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회장이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계열사인 이랜드파크가 직원 17백여 명의 2월 급여를 연체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기 때문. 회사 측은 급여 연체의 원인으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위기의 원인을 두고 회사의 방만한 투자나 내부 고발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라고 보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재계순위 40위 기업, 체불임금 30억 지불해서 유동성 위기왔나

이랜드파크는 지난 23일 김현수 대표이사 명의 공문을 통해 “2월 급여가 일부 지연된다는 어려운 소식을 전하게 돼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본사 직원 급여 전액, 매장 정규직과 계약직은 50%의 급여만 주기로 했다. 아르바이트 직원 급여는 전액 지급된다. 이는 총 직원 14725명 중 11.5%의 직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일부 보도에서 이랜드파크 측은 이른바 ‘15분 꺾기로 지난해 체불한 아르바이트생 임금 30억 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계 순위 40위를 기록한 이랜드그룹 주요 계열사인 이랜드파크가 체불임금 30억 원 때문에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본지는 2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이랜드파크 재무제표를 확인했다. 그 결과 원인은 임금 지불이 아니라 지배회사나 계열사에 대한 자금 대여로 나타났다.

현금자산 458억 원인데도 월급 연체

<한국증권>이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 지난해 47일 등록된 이랜드파크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5년 매출액은 7252억 원으로 2014년 보다 1363억 원이 늘었다. 2015년 자본총계(자산에서 부채를 뺀 합)104억 원 늘어난 2633억 원이었다. 현금·현금성 자산도 2014년 보다 98억 원 증가한 458억 원으로 나타났다.

여러모로 살펴봐도 유동성 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랜드파크의 2016년 매출액도 2015년과 비슷한 7천억 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체불임금 84억 원 중 30억 원을 지급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랜드파크는 2015년 한 해 동안 2137억 원을 임금으로 지급했다. 매달 178억 원을 인건비로 지출한 셈이다. 매출액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회사라는 것을 감안해도 재무제표로 볼 때 유동성 위기에 빠질 정도는 아니다.

김선재 증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정도 현금자산을 보유하면서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의문이라며 “(자금외의)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지배기업과 계열사에 대한 무리한 대출이 원인?

이랜드파크는 지난해 729, 계열회사인 예지실업에 112억 원의 기존 대출금을 연장해줬다. 예지실업은 베어스타운을 운영하는 회사로, 이랜드파크가 지분의 50%를 가지고 있다. 이어 929일에는 최상위 지배기업으로 지분 14.66%를 보유한 이랜드월드에 230억 원을 빌려줬다.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랜드파크는 2015년 이랜드건설 차입금(39억원)과 자연별곡 신규출점으로 이케이에프제일차주식회사와 300억 원, 뉴트럴인베스트유한회사와 120억 원의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했다.

자금보충약정은 기업 계열사 간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되는데, 지난 2012년 웅진홀딩스 사태에서 수면위로 문제가 부각됐다. 웅진홀딩스는 계열사와 자금보충약정을 맺었다가 채무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편법은 아니지만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급여를 지불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유동성 위기를 겪을 걸 알면서 예지실업과 이랜드월드에 3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빌려줬다면 업무상 배임행위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금보충약정에 대해서도 “(자금보충약정은) 일종의 무담보로 빌려준 것 아니냐면서 이것도 일종의 배임행위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부 결속용 임금연체?

노동계 등에선 이랜드파크의 정규직·계약직의 2월 급여 연체를 회사 측의 경고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5분 꺾기를 통한 아르바이트생 임금체불을 고발했다. 애슐리 아르바이트생의 내부고발로 세상에 드러났는데, 곧바로 정규직·계약직 직원의 연장근로수당을 체불한 사실이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회사가 운영하는 26개 외식사업부 브랜드 360개 직영매장에서 같은 방식의 임금체불이 일어난 사실을 적발했다. 이 일로 이랜드그룹은 직원들의 임금을 고의로 체불한 블랙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랜드파크는 임직원들의 2월치 급여가 연체된다는 사실을 급여일 이틀 전인 23일에야 통보했다. 애슐리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급여일 이틀 전에 임금이 50%만 지급되는 걸 알았다고 했다.

회사가 사내 문제를 밖으로 알리는 것과 관련해 경고 성격으로 임금을 고의적으로 연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속적으로 이랜드파크 임금체불 문제를 제기해 온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에서는 유동성 위기는 말이 안된다면서 “(이랜드파크가) 엉뚱한 경고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서 앞으로 나올 수 있는 내부고발자 등에 대한 경고 차원의 행동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경영계획상 없던 돌발변수로 인한 일시적인 자금사정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고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3월말까지는 미지급된 아르바이트 임금도 지급할 것이라며 시스템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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