산 건전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국내 은행권의 자금조달과 유동성, 수익성과 효율성은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리 이사는 "국내 시중은행의 원화 예대율이 98.3%이고 은행권 전체 외화자금조달 중 장기 자금조달 비중이 90%를 웃도는 등 한국 은행권의 자금조달 구조는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규대출의 금리가 높아져 순이자마진(NIM)도 개선될 전망"이라며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분석했다.

리 이사는 "여전히 고비용 구조가 지속하고 있으나 은행들이 엄격한 비용 관리를 유지할 것"이라며 "은행권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금융당국이 내년 도입을 검토 중인 회생 및 정리제도와 관련, "선순위 채권자 손실분담(bail-in)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정확한 방향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리 이사는 "선제적 자본투입이 가능하다고 명시한 일본형 제도를 채택하면 은행권 신용도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유럽형을 도입하면 은행권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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