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제 성결대 교수
세계 각국의 대도시는 각각의 특색을 갖고 있고, 그 도시만의 독특한 디자인과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외부경관 측면에서 유럽이나 미국의 대도시들과 우리나라 서울의 큰 차별은 근교의 산과 강이라고들 얘기한다. 서울은 도심과 가까운 곳에 북한산과 도봉산, 청계산, 관악산 등 아름다운 산들이 많이 있어서 시민들이 언제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한강 이라는 큰 강이 도시의 한 복판을 지나가면서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외국도시의 강 주변에는 관광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관광객들을 모이게 하는 관광명소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은 한강을 운항하는 유람선을 타보면 황량한 아파트만이 한강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볼 수 있는 것은 특정지역의 특정주민들만의 소유물이 아니고 서울 시민의 공동재산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지역은 아파트가 한강을 병풍처럼 막아서 가까이 있는 남산이나 멀리 보이는 북한산을 아예 볼 수 없게 만든 곳도 있다.

최근 들어 오래된 주거지를 재건축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한강 주변의 일부 아파트 단지들은 재건축하는 아파트의 층수 제한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갈등의 주요인은 건물층수를 제한하여 한강 주변의 경관을 확보하려는 서울시와 건축층수를 올려서 재건축비용을 줄이려는 주민들 간의 의견 상충이다.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와 보이지 않는 아파트 사이에는 가격 차이가 커서 고층일수록 가격이 높다고 한다. 주민들이 층수를 올리려는 것은 결국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다.

아파트 가격을 올려서 재산 가치를 늘리려는 것은 개인의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 가격상승은 먼저 생산의 3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을 제공하는 대가인 지대, 임금, 이자 중에서 지대가격이 올라가는 것으로써 기업의 생산원가를 올려서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다음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층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요원해진다. 집 값 상승은 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는 청년들에게 주택보유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렇게 내 집 마련이 어려우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으라고 기성세대들이 젊은이들에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생산활동가능인구(15세∼64세)가 2017년부터 감소되기 시작하는 이때 청년들에게 우호적인 경제활동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과거에 우리나라 부자들이 부동산에 투기하거나 투자를 하여 부를 축적했던 재테크 방법은 변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인 1955년생이 65세가 되는 2020년부터 생산활동가능인구의 본격적인 감소 및 2030년 이후 총인구의 감소가 현실화되면 주택수요가 감소하여 부동산 가격이 하락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거주개념으로 변해야 한다. 경제학에서 도시의 아름다운 경관은 특정한 사람들만이 소유하는 사유재가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보고 누려야 하는 공공재이다. 따라서 한강 주변의 재건축지역의 아파트 층수를 제한하여 공공재를 확보하려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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