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8·15 광복절 재벌 CEO 특사 관심

▲ 제윤경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이다. 에듀머니 대표이사,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정책부대변인, 18대 대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롤링주빌리 대표, 주빌리은행 상임이사를 지냈다. 2016년 여성신문 선정<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을 수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1주년을 맞아 특별사면을 공식화한 가운데 재계에서는 경제인 사면 대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41월 설 명절과 광복 70주년을 앞둔 2015813일을 포함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 특사다. 지난해 광복 70주년 특사 때는 주요 경제인 14명만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 재벌 총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1명만 특사 혜택을 누렸다. 형이 확정된 재계 인사가 포함된 기업에서는 청와대와 정치권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 10명중 6명은 8·15특사에 경제인을 포함에 반대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성없는 용서로 재범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면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형이 확정돼야 한다. 주요 기업 오너 일가 중 형이 확정된 사람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현재현 전 동양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등이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김승연 한화 회장이다. 김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4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이 파기환송심에서 확정됐다. 최근 한화큐셀 태양광 셀공장을 방문해 19개월 만에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지금도 집행유예 상태라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기가 어렵다.

한화 관계자는 상징적 의미에서 회장 직함만 쓰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책임경영에 한계가 있고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광복절 특사 때 사면 검토 대상에 올랐으나 탈락했기 때문에 이번 특사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징역 36월이 확정돼 복역 중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1020일이 형 만기로 이미 형기의 90% 이상을 채웠다. 또 모범수 평가를 받고 있어 가석방에는 정치적 부담도 덜하다는게 재계의 판단이다. 재계에선 당초 최 부회장이 이르면 이달 말 가석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음 달 사면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석방되면 회사 경영을 법적으로 책임지는 등기 임원에 일정 기간 이름을 올릴 수 없지만 사면으로 풀려난 뒤 복권되면 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

SK 관계자는 최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SK E&S의 경영 환경이 갑자기 나빠져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면서 위기 돌파를 위한 오너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최 부회장이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속 직전 최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던 에너지 회사인 SK E&S는 유가 하락과 민간 발전 사업 부진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사기성 LIG건설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 등으로 20147월 대법원에서 4년형을 선고받은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도 이번 사면 대상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구 부회장은 전체 4년 형기 중 93%를 이행했다. 20141월까지 CP 피해자 802건에 대해 3400억원 규모 피해보상과 민형사상 합의를 완료한 것이 정상참작될 것으로 보인다.

구 전 부회장 동생인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1심과 달리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20142월 법정구속됐다. 형기 81%를 이행했기 때문에 사면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친인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상태라 자녀들의 사면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CJ, 이재현 재상고 포기 고심

 

관심사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회장은 지난해 징역 26개월을 선고받고 재상고했다. CJ는 지난 118·15 특별사면 얘기가 나온 뒤 재상고를 포기하고 사면을 기다려 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사면은 형이 확정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재상고를 포기하는 순간 형이 확정돼 곧장 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유전병인 CMT(샤르코 마리 투스)를 앓고 있다. 다리와 팔의 근육이 사라지는 병이다. 최근에는 엄지와 검지 사이의 근육이 사라져 혼자 식사를 하기도 힘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위해 법원에 제출한 의사 소견서에 따르면 이식받은 신장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하더라도 사면 대상이 되기는 쉽지 않다. 이 회장은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상태가 지속됐기 때문에 채운 형기는 약 4개월에 불과하다. 형기를 12% 정도만 지낸 셈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해석이 높다.

 

대법원 확정판결 나지 않아

 

조석래 효성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이번 사면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조세포탈 혐의로 올해 1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 회장은 현재 항소한 상태다.

조현준 효성 사장도 지난 11심에서 징역 16,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사면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태광그룹 측은 상고를 포기할지에 대해 결정하지 않았다. 이호진 전 회장은 징역 46월을 선고받았지만 구속집행정지 등으로 거의 형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면과는 거리가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지난 52심에서 징역 36월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지난해 102심에서 징역 3,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대법원 상고가 진행 중이라 제외될 전망이다.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이 확정된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형기를 절반도 못 채웠고 사회적 파장이 컸던 ‘CP 사건당사자라는 점에서 사면 대상이 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20134월 징역 3, 집행유예 5년형이 확정된 상태로 사면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경제살리기사면 기대

 

지난 두 차례의 사면에서도 정치인은 완전히 배제됐다는 점에서 이번 특사 역시 정치인 사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여소야대(與小野大)로 구성된 20대 국회 상황을 감안해 통합의 정치를 명분으로 사면 요건이 되는 일부 정치인에 대한 제한적 사면을 실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은 나오고 있다.

반면 기업인의 경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등으로 대외여건이 요동치고 있어 특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정부가 투자와 수출 회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인들에 대한 특사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이끌어낼 훌륭한 당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 광복절 특사를 공식화하면서 지금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겁다경제재기의 기회를 거론한 것도 기업인 사면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최근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비자금 비리 의혹 등으로 재벌 총수들에 대한 국민 감정이 악화돼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청와대는 특사 범위에 대해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2일 광복절 특사에 경제인도 포함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관계부처에서 대상과 범위 등에 대한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도 다음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특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대상에 대해서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이달 말 정부에 기업인 특별사면을 비공식적으로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법적 판단이 끝난 기업인에게는 국가 경제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해 이맘때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회장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정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해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부패 경제인 사면 반대

 

반면 시민단체들은 지난 13일 광복절 기업인 특별사면과 관련해 부패 경제인 사면은 법 앞의 평등과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또 다시 부패 경제인을 사면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나 사법부의 유죄 판결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으로 3권 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아주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나 역대 정권들은 경제인 사면이 기업의 투자 확대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실증적 증거도 없이 국민통합이나 경제 살리기를 구실로 부패 경제인에 대한 사면을 추진해왔다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일시적으로 있다 하더라도 경제인 사면은 법 앞의 평등권을 훼손하고 사법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결코 남용되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도 또다시 불법비리 기업인을 사면한다면 이는 기업인 사면을 연중행사로 치렀던 역대 대통령들의 구태를 반복하는 것으로 단순한 공약파기 수준을 넘는 훨씬 심각한 문제라며 비리기업인은 사면하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공약이 '명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사면하겠다'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나라를 걱정하는 대통령의 역할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한 마디로 국론 분열을 조기에 막는 것이라며 “‘어려운 국민들이 조그만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도록 면밀하게 준비해 주시 바란다는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어려운 국민들에게 크나큰 절망만 안겨줄 비리기업인 사면만큼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 10명중 6명은 광복절 특별사면에 경제인을 포함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8·15특사 경제인 포함 여부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유전무죄 논란으로 법치주의를 훼손하므로 반대한다는 의견이 60.6%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는 의견 27.8%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잘 모르겠다11.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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