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여소야대로 끝났다. 야당의 승리다. 새누리당의 과반의석이 붕괴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승리하면서 여당질주를 막았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승리하면서 3당으로 자리매김했다. 본격 대선전쟁이 시작됐다. 총선결과로 대권 구도가 뒤 바뀐 상황에서 본격 잠룡들에 대결이 예상된다.

총선여파가 새누리당 대권 구도를 집어삼켰다.
여권내 대선주자로 수성을 지키던 김무성(부산 중구·영도)이 참패 책임론에 시달리는 가운데 최경환(경북 청도)·유승민(대구 동구을) ·나경원(서울 동작구을)·남경필(경기지사)·원희룡(제주지사)등 잠룡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여기다 친박 중심으로 반기문(UN사무총장)카드가 만지작 거려진다.  반면 총선을 차기 대권 레이스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잠룡 오세훈(서울 종로)·김문수(대구 수성갑)·안대희(서울 마포)등은 총선 문턱을 넘지못하면서 대권도전에 빨간 불이 켜켰다.

 
<김무성 위기론, 유승민 나경원 남경필 부상>
여권 내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로 평가받아 온 김무성 대표가 부산 중구·영도에서 당선되며 6선고지에 올랐으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필두로 한 친박계의 공세를 제대로 버텨내지 못한데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 막바지에 '옥새 투쟁' 승부수도 빛을 바랬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의 지지 기반인 부산·경남(PK)에서 야당 후보들이 다수 당선, 낙동강 벨트가 크게 뚫렸다는 점도 김 대표의 입지를 흔들리게 한다.

수도권에서의 참패도 뼈아픈 대목이다. 역대 선거에서도 수도권은 새누리당에게 우호적이지 않았지만, 김 대표의 수도권 총력 지원에도 불구하고 당 텃밭인 강남벨트에까지 균열이 간 것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친박을 중심으로 김 대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당 대표로서 선거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책임은 물론이고 자신의 정치적 터전인 부산조차 사수하지 못했다"며 "김 대표의 사퇴는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친박의 인사는 “김 대표가 ‘옥새 파동’을 일으키면서 당의 내분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결과 당이 참패한 것”이라며 “김 대표가 지금 대권 운운할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대표 측은 선거 패배 책임론을 김 대표에게 전가하려는 친박계의 비판에 발끈한다.  김 대표 측의 한 재선 의원은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독선적 공천이 참패를 불러 온 것"이라며 "그래도 김 대표가 친박계의 독주를 막아 섰으니 피해가 이 정도로 그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의 주 원인으로는 친박(박근혜)계가 주도한 '비박학살' 공천 파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4일 김 대표는 사퇴를 표명했다. 하지만 향후 당내 내홍이 심각할 전망이다. 대표·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를 비롯해 친박과 비박간의 물러설 수 없는 주도권 다툼이 예상된다. 최경환 의원이 친박카드로 거론된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 의원은 박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안다. 레임덕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박-최 커플이 가장 이상적인 카드라는 것이 친박진영에 목소리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경제실패론'이 먹혀들어간 만큼 경제수장이었던 최 카드로는 대선전을 치를 수 없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이러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새누리당에 새로운 잠룡군이 몰려올 것으로 예된다. 나경원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여권 내 잠룡군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당의 사정이 급박해지면 불펜(구원투수 대기석)에있던 이들을 마운드 투입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적 색깔이 당 주류인 친박계와 다르다는게 변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친박계 일각에서는 “역시 믿을 것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카드뿐”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반 총장은 유엔에서의 임기를 올 11월에 마친다. 한편, 무소속 출마해 당선된 유승민 의원도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 물망에 올랐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유 의원의 입당이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의 몰락, 철수-희정 '양이의 전성시대'>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했다.
더민주당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승리하고, 전통적 여당 강세지역인 PK(부산·경남)에서 승리하면서 전국 정당의 교두보를 만들었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승리면서 3당으로 자리매김했다. 대권구도는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새누리당 과반 저지에 정치생명을 내걸었던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해 목표를 이뤄냈다. 하지만 텃밭인 호남지역을 국민의당에 내주면서 상처를 입게됐다. 상대적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비롯해 김부겸 당선자(대구 수성갑))·정세균(서울종로)·안희정(충남도지사)등이 잠룡으로 입지가 넓어지는 계기가 됐다. 반면 박원순(서울시장)·손학규(전 대표)등의 입지는 불투명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호남의 새로운 맹주로 떠올랐다. 국민의당은 4·13 총선에서 총 38석(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을 차지하면서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안풍은 독자적 제3당이 출현하기 힘든 소선거구제하에서 양당 체제의 균혈을 16년만에 깼다. 강철수로 변신한 안의 뚝심이 만든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를 계기로 안 대표의 차기 대권 가도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더민주를 웃도는 정당지지율은 향후 국민의당이 캐스팅보드를 쥔 당으로 커질 것이라는 가능성을 말한다.
이번 총선에서 험지인 적진에 뛰어들어 거물을 꺾은 야권후보인 김부겸·정세균 등이 단번에 잠룡으로 부상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충청맹주로 부상했다.

