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는 없다.
공천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박심(朴心)’을 등에 업은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칼날만 보였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4일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국정 발목만 잡고 민생을 외면했던 야당 의원들의 출마 예상 지역구에는 ‘킬러(Killer)’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1일 현재 전체 253개 지역구 가운데 229개에 대한 공천을 마무리 지었다. 남은 지역구는 결선투표가 진행 중이거나 후보가 없어 공천하지 않은 지역구이다. 여기에는 계파갈등의 핵심인 6개 지역구 공천문제가 포함돼 있다. 유승민(대구 동구갑)의원의 지역구 포함해 친이 수장인 이재오(서울 은평을), 경기 성남시분당갑, 서울 송파을, 대구달성군 등 5곳이다.


이 위원장의 공언과 달리 친박은 살고, 친이와 비박만 잘려 나갔다. 특히 대구에서는 진박이 비박 혹은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을 물리치고 공천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필요한 것이다. 임기 말에 갈수록 정부와 여당 내에서 미래 권력에 줄서는 이들이 많아질 텐데, 이 시기를 늦추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지역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구에 이른바 진박들을 투입하려 한 것이다.
간신히 친김(親金)일부만 살아남았다. 현재 선거결과를 예단하기 힘들지만 결과적으로 김 대표가 친박에 포위되는 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천에서 살아남은 친박이 당권을 쥐게 되면 김의 대권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가 현재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과 척을 짓지 않기 위해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무원칙 공천에 대해 대응을 외면한 것이 패착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상향식 공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는 김 대표의 공언도 온데 간대 없다. 단지 미 공천 지역구에 대해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지역구로 판단해 최고위 추인을 막고 있는 게 대응의 전부이다. 이것만으로 미약한 리더십을 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공천과정에서 친박 윤상현 의원의 취중 발언이 불거졌다. 단순히 취중에 김 대표를 욕했다기보다는, 김 대표를 조직적으로 몰아내려는 시도로 들릴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위인 김 대표에게 욕을 해가며 죽이겠다는 발언은 윤리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문제가 불거질수록 친박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사건 직후부터 김 대표는 윤 의원의 사과를 받지 않는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긴 침묵 모드에 돌입했다. “지금 말하면 나는 망한다. 내가 그동안 침묵을 지켰는데 내가 나중에 이야기할 때 한꺼번에 이야기하겠다”고 한 것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국문호 정치평론가는 “집권 여당 대표가, 그것도 대권을 꿈꾸고 있다는 강력한 대선 주자 중 한 사람으로서 공천국면을 한순간에 뒤엎을 수 있는 친박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김대표는 정치 8단쯤 되지만 권력의지가 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권력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공천에서 탈락한 비박계 조해진 의원은 MBC·CBS·T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공천은 역대 어느 공천 과정에서도 볼 수 없었던 마구잡이식, 무지막지하고 후안무치한 밀실공천이자 보복공천이고 잘못된 공천"이라며 “(친박계와 김 대표의 야합에 따른 )딜이 있어서 결과적으로 어떤 사람들은 날아가고 어떤 사람들은 살아남는다면 당 대표로서 리더십에 금이 갔다. 이런 막장으로까지 오지 않도록 중간 중간에 당 대표가 제지할 기회가 얼마든 있었다. 지도부가 무력화돼 있으니까 공관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대놓고 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무시하고 능멸하고, 그래도 김 대표는 할 말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의 지지율이 3월 하락하고 있다. 21일 여론조사기관 ‘조원CNI'는 차기 대선조사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가 25.1%로 전주 대비 2.8%로 상승해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김무성 대표가 전주대비 2.8%하락한 18.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정치전문가들은 김 대표의 지지율 하락은 당 대표의 프리미엄을 갖고도 끊임없는 자충수로 리러십에 대한 불신과 의혹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상하이 개헌발언, 안심번호 도입 합의 문제 등 말 한마디로 내 뱉곤 곧바로 철회, 사과하기를 줄기차게 반복했다. 특히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국회법 개정안파동 때도 당 화합을 이유로 유 의원을 손을 놔버렸다. 이런 과정을 통해 김 대표의 리더십에 신뢰는 잃어버렸다.

<김무성 부활 신호탄>
위기의 김 대표에게 봄이 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TK지역의 선거 지원과 진박의 ‘진박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비박계가 당내 경선에서 친박계를 누르고 공천을 확정지었다. 친박에겐 역풍이지만 김 대표에겐 순풍인 셈이다.


