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리 사건, 정·관계 연루된 게이트로 확산 조짐

▲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의 구명로비 논란은 결국 법조 게이트사태로 번졌다. ‘정윤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장 이원석)11일 최유정 변호사(46)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이 해당 수사에 착수한 이후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체포되기는 처음이다. 또한 최 변호사를 둘러싸고 연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최 변호사가 정 대표 사건을 맡기 전 수임했던 이숨투자자문 실질 대표 송모 씨의 형사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또 다른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금감원 등 로비 의혹 수사

송 씨는 1300억원대 투자 사기로 작년 10월 구속기소돼 지난 달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최 변호사는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송 씨 사건의 1심 재판장에게 전화를 걸어 선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와 송 씨를 이어준 브로커 이모 씨가 이숨투자자문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단속을 무마시켜줬다는 의혹이 별도로 불거졌다. 이 씨는 이숨투자자문의 이사이자 자칭 최 변호사의 사실혼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인물. 정운호 사건에서도 여러 번 언급된 바 있다.

이숨 사건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씨는 송 씨의 형사사건 등을 해결하는 브로커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씨는 작년 89월 다른 투자사기로 수감된 송 씨를 5차례 찾아가 사건 무마를 논의한 것이 접견록에 드러난다.

지난해 9월초 접견 녹취록에는 송 씨가 면회를 온 이씨와 이숨 관계자들에게 프라임(이숨 투자자들에게 제공된 허위 해외선물투자 프로그램)이 까졌잖아요. 형님도 알지?”라고 우려를 표시하자 이 씨와 이숨 관계자들은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게 아니고 운영의 묘다, 법도 바꾸고 시행령 공포 앞두고 있다고 얘기하면 별 것도 아닌 사건이 된다고 안심시키는 대목이 나온다.

이숨 측 관계자 권모 씨는 수사기록에서 금융감독원의 현장 조사가 이 씨의 저항으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숨 투자사기를 입은 피해자 측에 따르면 이숨은 금감원의 무리한 단속으로 고객이 이탈하는 피해를 봤다며 금감원 직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 이 소송에도 최 변호사가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관 로비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상태다.

검찰 칼 끝, 어디까지?

전북 고창 출신인 최 변호사는 전주기전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5년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7)에 합격했다. 이후 서울지법 판사, 전주지법 판사, 수원지법 판사, 서울고법판사,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부장판사 등을 거친 뒤 2014년 법원을 떠나 법무법인 광장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광장을 떠나 개인 사무실을 열었다.

최 변호사를 잘 아는 지인들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정계 진출의 꿈을 갖고 있었다. 특히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 공천을 신청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승소한 전력 등을 언론을 통해 부각시켜 국회에 입성하는 그림을 그렸다는 것. 이는 기업이 금감원을 상대로 법정 다툼에서 이긴 첫 사례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네이처 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변론을 맡아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보석 허가 등을 조건으로 50억원을 받았다가 30억원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수임료를 두고 정 대표와 갈등이 불거졌다. 이 문제로 지난달 12일 구치소 접견 중 다툼이 있었고 최 변호사는 같은 달 15일 정 대표를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정 대표도 수임료 문제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최 변호사에 대한 진정을 냈다.

이로써 지난 한달 간 갖가지 의혹을 낳았던 정운호 게이트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최 변호사의 전관 로비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검찰에 체포되는 신세가 됐다.

이날 검찰은 정 대표를 변호했던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홍 변호사는 네이처리퍼블릭의 고문으로 지난 2013년과 2014년 검찰과 경찰이 내사한 정 대표의 원정 도박 사건에서 이례적으로 세 차례 무혐의를 받아낸 바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홍 변호사 역시 전관로비 등 부당한 변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조만간 홍 변호사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홍 변호사는 검사 재직 시절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평검사때 특수1,2,3부를 모두 거친 것은 물론이고 대검 중수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수사기획관을 지내기도 했다. 특히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이 연루된 한보그룹 비리 사건, 박연차 게이트 등 굵직한 사건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논의가 검·경 갈등으로 번지며 2011년 검찰에서 물러났다.

변호사 개업 이후에는 검찰 근무 당시 형성된 인맥을 중심으로 각종 변론을 대거 수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홍 변호사의 2013년 소득은 91억여원이었다. 개인소득자 중 전국 15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법조계에서는 홍 변호사가 신고하지 않은 수임료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실제로는 그 규모가 수백억대에 달한다는 의혹도 있다.

정 대표의 구명 로비로 시작된 법조계 비리 의혹은 정계와 재계 등으로 확산됐다.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이미 단순 법조비리로 볼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의 수사에 따라 유력 정치인과 재계인사, 전관 변호사 등이 모두 구속되는 게이트 정국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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