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에서 청렴으로>의 저자 김세곤 긴급제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호는 침몰했다. 최순실 비리와 관련 검찰의 공사장에는 대통령을 피의자로 직시했다. 아래부터 권력 상층부까지 부패로 얼룩진 총체적 부패 공화국이다.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지만 부패인식지수는 170개 국 중 40위권. OECD 34개 국가 중 27위(2014~2015)이다. 글래드 스톤 영국 수상은“부패는 망국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한국미디어서비스과 칼럼리스트 김세곤은 특집<부패공화국 대한민국을 바꾸자>칼럼을 통해 부패가 만연한 비정상한 사회의 정상화를 통한 공정한 사회 구현을 추구하고자 한다.
세월호 참사와 공직개혁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아픔이요 수치(羞恥)다. 지금도 TV만 보면 슬프고 화가 난다. 승객을 버린 선장과 선원들을 보면 이렇게 우리 사회의 직업윤리가 타락했을까 싶고, 초기부터 우왕좌왕한 공무원(公務員)들은 한마디로 공무원(空無員)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야경국가도 수행했던 ‘국민의 생명과 안전’도 지켜주지 못하면서 국가라 할 수 있는가?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에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면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리고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밑그림을 제시했다. 해양경찰청 해체, 관피아 척결, 소위 ‘김영란법’ 통과 요청 등 공직기강확립과 부패척결을 천명하였다.
대통령의 담화에 원론적으로 환영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구슬이 세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지금부터 실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당장에 그 실천은 ‘김영란법’ 제정, 공직자의 자율 각성, 6.4 지방선거혁명부터 하여야 한다.
국회는 5월 임시국회에서 ‘김영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이 법이 제정되면 공직사회의 부패를 상당수 근절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2013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거의 밑바닥이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고자 2012년에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100만원 이상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보다 후퇴한 법안을 2013년 8월 국회에 제출하여 현재 계류 중이다. 너무 어이없는 것은 정부 법안마저 국회의원들의 방치로 책상 서랍 속 에 잠자고 있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새로 선출된 여야 원내 대표들은 부랴부랴 ‘김영란법’ 제정 필요성을 밝혔다. 특히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직무 관련이 있든 없든, 대가성이 있든 없든 금품을 수수했을 때는 처벌해야할 것”이라며 “국회의원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5월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그것도 원안으로 통과시켜야 한다. ‘김영란법’ 제정에 주저하는 정당이나 국회의원이 있다면 국민이 각종 선거에서 표로 심판하여야 한다.
한편 공직개혁을 하려면 공직자의 의식부터 개혁되어야 한다. 사리(私利)보다 공의(公義)에 충실한 공직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무릇 공직자는 하루에 한 번이라도 ‘공무원의 신조’를 읽었으면 한다.
국가에는 헌신과 충성을
국민에게는 정직과 봉사를
직무에는 창의와 책임을
직장에서는 경애와 신의를
생활에선 청렴과 질서를
지난 6월 4일은 지방선거일이었다. 이날 국민들은 선거 혁명을 하여야 한다. 그간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에 선출되었어도 부패에 연루되어 물러난 사람이 주변에 상당수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반드시 청렴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연고나 이해관계에 얽혀 부패한 이를 뽑으면 광주 전남은 희망이 없다. 사실 공직개혁보다 더 시급한 것이 정치개혁이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전환점이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과 관료사회의 부패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시민들이 계속 지켜보고 분노하고 행동하여야 한다.
(2014.05.20. 시민의 소리)
* 2015년 3월에 김영란 법은 제정되었다.
부패란 무엇인가?
부패란 무엇인가? 독일의 베를린에 본부가 있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인터넷 홈페이지(www.trans parency.org)에는 부패에 대한 설명이 있다. 부패(Corruption)란 “사적 이익을 위하여 주어진 권리(수탁 권리)를 남용하는 것”이다. 부패란 일반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주어진 권리를 남용하는 것”이다. 즉 사리사욕을 위하여 직무를 오 · 남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부패는 뇌물 금액과 부패가 이루어진 분야에 따라 큼직한(grand), 사소한(petty), 그리고 정치적(political)부패로 분류된다.
큼직한 부패(Grand corruption)는 정부 고위층에서 이루어진 부패로서 정책이나 국가의 주된 기능을 왜곡하고 공공의 이익을 희생해가며 지도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호랑이 부패’로 불린다.
사소한 부패(Petty corruption)는 중 · 하위층 공무원들이 병원, 학교, 경찰서 그리고 다른 기관에서 기본 물품이나 서비스를 받으려는 일반 시민들과 상호작용을 할 때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일상적으로 남용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날 파리 부패’로 불린다.
