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다고 해서 성취욕이 있는 삶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더 좋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사회 활동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2015년도)인 미국 프린스턴대 앵거스 디턴 교수가 그의 저서 <위대한 탈출>에서 선언한 말이다.

0……과거 한국은 꿈이 넘치는 나라였다. 젊은이들이 꿈만 가지면 어느 정도 자기 목표를 소박하게나마 성취할 수 있는 나라였다. 1970년대에서 1990년대 고도 성장의 신화를 이루게 했던, 한국을 일약 세계 12대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오르게 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꿈이 증발한 나라꼴이 돼 버렸다. 12대 경제 대국이라는 허상에 빠져 자화자찬(?)하고 있을 때, 뻥 뚫린 듯한 기회의 대문은 어느 순간에 좁은 문으로 바뀌어져 버렸다. 이제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기 힘든 절망적인 현실이 자식에게 까지 대물림될 것이라는 좌절감이 작금의 현실로 둔갑되었다.

자식이 나보다 사회적으로 더 성공할 수 있는가?’라는 통계청 조사를 훑어보면 아니다라는 부정적 응답이 1999년도 11.7%에서 2015년도에는 무려 50.5%로 수직상승했다. 공정한 경쟁의 법칙은 있으나 마나한 현실이 돼버리고, 이제 중산층은 사라지고 소외된 다수의 서민층만 양산돼 가슴을 두드리며 사는 모양새가 되었다.

0……기회의 문, 기회의 통로는 누가 닫아 버리고 누가 좁디좁은 골목길로 좁혀 놓았는가?

아버지의 세대는 소득 불평등, 아들의 세대는 기회 불평등, 이것이 다시 삶의 질과 빈부 격차를 더욱 벌이게 하는 악순환의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울해하는 어느 교수의 진단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지금 한국은 불평등의 사회로 고착화돼가는 양상을 어디서건 목격할 수가 있게 됐다.

최근 한국개발원(KDI)과 모 신문사가 19세 이상 남녀 성인 1000명을 상대로 한국에서 출세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라는 설문 조사 결과, 혈연 지연 학연 등 인맥이 36.8%, 경제적 배경이 28.5%로 나타나 부의 대물림, 기회의 대물림, 불평등의 대물림이 한국사회를 장악(?)해 버렸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0……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희망과 기대의 시절은 이제 끝났는가.

년들은 임시직조차 잡지 못해 거리를 방황한다. 일자리 창출, 노동개혁의 목소리는 높아져 있지만,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노동조합을 등에 업은 정규직이 밥그릇(기득권)지키려 철벽을 쌓고 있어, 개혁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 임시직 비정규직이 600만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고 더하여 더욱 더 늘어가고 있다. 서민으로 전락한 중산층이 다시 중산층으로 되돌아 가려면 공공기관의 철밥통 정규직, 중대기업의 정규직은 돼야하고, 이를 뚫지 못하면 소외된 다수의 낙오자, 분노 울분을 꾹꾹 눌러가며 살아 가야만 한다.

0……드디어 개헌의 때가 왔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에 따라 개인의 신분과 계급이 좌우되고 있는, 불평등이 세습되고 있는 이즈음의 한국사회는 금반지 대신 금수저로 돌잔치를 한다는 새로운 세태, 금수저의 판매량이 금반지 판매량을 제쳤다는 뉴스들이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국민의 상처가 나날이 널리 퍼져가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판만 바꾸면 될 일인가. 배고픈 다수, 정치에 신물이 난 다수의 허기진 서민의 배는 누가 다독여 줄 것인가. 허리띠를 바짝 조여 매도 허기진 배는 여전히 허기진 배다.

0……대권을 꿈꾸는 자는 정치판 만 들여다보지 말아야 한다. 울분과 분노에 찬 다수의 서민이, 600만의 비정규직과 그 가족이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가슴을 조려야 할 것이다. 대권 야심에 사로잡혀 오직 대통령 권좌만 바라보는 자, 그 결과가 좋을 수가 없음을 속히 깨달아 야심(野心)을 버리고 민()의 심()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통령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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