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환 고려대 명예 교수가 한국은 현재 언론, 저널리즘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안국동 W스테이지에서 여론과 공론- 대중매체의 책임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언론보도의 핵심인 신문이 정보발달로 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MB정부 이후로 우리나라가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추락했다각 언론사들은 정부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각 언론사들은 취재원수를 늘려 다양성을 지향하고 객관적 판단으로 보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교수는 앞으로 저널리즘의 정상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행보에도 기대감이 모아진다.

신문 저널리즘의 위기

김 교수는 여론을 바탕으로 높은 품질의 공론을 창출하는 것이 어려운 데는 또 다른 변수가 개입하고 있다신문저널리즘이 위축되고 공론장이 연령에 따라 분열된 것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둘 다 수용자의 미디어 이용행태에 기인한 것으로 상호관련성이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는 것. 신문은 사건을 취재해 보도하고 그 사회적 맥락을 해설함으로써 여론형성에 기여한다. 신문저널리즘은 신문미디어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왔다. 신문은 저널리즘을 위한 도구로 성장했고 저널리즘은 신문미디어를 통해 발전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인터넷미디어가 다양한 정보를 생산·배포하면서 신문언론사들의 위기가 찾아왔다.

김 교수는 이에 신문이 다른 미디어, 방송 등에 비해 더 잘 보도할 수 있는 게이트키핑이 가능하다현재 한국의 신문은 수용자로부터 심각할 정도로 외면당하고 있어 신문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수용자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시간은 약300분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뉴스가 79.9분 전체 미디어 이용시간의 26.6%에 달한다. 미디어별로 보면 TV의 이용시간이 38.4. 종이신문은 그에 비해 7.9분으로 매우 짧다.

또한 이 조사에 따르면 신문은 이용시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신뢰도가 미디어에 비해 현저히 낮다. 신문, TV, 라디오 등 5개 미디어가 동시에 보도했을 경우 TV를 꼽는 응답자가 73.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으로 인터넷(17.4%), 종이신문(8.0%), 라디오(0.8%), 잡지(0.5%) 순이었다. 인터넷미디어의 뉴스가 주로 종이신문에서 공급받는 것임에도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신문이 국민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징벌 수준의 불신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여론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공론을 창출하는데 가장 큰 장점을 지닌 미디어가 신문이다신문이용도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공론창출 메커니즘에 구멍이 뚫려있음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언론에 대해 세대 간의 인식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고 연령이 낮을수록 진보적인 정당에 투표하는 비율이 높다. 연령대별로 정당 지지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초기 사회화과정의 차이에 따른 세대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급속한 사회경제적 변동 속에서 서로 다른 사회화과정을 겪은 세대가 정치적 태도와 이념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연령대에 따라 선호하는 미디어가 다르다는 것은 연령에 따라 공론장이 분화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통합적인 사회적 공론을 창출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역과 연령이라는 변수가 우리나라에서 통합적인 공론 형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최근 들어 의미 있는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4.13 총선에서 지역주의가 부분적으로 허물어지고 연령별로도 50대가 이전과는 다른 투표행태를 보였다.

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연령층에서 인터넷 이용시간이 줄고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하는 결합 열독률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 같은 균열은 비록 완만하고 점진적이어서 불안하지만 여론형성 과정을 왜곡하는 강고한 틀이 다소나마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편대성 없는 몸통언론필요해

김 교수는 “1998년 이후 신문과 미디어가 정파에 따라 편대를 이루어 대립하는 언론전쟁이 벌어졌으나 중앙일보가 정치적 중립을 표하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와는 다른 지향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가 수적으로, 종별로, 그리고 질적으로 매우 다양해 진 것은 사실이다. 수나 양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질적으로도 다양성을 갖춰 이념적으로 좌우 또는 중도를 지향하는 미디어들이 공론장을 달구고 있는 것.

바람직한 것은 공영방송인 KBS가 높은 신뢰도를 확보해 뉴스시장에서 기둥역할을 하고 있고 네이버나 다음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여론형성 과정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보도수단의 복수제는 복수정당제와 아울러 다원적 사회체제의 중요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미디어가 다양할수록 다원적 체제에서 다양한 여론이 생성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기본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셈이다. 외적 조건이 개선되고 내적으로 저널리즘의 수준이 향상된다면 여론의 공개시장에서 미디어의 매개를 통해 합리적인 공론이 창출될 수 있는 여건이 매우 성숙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뉴스 유통은 수용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사회연결망을 형성, 의견이나 정서를 공유함으로써 공론형성에 깊이 개입하기도 한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에 따라 수용자들이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에 매우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매우 역동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중앙일보 그룹이 이른바 조중동 프레임에서 벗어나 중도 지향성을 보이면서 공론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촉발하고 있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계열의 미디어 JTBC 역시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손석희 보도국장의 등장으로 조선일보 계열 TV조선이나 동아일보 계열 채널A와는 확연하게 차별화한 저널리즘을 펴고 있다. 김 교수는 정치적 중립의 지향성을 지속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균형된 저널리즘을 구현해 몸통언론의 구실을 해야 한다우리나라 언론지형은 좌우 날개와 몸통을 두루 갖추게 돼 여론형성 메카니즘이 서로 경쟁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통합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널리즘 정상화해야

