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95) 총괄회장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555m) 꼭대기에 올랐다. 롯데월드타워는 신 총괄회장이 평생 ‘숙원’으로 지은 국내 최고층 빌딩이다.
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롯데월드타워에 도착했다.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행했다.
횔체어를 탄 신 총괄회장의 수행 등은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롯데 비서실이 맡았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미국 출장 중이라 아버지를 직접 맞지 못했다. 신 총괄회장을 보호하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이 일부러 신 회장의 부재 기간에 방문을 추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 총괄회장은 우선 1층 홍보관에서 박현철 롯데물산 대표 등으로부터 롯데월드타워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곧바로 전망대(117~123층) ‘서울 스카이’(Seoul Sky)로 향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은 478m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118층 세계 최고 높이의 유리 ‘스카이 데크’에서 크게 즐거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신 총괄회장은 월드타워 안 새로 생긴 특급 호텔인 시그니엘에서 식사를 하는 등 3시간가량 머물다 돌아갔다.
롯데월드타워를 포함한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는 무려 30년 전인 1987년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총괄회장이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며 대지를 매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롯데그룹 한 임원은 “신 총괄회장이 1987년부터 부지를 사고 초고층 빌딩 건설을 결심했을 때 주위의 반대가 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초고층 사업은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들어가는 반면 단기간에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룹 내 누구도 “세계 최고의 그 무엇이 있어야 외국 관광객들을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신 총괄회장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신동주, 신동빈 두 형제간 경영권 분쟁 등과 맞물려 신 총괄회장이 롯데월드타워 현장을 찾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3개월 전, 103층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당시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로부터 공사·영업 현황을 보고받은 2015년 12월 1일이 마지막이었다.
롯데는 지난달 3일 롯데월드타워 공식 개장식을 앞두고 신 총괄회장에게 ‘그룹 임직원 일동’ 명의로 초대장을 보냈다. 하지만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 속에 신 총괄회장은 결국 개장식 당일 나타나지 않았고 개장 한 달 만인 이날에야 자신의 꿈이 이뤄진 현장을 찾았다.
창업주의 깜짝 방문에 롯데 임직원들의 감회도 남달랐다.
박현철 롯데물산 대표는 “지난 개장 행사 때 뵙지 못한 아쉬움을 오늘 풀었다”며 “타워 완공을 이제야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