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국민연금-삼성 '2015년 7월 비밀 회동'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검찰의 칼날이 세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타깃이다.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 3명의 공소장에 대통령을 피의자로 직시했다. 검찰은 ‘3자 뇌물죄입증을 위해 파상 공세를 벌이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롯데, SK그룹 등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각 그룹의 컨트롤 타워를 압수수색하며 아킬레스건을 파고들고 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재계 대통령 등극을 앞둔 삼성 이재용 부회장도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 모직의 합병문제를 집중 파고드는 모양새다. 황제대 관식을 눈앞에 둔 이 부회장에겐 최대 악제다.

 

'3자 뇌물죄' 입증 파상공세

 

검찰의 칼끝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겨냥했다. 지난해 7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에 관해 검찰이 집중 수사에 나섰다.

두 회사의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국민연금공단을 지난 23일 압수수색했다.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찬성 배경에 삼성그룹의 전방위 로비와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삼성과 박근혜 대통령의 유착 여부가 수사의 관건으로 떠올랐 다. 이를 해결할 열쇠는 작년 여름, 삼성-국민연금-청와대가 가진 비밀의 시간이다. 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경우 이병철-이건희에 이어 3대 경영자 등극을 앞둔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은 끝장 날수 있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삼성은 지난해 526,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결정된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 최대 주주인 이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에게 유리하고 삼성 물산 일반 주주들에게는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헤지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합병 반대 세력 결집에 나섰다. 삼성의 합병 계획은 일대 고비를 맞는 듯 했다.

이후 삼성물산 지분 10%를 가진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 의견을 확정했다.

그해 717일 합병안은 가까스로 가결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아 찬성표를 던진 과정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왔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지난해 7월 합병 관련 회의록을 보면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이 회의록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10.35을 놓고 국민연금 등 대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인식했던 정황이 확인된다. 회의에 배석한 투자위원 다수가 합병 비율의 불공정성, 사업 시너지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합병에 반대했다.

국민연금 내부에서 반대의견이 더 많았는데도 통상적 절차를 무시하고 합병 찬성을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압력은 없었는지, 삼성은 그에 상응 하는 대가를 지급했는지에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최순실씨나 박 대통령을 통해 국민연금에 외압을 행사했고 삼성이 이에 대한 대가로 최씨의 딸 정유라에게 35억원을 지원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합병 결정 전 이 부회장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만나 합병 추진배경에 대해 논의한 점,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 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위원에게 전화해 합병에 찬성해 달라고 한 점들이 의혹의 배경으로 제기된다.

 

이 부회장과 대통령 독대

 

이 부회장과 대통령의 독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그해 7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간담회 전후로 7개 그룹 총수들과 따로 만났다. 이 가운데는 이 부회장도 있었다. 검찰이 최근 압수한 안종범 전 경제 수석의 수첩에는 대통령과 독대한 7개 그룹의 민원사항이 적혀 있었다고 알려졌다.

삼성의 민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가 심하다였다.

이 부회장과 따로 만난 홍 전 기금운영본부장은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기동창이다. 그의 후임으로 지난 2월 임명된 강면욱 기금운용 본부장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과 대구 계성고, 성균관대학 1 년 선후배 사이다.

지난 6월 참여연대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 부회장, 옛 삼성물산 경영진, 홍 전 본부장 등을 배임과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검찰에 형사고발해놓은 상태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검찰의 수사 범위가 삼성과 최순실씨 일가 간 뇌물 제공 혐의뿐 아니라 합병 성사를 위해 이뤄진 다른 로비까지 들춰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삼성물산 합병 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었다. 삼성그룹이 최순실씨 뿐만 아니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를 상대로 로비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큰 틀에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삼성물산 합병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 합병 취소 소송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모든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삼성물산 지분 2.1%를 보유한 일성신약 오너 일가가 제기한 합병 무효 소송주식매수청구가격결정신청 사건은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가장 최근 나온 판단은 지난 5월 말 서울고법이 주식 매수청구가격을 올려주라고 한 결정이다.

삼성이 이에 재항고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재판부가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가가 삼성 오너 일가를 위해 조정됐을 수도 있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계산법에 따라 이사회의 합병 의결일(작년 526) 이전 1~2개월 주가 흐름을 반영해 가격을 산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낮을수록 이건희 회장 등의 이익이 커지기 때문에 이사회 의결 당시엔 주가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합병설이 나오기 전인 201412월을 기준으로 계산하라고 결정했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은 2%였던 삼성물산 지분이 합병 후 16.5%로 늘어 삼성전자 등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검찰의 칼날, 경영권 위협

 

재판부는 합병 계획 발표를 앞둔 삼성물산이 주택 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등 의도적인 실적부진을 초래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삼성물산 측은 정확한 사실과 법리가 아니라 의심과 정황만으로 내린 판단이라며 오히려 합병 당시엔 대형 해외 프로젝트는 손실이 실적에 반영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합병 무효 소송은 서울중앙 지법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의 칼날에 향방에 따라 이 부회장의 경영권이 위험하다. 박 대통령에게 ‘3자 뇌물죄가 적용되면 삼성도 무사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황제 등극 대관식을 앞둔 이 부회장에게도 악재다.

특히 외국인주주가 과반 50%이상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CEO 경영평가에서 투명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외인 주주들로선 소유와 경영 분리원칙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해 경영권 2선 후퇴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으로선 검찰수사의 방향이 어디로 튈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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