저널리즘은 신문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 신문저널리즘이 저널리즘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신문 저널리즘이 제자리를 찾아야 방송 등 미디어의 저널리즘도 충실하게 발전할 수 있다. 이에 김 교수는 언론위기극복과 저널리즘의 정상화를 위해 4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로 언론의 자유가 더 정착하고 방송영역에서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941년 뉴욕에 설립된 보수성향의 민간 인권감시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산정한 바로는 2014년에 우리나라는 총점이 32점으로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조사대상이었던 197개 국가 가운데 68위에 해당한다. ‘국경 없는 기자회의 평가에서도 최근 우리나라의 언론자유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 4년차이던 2006년에 31위까지 올랐으나 그 뒤로 하락을 거듭해 2014년에는 57, 2015년에는 60, 그리고 올해에는 70위로 떨어졌다. ‘국경 없는 기자회한국의 언론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 치하에서 미디어와 정부 당국 사이의 관계가 매우 긴장되어 있다정부는 비판을 점점 더 참지 못하고 이미 양극화된 미디어에 대한 간섭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는 정부모델, 의회모델, 전문모델, 및 시민모델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현행 우리나라 제도는 정부모델과 의회모델의 절충형태로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영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현행 제도에 전문모델이나 시민모델방식을 보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둘째로 김 교수는 저널리즘이 정파성을 극복하여 다양성을 지향해야한다고 말했다. 저널리즘을 복원하는 일이야말로 신문의 신뢰를 회복하고 신문의 존재기반을 다져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 수용자가 바라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적 입장을 갖지 않는 공급원으로부터 뉴스를 얻는 것이다. 우리나라 저널리즘에는 정치적 입장이 깊게 배어있다. 이에 언론학자들은 오래 전에 이를 정치적 병행성이라고 규정하고 우리 언론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경향성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향성이란 기사를 통해 이용자의 이해를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을 말한다. 흔히 뉴스는 기자의 것이지만 의견은 경영진의 것이라고들 한다. 사설이나 논평에 주관적 견해를 반영하더라도 뉴스에서만은 사실을 사실대로 편견 없이 보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여론이라는 것이 논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해관계의 문제일 때가 더 많기 때문에 여론이 공론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타협이나 조정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여론에서 합리적인 공론을 창출해 사회통합을 이루는 일을 미디어가 매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셋째로 김 교수는 공론창출 과정에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인터넷 공간이 건전하게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공론장은 급속하게 주변 공론장에서 중심 공론장으로 그 위상을 바꿔가고 있다. 신문의 극심한 경영 위기 속에 언론학자들은 수구적 보수와 파괴적 진보로 양극화돼 싸우고 있고 방송도 사사건건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거기에 더해 인터넷이 끊임없는 시비 거리를 양산함으로써 공론장이 난장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을 통한 공적, 정치적 사안에 대한 토론의 증가로 우리 사회의 정치참여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공론장의 확장이 현 단계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비판이 인터넷 미디어의 무한한 진화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인 상황. 김 교수는 수용자가 인터넷 공간에서 활발한 토론을 통해 공적 아젠다에 관한 의견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숙의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권력이 그것도 당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론장을 훼손하는 일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째로 김 교수는 언론사들의 취재원수를 늘려 보는 시각이 다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의 시각에 따라 보도되는 내용이 달라 여러 시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도해야한다는 것이다. 정파적으로 갈리는 것이 아닌 중립적·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유명한 신문사는 <뉴욕타임스>가 있다. 그래서 이 신문은 관계 당사자의 말을 그대로 보도했다. 정파성을 지양하고 객관주의 원칙을 고집스럽게 고수한 이 신문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미디어로 우뚝 섰다. 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비슷한 보도를 지향하는 곳이 최근 들어 중앙일보가 그렇다각 언론사 또한 이와 같이 최선의 버전으로 기사를 쓰기 위해선 취재원과 관점이 다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론의 주체는 대중

현대사회에서 미디어는 공론형성과정에서 매개체로서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미디어는 객관성 공정성 균형성 등의 기본가치를 존중하며 여론에서 마침내 공동선을 지향하는 공론이 창출되도록 도와야 한다. 정파성이나 경향성에 얽매어 공론창출 과정을 왜곡하고자 하면 미디어의 존재가치 자체가 무너진다.

정부나 권력은 여항의 여론에서 공론이 창출되는 과정에 부당한 개입이나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공론이 창출되면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 여론이나 집회 등 사회영역에 대해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자유주의의 기본이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에 다름없다.

결론적으로 공론 창출은 여항의 대중과 미디어, 그리고 정부 또는 권력의 협업의 산물이어야 한다. 김 교수는 전 과정을 지켜보며 공론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주도하고 아울러 감시하는 최종적 책무는 미디어나 권력이 아니라 대중에게 있다대중의 입장에서 보면 미디어는 어디까지나 공론창출 과정의 매개체 곧 미디어일 따름이고 정부는 공론의 수용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정부나 권력은 여항의 여론에서 공론이 창출되는 과정에 부당한 개입이나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론이 창출되면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여론이나 집회 등 사회영역에 대해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자유주의의 기본이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는 공론창출 과정의 매개체, 정부는 공론의 수용자에 지나지 않으며 대중이야말로 공론장의 주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을 매개로 정치적 읽기와 쓰기의 능력을 단련하고 정치적 효능을 경험하며 비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비판적 담론공중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판적 담론공중이 스스로 공정한 담론의 규범을 내면해 미디어 이용자로 거듭나 공론장의 당당하고도 합리적인 주체로 우뚝 설 때, 우리나라에서도 선진적인 숙의민주주의가 활짝 개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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