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상자법·범죄피해자보호법 보상 절차 오래 걸려... 곧바로 도와줄 방안 시급

본지에서는 언론기사에 나오는 사건들을 법률적 측면에서 재해석 해보고자 한다. 그 첫번째는 일명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다. 지난 2007년 착한 사마리아인 법의 일종인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의사상자법)’이 공포·시행됐다. 또한 범죄피해자보호법2010년부터 시행중이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자비로 치료한 뒤에 후불로 청구하는 구조라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 미흡하다는 평가다경찰 등 공권력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시민을 보호하다가 부상을 당한 의인을 홀대한다고 보는 것. 이에 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있다.

4월 10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낙성대 묻지마 폭행' 막은 義人이 울고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바탕으로 이와 관련된 현행 법률을 알아보기로 한다.

지난 7일 오후 51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출구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던 김모(54)씨가 맞은편에서 내려오던 여성을 보더니, 난데없이 따라 내려가 주먹으로 마구 때린 것이다. 마침 개찰구에서 나와 이 광경을 목격한 곽경배(40)씨는 도와주세요라는 여자 목소리를 듣고 김씨에게 다가갔다. 달아나려는 김씨를 곽씨가 막아서자 김씨가 주머니 속에서 여행용 칼을 꺼내 휘둘렀다. 곽씨는 오른 팔뚝을 찔려 피가 철철 흐르는 상황에서도 김씨를 붙잡고 인근 건물 화단으로 굴렀다. 주변에 있던 고등학생들과 시민 5~6명이 달려들어 김씨를 붙들었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바닥에 쓰러진 김씨를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노숙인으로 밝혀졌다. 그는 여성을 폭행한 이유에 대해 나를 비웃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8일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흉기에 찔린 곽씨는 동작구 보라매병원으로 이송돼 지난 8일 오전 2시부터 7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오른팔 동맥과 오른손으로 이어진 신경 6개가 절단된 상태였다. 9일 보라매병원 병실에서 만난 곽씨는 엄지손가락을 뺀 오른손 손가락 4개가 모두 아무 감각이 없는 상태라며 병원 측으로부터 재활 기간이 2년 정도 걸리고 운동신경이 70%밖에 못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원래 수술이 4시간 반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해 밤을 꼬박 새워서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임전문지인 '데일리게임' 편집장으로 일하는 곽씨는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여성을 보니, 저도 여동생과 엄마가 있는 입장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칼에 찔릴 때) 정신이 아득해졌는데 내가 피하면 저 칼로 다른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곽씨를 의인(義人)이라고 불렀다. 이에 대해 곽씨는 나는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그냥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반 시민으로서 대응했을 뿐이라며 함께 도와준 주위 시민들과 학생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곽씨는 수술·입원·치료비 등 수백만 원을 혼자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곽씨는 경찰로부터 피의자 김씨가 노숙인인 데다 가족이 없어 당장 병원비 등 피해 보상을 받을 방법이 딱히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강도·절도·폭행·납치 등의 범행을 제지하거나 그 범인을 체포하다가 다치면 의상자(義傷者)로 지정돼 병원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상자로 지정되려면 따로 신청을 해서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보상까지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곽씨의 경우 범죄 피해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라 치료비를 국가에서 지원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경찰 조사와 법무부 심의를 거쳐야 한다. 어느 경우라도 당장 병원비는 곽씨가 내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 등 공권력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서 시민을 보호하다가 부상을 당한 의인이 우선 자비(自費)로 치료한 뒤 후불(後拂)로 국가에 청구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관악경찰서 측은 지금 상황에선 곽씨 같은 의상자를 곧바로 도와줄 수 있는 보상 제도가 없는 실정인데, 최대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고 말했다.<조선일보 4월10일자 기사>

이 기사에 따르면 '의인' 곽경배 씨에게는 우선적으로 '의사상자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아래에서 보듯이 시장·군수·구청장 같은 기초단체장과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같은 광역단체장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청구해야 되서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법)>

제3(적용범위) 이 법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 적용한다.     1. 강도·절도·폭행·납치 등의 범죄행위를 제지하거나 그 범인을 체포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구조행위를 한 때

5(인정신청 등) 이 법의 적용을 받으려는 사람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주소지 또는 구조행위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의사상자 인정신청을 하여야 한다.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항에 따른 인정신청을 받은 때에는 지체 없이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사상자 인정 여부의 결정을 청구하여야 한다.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관할 구역 안에서 구조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직권으로 시·도지사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사상자 인정 여부의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청구를 받은 때에는 위원회의 심사·의결을 거쳐 60일 이내에 의사상자 인정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다만, 구조행위의 사실 여부 확인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30일의 범위 내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제4항에 따라 의상자로 인정하는 결정을 하는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상 정도에 따른 등급을 함께 결정하여야 한다.

8(보상금) 국가는 의상자 및 의사자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상금을 지급받은 때에는 그 금액에 상당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

다른 법률인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르더라도 경찰 조사와 지방검찰청 산하 지구심의회를 거쳐야 되서 빠른 피해자 구제에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의인들은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한줄기 빛'과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고마움의 표시에 인색한 것이 아닌가 한다.

<범죄피해자 보호법>

3(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범죄피해자"란 타인의 범죄행위로 피해를 당한 사람과 그 우자, 직계친족 및 형제자매를 말한다.     4. "구조대상 범죄피해"란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 행하여진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해치는 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장해 또는 중상해를 입은 것을 말한다.     1항 제1호에 해당하는 사람 외에 범죄피해 방지 및 범죄피해자 구조 활동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도 범죄피해자로 본다.

24(범죄피해구조심의회 등) 구조금 지급에 관한 사항을 심의·결정하기 위하여 각 지방검찰청에 범죄피해구조심의회(이하 "지구심의회"라 한다)를 두고 법무부에 범죄피해구조본부심의회(이하 "본부심의회"라 한다)를 둔다.     지구심의회는 설치된 지방검찰청 관할 구역(지청이 있는 경우에는 지청의 관할 구역을 포함한다)의 구조금 지급에 관한 사항을 심의·결정한다.

25(구조금의 지급신청) 구조금을 받으려는 사람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주소지, 거주지 또는 범죄 발생지를 관할하는 지구심의회에 신청하여야 한다.

28(긴급구조금의 지급 등) 지구심의회는 제25조제1항에 따른 신청을 받았을 때 구조피해자의 장해 또는 중상해 정도가 명확하지 아니하거나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신속하게 결정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으면 신청 또는 직권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의 범위에서 긴급구조금을 지급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1항에 따른 긴급구조금 지급신청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주소지, 거주지 또는 범죄 발생지를 관할하는 지구심의회에 할 수 있다.    국가는 지구심의회가 긴급구조금 지급 결정을 하면 긴급구조금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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