김부겸 당선자는 19대 총선때 경기 군포를 버리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고향인 대구에 출마해 낙선했다. 2014년 지방선거 때 대구시장으로 출마했다가 또 고배를 마셨다. 마침내 20대 총선에서 당선되어 원내 진출해 지역주의를 깨트린 대권주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대구에 출마했던 ‘민주당 계열’ 인사 중 31년 만에 당선됐다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자연스레 비(非)문재인 진영의 구심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 본인은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김 당선자가 7월 전당대회를 건너뛰고 대선 도전으로 직행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치1번지'서울 종로에서 당선된 정세균 당선자도 강력한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오세훈(전 서울시장)새누리당 후보를 무너뜨린 것이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는 오 후보에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왔다. 그의 승리는 20대 총선의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총선을 거치면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몸값이 상승했다. 친노주자로 문재인 대신 차세대 젊은 주자로 부상한다. 이번 총선에서 안희정계 3명의 당선됐다. 안 지사의 대권 전초전 성격을 띈 충남 논산ㆍ계룡ㆍ금산에서 김종민(충남도 정무부지사)당선자가 '7선의 피닉제' 이인제 의원을 무너뜨리고 당선됐다. 논산은 그의 고향이다.

안 지사의 충남도 비서실장과 정무특보를 지낸 조승래(대전 유성갑 후보)와 정재호(경기 고양을)가 각각 48.4%와 42.3%를 차지하며 금배지를 달았다. 안희정계가 충남뿐만이 아니라 대전과 경기까지 영역을 넓혔다는 점은 향후 대권 행보에 고무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야당 내 유력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전 대표의 앞길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박 시장과 가까운 인사 가운데 천준호(강북갑)과 기동민(성북을)당선자가 국회 입성했고, 임종석(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권오중(전 서울시 정무수석), 오성규(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강희용(전 더민주 대변인)등 대부분 공천 과정에서 탈락했다.

<대선가도 가시밭길, 지뢰밭있다>
여야의 대선전은 7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전당대회가 곧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야 잠룡들이 대선가도를 건너가기 위해선 지뢰밭이 있다. 그것은 대통령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대선에선 후보마다 현 정권과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그 과정이 친인척이나 측근들이 구속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런 경우가 발생할 경우 위험하다는 지적이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익명의 정치전문가 A씨는 "현직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을 만들수는 없지만, 떨어트릴 수는 있다. 대선 전이 과열되면서 후보들은 현직 대통령의 실정을 고발하고 차별화를 하려고들 한다. 성격이 곧은 박대통령은 자존심까지 위협받게 되면 역풍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후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은 인사권을 가지고 4대 사정기관(검찰, 국정원, 경찰, 국세청)의 칼날을 쥐고 있다. 누구라도 사정칼날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후보들에겐 정권비하 발언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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