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휴업이 부당하게 경쟁 제한했다고 볼 수 없어"

의협의 원격진료와 영리화 반대와 관련 휴업한 병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명령과 5억원의 과징금 납무 명령이 법원에 의해 취소됐다.

17일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윤성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의사협회에 내린 시정명령 및 5억원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는 판결(2014누58824)을 내렸다.

윤성원 재판장은  "의협이 의사들의 휴업을 결의해 실행하는 방법으로 의료서비스 거래를 부당하게 제한했고, 휴업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사업내용과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것을 전제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린 것은 위법하므로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이 공정위의 명령을 취소한 배경에는 대한의사협회의 휴업 결정과 일선 의료기관의 휴업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의 제한이나 용역의 거래를 제한하는 합의를 하거나 다른 사용자가 행하도록 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도록 결정하고, 사업자단체 구성원 간에 사업자단체의 의사결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공동인식이 형성됨으로써 성립한다'는 대법원( 2004두10319. 2006.11. 24. 선고 / 2012두28827. 2015. 10. 29. 선고) 판결을 인용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어떤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는 상품이나 용역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 선택 기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 공동행위로 인해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력이 감소하여 가격·수량·품질·기타 거래조건 등의 경쟁에 영향을 미치거가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

재판부는 "의협과 의사회원들이 휴업을 결의하고 실행한 이유는 정부의 원격진료 및 영리병원 허용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것으로 의료서비스의 가격·수량·품질·기타 거래조건 동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의사나 목적이 없었다"면서 "실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휴업으로 의료기관이 줄었다 하더라도 휴업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비용으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고, 종전보다 더 높은 진료비를 요구할 수도 없다"면서 "의료서비스의 품질도 휴업 이전보다 너 나빠졌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비자의 불편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업자의 공동행위에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고, 이를 인정하게 된다면 사업자의 모든 거래 제한 또는 거래 거절행위 그 자체로 공정위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이는 경쟁제한성이 있는 경우에 부당한 노동행위로 인정하는 공정거래법 취지에 반한다"고 밝혔다.

즉, 휴업이 의료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가격 상승·다양성 감소·서비스 품질 저하·경쟁사업자 감소 등 가격·수량·품질·기타 거래조건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고, 의도와 목적이 인정돼야 휴업의 경쟁제한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

휴업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의사의 이익이나 이윤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니고, 의료소비자가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더 많은 경제적 지출을 하거나, 동일한 진료비 부담으로 진료시간 단축 등 의료서비스 품질 저하를 계속 감수하게 된 것도 아니다"면서 "휴업으로 일부 소비자들이 불편과 후생이 감소된 사실만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휴업으로 수가가 인상됐다는 공정위의 주장에 대해 "2013년 2.4%, 2014년 3.0%, 2015년 3.1%로 예년과 비슷할뿐 2015년에만 예외적으로 높았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구성원 사업자들에게 휴업을 강요했다는 공정위의 지적에 대해 재판부는 "의협이 휴업에 참여할 지 구성사업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강요하거나 휴업 불참으로 인한 불이익이나 징계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며 "사후에도 불이익이나 징계를 가했다고 볼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휴업 찬성률(44.76%)보다 더 낮은 휴업 참여율(20.9%)을 볼 때 휴업을 결의하기는 했지만 의사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 것이라 할 수 있다"면서 "부당한 제한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협이 휴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것은 구성사업자들이 다수 의사에 따라 휴업실시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투표가 공동 인식 형성을 위한 기법으로서 집단휴업에 반대하는 의사들로 하여금 의사에 반해 휴업을 하도록 강요하는 수단이 됐다"는 피고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휴업결의·통지·권고 등의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정위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3년 정부가 원격진료(2013.10.29)와 의료법인 영리화(2013.12.3)를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과 정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의협이 반대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의협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12월 7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2013년 12월 15일 전국의사결의대회를 잇따라 열어 원격진료와 영리병원 허용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014년 2월 21∼28일 의사회원을 대상으로 휴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회원 중 과반이 넘는 58.37%가 투표에 참여 이중 76.69%가 휴업에 찬성, 3월 10일 실행에 옮겼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휴업 참여율은 20.9%(2만 8660곳 중 5991곳)였다. 의협 자체 집계에서는 49.1%(2만 8428곳 중 1만 3951곳)였다.

공정위는 의협의 휴업 행위에 대해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의 의료서비스 거래를 제한하여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했다며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1항 제1호(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구성원 사업자들에게 휴업을 강요했으므로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3호(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를 위반했다며 2014년 7월 7일 시정명령과 함께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에 부과하는 최고 한도인 5억원의 과징금 납부를 명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구성사업자들에게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해야 하는데 구속력을 가지거나, 의사결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공동인식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없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정위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휴업 역시 의사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참여 여부가 결정됐으며, 휴업을 강요한 사실이 없으므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며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로 사업자단체가 휴업을 비롯한 단체행동에 나섰을 때 공정위의 가혹한 처벌 위험에서 벗어나 '단결권'이나 '집회·결사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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