서초갑에서 비박계로 분류되는 이혜훈 전 최고위원이 친박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제쳤고, 대구에서도 친유승민계 김상훈 의원이 ‘진박’인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꺾었다. 국문호 정치평론가는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김 대표가 친박계의 공세를 뚫고 이를 관철시켰을 경우, 비박계의 구심점이 돼 그간 손상됐던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다”면서 “ 총선 이후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김 대표 입장에서 중요한 승부처인 셈”이라고 했다.


최종 공천결과에 따라 김 대표의 차후 대권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된다.
김 대표 임기가 이론적으로 7월까지. 총선에서 실패하면 7월 전당대회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임기가 5월까지일 수도 있다. 전당대회가 5월이 됐든 7월이 됐든, 그 이후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모르겠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김무성 대표의 입장에서 대선에 도전할 뜻을 갖고 있다면 뭔가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김종인 복병 맞아 위기>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제동이 걸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난 것. 김 대표는 경제학자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시절 주장했던 ‘경제민주화’정책을 만든 킹메이커였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월 14일 김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당의 정체성과 동 떨어진 ‘적과의 동침’이나 다름없는 김 카드는 파격적이었다. 당 혁신과 공천권까지 전권을 줬다. 그리고 문은 경남 양산의 본가로 낙향했다. 공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김 대표는 1월 27일 당의 전권을 이양 받았다. 당의 낡은 진보 탈피와 친노·운동권의 패권 청산을 강조했다. 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공천 목줄이 잡힌 친노와 운동권은 숨을 죽였다. 그의 공천칼날에 현역의원들에 목이 대거 날라 갔다.


지난 18일 현재 더민주당 소속 의원 103명 가운데 공천이 확정된 현역 의원은 68명. 이 가운데 △친문(친문재인)계 24명 △안희정계 2명 △친노 중진 1명 등 27명(40%)이다. 여기에 ‘범(汎)친노’로 불리는 ‘정세균계’ 9명이다. 문에 우호세력은 36명(53%)이다.


공천결과 친노에서 친문(친문재인)으로 재편됐다. 공천 탈락자는 문과 껄끄러운 관계의 친노 주류였다. 초·재선만 살아남았다. 현재 공천을 분석하면 친문이 20대 최대 계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이른바 '3철' 중 한 명으로 문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 대선 때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홍영표 의원, 문 전 대표가 비주류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석 사무부총장 임명을 강행했던 김경협 의원은 단수추천을 받거나 경선에 올라갔다. 반면 문과 껄끄러운 관계가 있는 친노수장인 이해찬 의원을 비롯한 유인태 의원을 쳐냈다. 운동권에선 정청래, 임수경을  컷오프 시켰다.

반면 운동권 출신인 이인영 우상호 의원 등은 공천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친노'가 '친문'으로 성격이 바뀌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국문호 정치평론가는 “특정인을 표적 배제했다고 소위 ‘친노 패권주의’라는 큰 골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김종인 대표의 영입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할 경우 총선 이후 친문 세력과 함께 당내 양강 구도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는 김은 향후 문의 대선 가도에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김 대표는 문 대표를 재치고 여론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킹메이커가 아닌 킹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 대표 역시 지난 20일 비례대표 후보선출 과정에서 자신의 욕심을 드러냈다. 당선권인 2번을 자신에게 ‘셀프추천’을 했다. 정치권과 여론에 비난이 쏟아졌다. 친문계에 반발이 거셌다. 이번 기회에 김의 기(氣)를 꺾지 않으면 대권이 없다는 절박함도 한몫했다.


김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21일 당무를 거부하고 광화문에 위치한 개인사무실에 출근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사람의 인격적으로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총선을 앞둔 당은 악제다. 공천 과정에서 보여줬던 개혁 이미지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는 문에게는 호재다. 대권경쟁 구도에서 김을 쳐낼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김 대표는 취임 초기 비례대표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해왔던 것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려 이미지가 실추됐다.

<총선결과와 잠룡의 대권 행보>
총선의 결과는 대권과 연결된다. 선거가 끝나면 본격 여야 잠룡들의 본격적인 대결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에선 김무성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친박계 잠룡들이 기지개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더민주당에서도 문재인과 김종인이 각 계파의 수장으로 대권 후보 경쟁이 전망된다. 대권은 하늘에 운에 달려 있다. 현재의 지지율이 대선까지 이어질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 누가 대권을 쥘 것인가에 세인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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