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광주 '기적' 재현 여부... 안철수, '강'철수 변신 관심

정치권이 천지개벽하고 있다. 충청·호남민심이 혼란스럽다. 충청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됐다. 호남은 야당의 본산으로 절대 강자가 없다. 야권이 정권교체를 위해선 충청과 호남의 교두보 확보가 중요하다. 과거 노무현 바람도 호남에서 시작, 충청을 거쳐 서울로 올라왔다. 문재인의 대세론에 맞선 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대망론을 꽃피우기 위해선 충청과 호남 민심을 얻어야 한다. 충청과 호남은 백제권 문화이다. 이런 이유에서 야권의 충청과 호남 구애를 황산벌전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황산벌 전쟁 승리자가 야권 대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쟁은 시작됐다. 여야는 분화됐다. 여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야는 더불어민주망과 국민의당으로 나눠졌다. 본선에 나설 당내 후보전쟁도 격화되고 있다. 여권은 탄핵정국과 맞물려 제대로 된 후보군을 갖추지 못했다. 반면 야권은 대세론의 문재인, 안희정(더민주)이 경합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문대세론에 맞짱을 뜨는 양상이다.

야권의 스몰잠룡 안희정 지사와 안철수 의원의 전쟁이 관객들에게 재미를 부가하고 있다. 둘중에 호남과 충청을 쥐는 자가 문의 대세론을 꺾고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촛불민심을 바탕으로 50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한 ‘50대 기수론이 대두되고 있다.

‘50대 기수론의 주인공도 두 사람이다.안 지사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대선전에 뛰어들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탄핵정국을 통해 급부상하며 문제인 전 대표에 이어 지지율 2위를 차지했다. 의사출신 벤처기업인이던 안 의원은 2015년 국민의당을 창당하며 호남을 교두보로 원내교섭단체로 키웠다. 2% 부족한 것이 우유부단함이었는데, 최근 강철수로 변했다.

안희정의 외연확대

안희정이 변했다. 리틀 노무현의 이미지를 버렸다. 2일 더민주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대연정론을 제시했다.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전략으로 외연확대를 위한 것이다. TK지역에서도 안 지사에 대한 지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노계 한 인사는 평생 지역갈등 해소를 위한 정치를 해온 노무현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것이라며 지지했다. 반대 세력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자가 노무현 정신을 곡해한다며 비판했다.

여권도 반겼다. 새로운 빅 텐트’, ‘3지대논의의 시작으로 봤다. 김종인 전 대표가 물밑에서 안 지사의 책사 역할을 한다는 설도 있다. 지난 15일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회동을 가졌는데, 이는 안 지사의 대연정과 맥을 같이하며 여야간 협치의 바탕을 다지려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대연정과 함께 내세운 전략은 세상을 바꿀 젊은 리더십이다. 그는 출마를 앞두고 가진 서울 대학로 모임에서 입으로만 말하지 말고 행동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그것이 시대교체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의 거침없는 행보는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안 지사가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가 당심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부터 대통령 후보를 뽑는 완전국민경선 선거인단 등록을 시작했다. 안 지사가 승리하기 위해선 무당파와 보수 성향 유권자를 선거인단으로 모집해서 문과 대항해야 한다. 더민주의 당내 경선은 호남지역부터 시작된다. 안 지사 캠프는 당내 경선 최대 격전지인 호남에서 지난 2002년 돌풍을 일으켜 결국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적을 재현한다는 각오다. 안 지사 측의 관계자는 노무현 바람이 광주에서 시작됐던 것처럼 안희정 바람도 광주에서 시작, 충청에서 거쳐 서울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 다행스러운 점은 호남과 비 야권 지역인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안 바람이 불고 있다. 문대세론에 맞서 한판해 볼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 非지지층에서 안 지사에 대한 지지는 강해지고 있다. 최근에 대구·경북 지역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 소속 A의원은 지역 노인정을 찾았는데 이번에 (대선 후보로) 황교안은 안 된다. 대세는 안희정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대표적 극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는 문 대세론을 막기 위해 안 지사를 야권 후보로 밀어주자며 더민주 후보경선 참가 신청을 인증한 인증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는 대표적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 모임인박사모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안철수, 강철수 변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달라졌다. 변화의 조짐은 설 이전부터 감지됐다. 지난 122일 광주에서 문 전 대표의 광주유세가 있었다. ‘강철수란 별명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안 전 대표가 호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국민의당 텃밭인 호남에서 문 대세론을 제거하는 한편, 문제인과 안희정의 호남 구애를 방어하겠다는 의도다. 안 전 대표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는호남의 사위였다. 부인 김미경 교수가 전남 여수 출신이다. 아직도 장인 부부는 여수 중앙동에 살고 있다. 비호남 출신으로 호남과 연고가 없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의 호남 입지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백제문화권인 충청까지 교두보를 확대해 수도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안 전 대표는 호남과 충청에서의 전쟁에서 안희정 지사보다 문재인 전 대표만을 타깃삼아 공격하고 있다. 안 지사의 돌풍은 더민주 경선에서 꺾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본선에서 맞설 후보만을 공격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안 전 대표는 안희정 지사를 상대하지 않고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한편, 문 전 대표만을 공격하는 양상이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혁명 포럼에 참석해 미래 먹거리 창출 방안을 논의하면서도, 안 전 대표는 자신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적임자임을 강조하면서 문 전 대표와 차별화를 꾀했다. 2일 국민의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이 싸움에서 이길 자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누가 더 대한민국을 개혁할 적임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할 적임자인지를 묻게 되는 순간 문재인의 시간은 안철수의 시간으로 급격하게 이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공세와 동시에 발언 수위도 올라가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한 뒤 적극적으로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았고 양보 과정도 명쾌하지 않아 실망감을 줬다는 지적에 대해 양보만으로도 고맙다 하는 것이 기본적 도리라며 양보뿐 아니라 도와줬는데 고맙다기는 커녕 졌다고 하는 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동물도 고마움을 안다. 그런 말을 한 건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젠 정치적이 됐다. 평소 본인의 유약한 이미지를 벗으려는 노력을 했다. 이는 국민의당의 본진인 호남을 수성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확산세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야권의 전쟁은 결국 호남중심 백제권에서 결판이 난다. 야권의 성지 호남과 대권 캐스팅 보드를 쥔 충청이 어떤 안을 선택해야 편안할 것인가에 세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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