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오는 1979년부터 홍콩 관광안내원을 가장한 밀수조직으로부터 대량의 금괴 및 다이아몬드 원석, 오팔 등 보석을 인수받아 속칭 나까마(중간도매상)를 통해 국내시장에 공급해온 밀수품 판매조직의 우두머리였다. 그는 기소중지 상태로 3년 넘게 경찰과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다녔다. 경찰에 쫓기면서도 밀수를 계속하던 그는 19823월 어느날 경찰 레이더에 범죄의 흔적이 포착됐다. 이스라엘 국적의 크로스 찰리라는 외국인이 경찰에 전화를 한 것이다. 그는 그 해 2월 여행용 가방 밑바닥을 개조하여 그 속에 금괴 300g짜리 20개와 롤렉스시계 3개 등 시가 65백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몰래 들여와 서울의 L호텔에 머물렀다. 그는 브로커를 통해 거래를 목적으로 미스터 차를 만났다.

미스터 차는 물건의 거래를 위해 장소를 옮기자는 이야기와 함께 밀수품을 들고 앞장섰다. 이 후는 영화에 나올법한 일들이 발생했다. 형사인 듯한 3,40대 남자 2명이 나타나 신분증을 내보이면서 다짜고짜 금괴 가방을 든 미스터 차를 끌고 가버렸다. 찰리는 자신도 검거될까 두려워 황급히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 후 일본에 도착하여 다시 미스터 차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러자 아무 탈 없이 경찰서에서 풀려났는지 직접 미스터 차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는 금괴를 압수당했다고 했다. 미스터 차에게 속았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 억울해서 이 사실을 꼭 밝혀 달라고 경찰서에 제보를 하게 되었고, “미스터 차는 밀수품 판매 조직의 우두머리라는 사실도 밝혔다. 나는 이 외국인의 제보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관할 경찰서에 사건 수사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문제의 전화번호와 미스터 차의 신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이상 중략>

서울시경 강력계에 근무할 무렵이다. 1990년대 들어 해외시장이 전면 개방되고,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후부터 밀수 사건은 참 많이 줄었다. 그러나 1980년대 초만 해도 밀수가 대단히 성행했다. 육로로, 해상으로 반입되는 밀수품을 감시하기 위해 관세청 밀수 감시반은 24시간 쉴 틈이 없었다.

국민들은 외제선호사상과 소비지향 풍조가 은연중 만연돼 밀수사건이 빈번히 이루지고 있었다. 밀수는 점점 더 조직적이며 치밀해지고 있어서 밀수 감시반의 일거리는 나날이 늘어만 갔다. 당시 차경오는 밀수꾼의 대부 격으로 3년 넘게 경찰과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온 자였다. 그는 1979년부터 홍콩 관광안내원을 가장한 밀수조직으로부터 대량의 금괴 및 다이아몬드 원석, 오팔 등 보석을 인수받아 속칭 나까마(중간도매상)를 통해 국내시장에 공급해온 밀수품 판매조직의 우두머리였다.

1982년 초, 그의 조직은 수사당국에 의해 대부분 검거되었으나 그와 그의 처남인 장모만은 용케도 체포를 면하고 수배망을 피해 은신해 있으면서 밀수를 계속해 오고 있었다.