정치적 부패는 자신들의 권력, 지위 그리고 부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들의 권력을 남용하는 정치 의사 결정자들이 자원과 자금의 조달 관련 정책, 제도 그리고 과정의 규정을 조작하는 것이다.
소위 대통령 친 인척 비리, 정경유착, 입법로비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편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4호에는 부패행위에 대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4. “부패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나. 공공기관의 예산사용, 공공기관 재산의 취득·관리·처분 또는 공공기관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체결 및 그 이행에 있어서 법령에 위반하여 공공기관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
다. 가목과 나목에 따른 행위나 그 은폐를 강요, 권고, 제의, 유인하는 행위
그러면 부패의 대가는 무엇인가? 부패는 많은 측면에서 사회에 영향을 준다. 가장 최악의 경우 부패는 생명을 희생시킨다. 이외에도 부패는 사람들의 자유, 건강, 돈 등을 빼앗아간다. 부패의 대가는 네 가지 주요 범주 즉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 대가로 나눌 수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부패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주요 장애물이다.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서 공공기관들이 개인의 이익으로 오용되었을 경우 합법성이 상실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부패는 국가의 부를 고갈시킨다. 부패한 정치인들은 부족한 공공자원으로 사회적 이익을 가져오게 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학교, 병원, 도로 등 화려하지는 않지만 더 반드시 필요한 기반 시설 투자보다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댐, 발전소, 정제 공장들에 투자하는 것을 우선시 한다. 부패는 또한 공정한 시장 구조의 발전을 방해하며 경쟁을 왜곡한다.
부패는 사회 구조를 부식시킨다. 부패는 정치 시스템과 그 시스템에 속한 기관들과 리더십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약화시킨다. 환경의 질적 저하도 부패의 또 다른 결과이다. 환경 규정과 제정법의 집행 부재는 소중한 자연 자원들이 부주의하게 남용되고 생태계 전체를 파괴시킨다. 채굴부터 벌목, 그리고 탄소상쇄까지 전 세계의 기업들이 제한받지 않는 파괴를 위하여 뇌물을 주고 있다.
하필왈리 (何必曰利)
하필왈리(何必曰利, 하필이면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맹자> 책 첫머리 나오는 말이다. 맹자가 양혜왕을 접견하였다. 왕이 이렇게 말했다.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이렇게 오셨으니 장차 내 나라에 무슨 이로움이 있겠습니까?” 그러자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何必曰利) 단지 인(仁)과 의(義)가 있을 따름입니다.
왕께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까?’라고 하시면, 대부(大夫)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가문을 이롭게 할까?’라고 하고, 선비나 백성들도 ‘어떻게 하는 것이 내 몸에 이로울까?’라고 할 것입니다. 윗사람이건 아랫사람이건 서로 자기 이익만 챙기려 하니, 나라가 위태로울 것입니다”
맹자(BC 372-289)는 전국시대(戰國時代) 사람이다. 전국시대는 말 그대로 중국 천하가 전쟁에 내몰리는 어지러운 시대였다.
양혜왕(BC 339-319)은 맹자로부터 부국강병의 계책을 얻고자 했다. 그런데 맹자는 이(利)의 폐해를 설파하면서 인과 의로 나라를 다스리라고 일침을 놓았다. 누구든지 자기 이익만 챙기려 하는 패도정치 대신 군주가 백성과 함께 즐기는 왕도정치를 주문하였다.
이(利)는 벼를 뜻하는 화(禾)와 칼을 뜻하는 도(刀)가 합해진 글자다. 낫으로 벼를 베어 가거나 뺏어간다는 의미이다.
의(義)는 양(羊)을 칼(戈)로 자르는 것 즉 양고기를 썰어 골고루 나누는 것을 말한다. 요컨대 이(利)는 사익이고 의(義)는 공익이다. 그런데 사리사욕이야 말로 난(亂)의 시작이다. 사마천(BC 145-86)은 <사기> ‘맹자 · 순경열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태사공은 말한다. “나는 <맹자>책을 읽다가 양혜왕이 맹자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이롭게 하겠습니까? 라고 묻는 구절에 이르러서는 일찍이 읽던 책을 덮고, ’아, 이(利)는 진실로 난(亂)의 시작이로구나.’라고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공자가 이(利)에 대하여 거의 말하지 않은 것은 언제나 그 난(亂)의 근원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공자는 ‘이(利)에 따라 행동하면 원망이 많다.’라고 했던 것이다. 천자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이(利)를 좋아하는 데서 생긴 폐해가 어찌 다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