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춥다. 바람이 차고 세다. 겨울이니까. 그런데 유독 광화문은 따뜻하다.
광화문(光化門) - 조선시대 정궁(正宮{)인 경복궁의 정문(正門)으로서, 빛(光)으로 어두운 세상을 밝게 하여 태평스러운 날이 되게 한다는 광화문. 이 광화문 광장에서 한 개의 촛불이 켜지고 여럿이 모여 어둠을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우는 작업을 했으니 역시 광화(光化)인가.
0……주목할 사항은 이번 촛불집회가 비단 박대통령 한 사람에 대한 탄핵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정치권력과 재벌들, 소위 금수저 갑질들의 부정부패 척결도 함축하고 있어 그 촛불의 의미는 더욱 크다 하겠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 있음에도 신분상승이 좀처럼 불가능해진 사회, 누구 자식은 금수저에 갑질하는 부모 만나서, 말 타고 학교에 가지 않아도 버젓이 졸업하고, 누구 자식은 대학가기 위해 라면조차 아껴 먹다 전철사고로 목숨을 빼앗겨도 외면당하는 갑질사회 – 이런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병든 사회를 탄핵의 칼로 과감히 도려내, 국민의 울분을, 억울함을, 다시는 갑질의 무례와 횡포를 방관치 않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과연 저들은 깨닫기나 할까. 이 촛불 행렬이 최순실 박근혜 등 청와대 측근 사안으로만 여기며, “나는 예외다. 나는 아니다”라고 다리 뻗고 자는 갑질들은 아닐까.
0……촛불은 제왕적 대통령의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이제 더 이상 대통령이 제왕적 노릇해서는 안 된다는게 촛불 민심이다.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책임제를 헌법 개정으로 실시하여 다시는 나라가 흔들리는 일을 없애자는 여론이 비등하다. 청와대를 거쳐 간 역대 대통령이 모두 제왕적 권좌에서 권력남용, 불법비리로 쇠고랑 차거나 지탄을 받았다. 바야흐로 지금은 속히 개헌을 해야할 때다. 어느 누구도 사권력화할 수 없도록 분권형으로 개헌을 해야한다. 돈 안드는 선거, 정당운영의 민주화, 정치자금의 투명화와 함께, 기업들에게는 불법상속, 기업세습, 황제경영, 분식회계, 순환출자 금지, 독과점 해소, 소유와 경영분리, 공시 강화 등 재벌개혁도 과감히 단행해, 서민의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
0……광화문의 봄은 과연 왔는가. 심상찮은 소식이 들려온다. 차가운 겨울바람 타고 오는 소 식 때문인지 목이 더 움츠려 든다. 삼각파도가 곧 한국 사회에 밀어 닥칠 거라는 불길한 소식이 그 것이다. 최근 서울대가 개최한 국가 정책포럼에서 발표된 것으로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각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1%씩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향후 있을 새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0%로서, 과잉 투자와 결합한 금융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서울대 이정명교수는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국가군에서 지적소유권 교역 적자폭이 가장 큰 나라로 한국을 지목하며, 짧은 시간 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한국인의 자부심에 문제 제기를 했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수 없는 사회, 그야말로 한국사회가 급격히 추락하는 시간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때문에 새 정권은 성장위기·금융위기·혁신위기라는 삼각파도를 온 국민이 합심하여 지혜롭게 넘겨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0……청와대를 비롯한 갑질들의 사회. 나라꼴이 개판이 되건 제 배만 두들기며 살아온 「갑질들에 의한, 갑질을 위한, 갑질의 사회」- 이제 촛불의 힘으로「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사회」의 시대로 방향이 잡혔다. 이 힘을 합쳐 앞으로 닥쳐올 삼각파도도 무난히 헤쳐 나아가야 하겠다. 한국인은 세계 최고의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국가가 어려울 때 서슴없이 금반지를 내어주던 90% 서민의 나라, 세계를 감동시킨 민족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