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본적이 있는가? 아니, 굶어 본적이 있는가? 굶주림, 금식, 단식, 기아, 다이어트…… 배고픔은 상황에 따라 이렇게 이름이 바뀌기도 한다. 배고픔이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얼마나 오랫동안 굶었는가, 그 기간에 따라 대답도 달라진다.

가령, 하루 24시간이나 이틀 48시간을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면, 이는 주로 빈곤의 문제인 경우이고, 일주일간을 먹지 못했다면, 빈곤보다는 종교적 금식일 경우가 많다. 30일간이 나 그 이상일 경우에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진 투쟁이나 건강관리를 위한 단식 요법일 때가 있다. 건강단식(굶주림)이 자신의 몸과 대화하는 것이고, 종교단식(굶주림)이 신과의 대화라면, 투쟁단식(굶주림)은 세상을 향한 외침이며 몸부림이다. 위대한 영혼이라 불리는 인도의 간디는, 단식투쟁을 시작했을 때,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고문과 학살에 목숨을 건 결연한 단식투쟁으로 맞서 그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굶주림의 문제의 종착역은 역시 정치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는 어떠한가. 얼마 전 세 모녀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한마디 살려달라는 절규나 호소도 못하고 자살을 택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일처럼 가슴 아파하며, <한 사람이 곧입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그 대책을 소리 높여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는 응당의 대책을 내놓았던가. 지난 19대 국회 때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 한국이 최악의 산업재해 국가로 지목된 바, 이를 해결키 위한 법안과, 세월호 참사 후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한 법안 등 몇 가지 시급한 법안들이 상정·처리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 이를 뒤로 미뤄놓고 당리당략에 싸움질만 하며 세월 보내다 세비만 꼬박 챙겨먹고 자동폐기케 한 국회의원들. 최근의 구의역 전철 스크린도어 사고 때는 어떠했는가.

이름깨나 있는 정치인들은너도 나도 사고 현장을 찾아 카메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곧바로 해결할 듯 한마디씩 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TV에 나와 애도를 표하는 이들에게서 그 진정성이 보였던가. 희생자 가방 안에서 발견된 라면 한 봉지가 무엇을 항변하는지, 진정성 있게 생각해 보고 또 그와 같은 처지에 있는 <예비 희생자>가 도처에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예비 희생자>에게 라면 한 봉지가 아니라 제때 밥 한끼라도 마음 놓고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보인 적이 있는가.

부익부 빈익빈(富益富貧益貧), 금수저 흙수저- 이제는 흙수저가 아닌 <손가락 수저>의 시대라 할 만큼 자폭적으로 자기 비하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날로 심각해져 자칭 중산층이라 여겼던 계층이 어느덧 꼬리를 내리고 이제 자칭 타칭 서민층이라 자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다. 갈수록 커지는 양극화-그늘 속에는 무엇이 자라고 있을까, <잠재적 자살자> <손가락 수저>의 바닥인생, 누군가를 향한 박탈감과 적개심, 그 분노를 폭발시키고 싶은, 그러나 그 분노와 적개심이 결국 <묻지마 살인>이 아닌 자기자신에게 향한 <묻지마자살>을 싹틔우게 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 사회의 상위 1%가 국민 전체 소득의 13%, 상위 10%가 전체의 43%를 가져가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선진경제대국이라는 일본이나 유럽보다도 불평등, 양극화가 심한 나라가 한국이다.”라고 지적한 전 서울대 총장의 경고 메시지를 가장 먼저 들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하나하나가 입법이관>이라는 국회의원이 아니겠는가. 대기업과 중소 기업간의 불평등 격차, 제 맘대로 편법으로 불공정거래 일삼는갑질, 골목상권이 침탈(?) 당할까 불안한, 나날이 쇠락해가는 (수입이 적어지는) 골목 가게들, 귀족노조, 임시직고쳐서 바로 세워야 할 시급한 일들이 많다.

20대 국회에서는 상위10%가 아닌, 하위 90% 인 서민의 생계를 위한 서민의 정치를, 그 입법을 서둘러이나 모두가 공정·공평하게 살 수 있는 균형 잡힌 사회, 불만을 최소화시켜 <잠재적 자살>굶주림을 걱정하지 않는 사회를, 공정 공평한 사회를 바로 세워줄 것을 20대 국회에 주문 한다면 지나친 욕심인가. 이제는 국회의원들이단식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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