그가 수배된 지 3개월 정도가 지난 19823월 초였다. 밀수조직에 관한 제보를 입수하였는데, 제보자는 이스라엘 국적의 크로스 찰리라는 외국인이었다. 그는 국제전화를 통해 그동안 평화봉사단원을 가장해서 한국에 자주 왕래하며 대대적인 금괴밀수를 해왔다고 진술했다. 그는 19812월 초에 여행용 가방 밑바닥을 개조하여 그 속에 금괴 300g짜리 20개와 롤렉스시계 3개 등 시가 65백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감추어 들여와서 서울의 L호텔에 머무르며 여느 때처럼 미스터 차라는 사람을 만났다. 미스터 차는 물건을 보더니 현금이 없어서 물건을 당장 인수하기는 힘들고, 다른 곳에 소개를 해주겠다면서 자기가 금괴 가방을 들고 호텔문을 나섰고, 그는 약 5m 가량 떨어져서 미스터 차의 뒤를 따라갔다. 다동 골목 입구에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형사인 듯한 3,40대 남자 2명이 나타나 신분증을 내보이면서 다짜고짜 금괴 가방을 든 미스터 차를 끌고 가버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그는 재빨리 도망쳐 호텔에 숨어 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미스터 차의 집에 전화를 했다. 그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미스터 차의 아내인 장 여인이었다.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남편은 경찰에 붙들린 후 버틸 때까지 버티며 당신이 도망칠 시간을 벌고 있다가 좀 전에 자백을 했으니, 경찰이 당신을 잡으러 호텔로 갈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녀의 말에 겁을 먹은 그는 허겁지겁 공항으로 달려가서 일본행 비행기를 탔고, 일본에 도착하여 다시 미스터 차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러자 아무 탈 없이 경찰서에서 풀려났는지 직접 미스터 차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는 금괴를 압수당했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의 입장에서는 미스터 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어리석게도 미스터 차에게 속았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 억울해서 이 사실을 꼭 밝혀 달라고 경찰서에 제보를 하게 되었고, “미스터 차는 밀수품 판매 조직의 우두머리라는 사실도 밝혔다.

나는 이 외국인의 제보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관할 경찰서에 사건 수사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문제의 전화번호와 미스터 차의 신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이 사건은 관할 경찰서에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는 미스터 차가 중구 회현동에서 금방을 하다가 자취를 감춘 국내 밀수품 판매조직의 신진 대부로서 수배 중인 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당시 나는 서울지검 특수2부 안모 검사실에 파견근무 중이었기에 이 사실을 검사에게 보고하고, 지시에 따라 차의 최근 동향 및 조직계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10여 년 전 당시 밀수품 백화점이라고 불릴 만큼 부정 외래품의 집산지였던 속칭 남대문 도깨비상가의 상인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중국어와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여 중국, 홍콩, 일본인들을 상대로 한 밀수품 전문 나까마로 활동하던 이 여사가 그의 장모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장모는 나이가 들어 실무에서 물러났고, 대신 그의 남동생 이기호를 비롯하여 아들 장한성과 사위 차경오가 대대적인 밀매 활동을 하고 있는 사실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과연 그 많은 양의 금괴를 정말 찰리라는 외국인이 가져온 것이며, 차의 일당이 갈취한 것이 사실인가 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우리 수사진은 이 사건을 놓고 이런저런 추리를 해보았다.

수배 중 자금난에 허덕이던 차경오가 장한성, 이기호와 공모하여 때마침 걸려든 찰리에게 접근하였다. 특히 외국인 신분임을 감안하여 차를 현장체포하면 찰리는 분명 도망갈 것이다. 그러면 그가 팔아넘기려던 밀수품을 손쉽게 손 안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사건은 그렇게 단순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는 확증이 필요했다. 우리는 찰리가 실제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드나들 때 자주 투숙했다는 종로구 내수동의 D여관 주인을 만나 수사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그를 통해 찰리의 제보가 사실인지 확인에 나섰다.

우선 우리는 여관 주인이 차경오와 통화를 하게 했다. “찰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물건을 그에게 되돌려 달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외국인이고 다시는 한국에 오기 힘든 입장이니 내 몫을 좀 다오. 그러면 찰리에게 물건들은 경찰에 전부 압수된 것이 분명하다고 전하겠다는 협상의 전화를 하게 한 것이다.

차경오는 여관 주인의 전화를 받고 처음에는 의아해하며 모르는 사건이라고 잡아떼다가 나중에는 협상에 응할 낌새를 보였다. 찰리의 제보가 사실이었던 것이다. 우리 수사팀은 차를 검거하기 위해 몇 날 며칠 동안 전략을 짰다. 차경오를 검거하려면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첫째는 그가 수배 중에 있으므로 함부로 누구를 만나지도 않고 잘 나타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강남구 신사동 고급 주택가에 있는 그의 3층 집은 앞뒤 좌우로 탁 트여 있어서 어느 방향으로든 도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회현동 동사무소에서도 그의 사진 기록이 없어 그의 인상착의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여 엄한 사람을 잡으면 그 소문을 듣고 그는 수사가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영영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다.

우리는 고심 끝에 일단 차경오의 집 안으로 숨어들어서 그의 인상착의는 물론 그가 그곳에 살고 있는지, 집 안의 구조는 어떠한지 등을 정탐키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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