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형님 리더십 아기호랑이 군단 깨웠다

▲ (왼쪽부터) 이홍구 표수, 임준혁 투수, 김기태 감독

올시즌 전 약체로 분류 되었던 호랑이군단기아타이거즈의 반전이 심상치 않다. 시즌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8월 하순이 되었지만 5위에 올라 당당히 가을야구를 넘보고 있다. 아직은 이른 감이 있지만 호랑이들의 모습에서 가을의 향기가 물씬 풍겨난다. 특히 올 시즌 몰라보게 성장한 아기호랑이들의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 이들의 뒤에는 두목호랑이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받치고 있다.

아기호랑이자신감으로 무장

기아타이거즈는 27일 현재까지 5656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을 마크하고 있다. 특히 8월 전적은 119패로 NC, 삼성에 이은 3위를 차지한다. ‘호랑이군단비상의 원인중 하나는 올 시즌 혜성같이 등장한 20대 초중반의 아기호랑이들이다.

시즌을 앞두고 선수층이 얇은 기아는 중견수 이대형(KT 이적), ‘키스톤 콤비김선빈-안치홍(군 입대), 포수 김상훈(은퇴) 등이 동시에 빠져나가 센터라인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신예들의 새로운 등장으로 리빌딩은 물론, 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두터운 전력을 구축하게 됐다고 주변에서 평가한다.

내야수 박찬호(20), 황대인(19), 외야수 김호령(23), 박준태(24), 포수 이홍구(25), 백용환(26), 투수 박정수(19), 홍건희(23) 등은 올 시즌 팀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그들은 팀의 핵심은 아닐 지라도 없어선 안 될 주축역할을 해주고 있다. 시즌 전 이들을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한 전문가는 없었다. 길게 보며 시간을 두고 육성해야 할 선수들로 여겨졌다. 이홍구, 백용환을 제외하면 대부분 프로 경력 2년차 미만으로 경험이 일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보란 듯 1군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했고, 당당히 주전을 꿰차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형님 리더십 호랑이군단을 바꿨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 속도가 이토록 빨라진 배경에는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한몫했다.

김 감독은 이전 LG 트윈스 감독 시절부터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고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일가견을 보여 왔다. LG 시절 김 감독은 문선재, 김용의 등을 발굴해 즉시 전력감으로 키워냈고, ‘원팀을 의미하는 검지 하이파이브등을 통해 팀을 하나로 묶었다. LG를 바꾼 힘은 다른 것이 없었다. 선수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한 김 감독의 리더십 효과가 절대적이었다. 베테랑들을 존중했고, 젊은 선수들의 기를 죽이지 않았다. 그 중간에서 직접 나서 가교 역할을 했다.

코칭스태프도 하나가 됐다. 김 감독은 늘 말을 아꼈다. 팀이 졌을 땐 내 탓이오를 외쳤고, 팀이 이겼을 땐 선수 덕, 코치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올 시즌 기아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달라진 점이 생겼다. 고향인 광주로 와서 더 적극적이고 조금 더 공격적이었다. 때로는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를 보여 줬고, 강한 어필을 위해 그라운드에 드러눕기도 했다. 눕기태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팀타율 꼴찌 그러나 순위는 5

올 시즌 현재까지 기아의 팀 평균자책점(ERA)4.53 으로 NC(4.26)에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팀 타율은 254리로 10개 팀 중 꼴찌다. 3할 타율의 삼성, 넥센은 물론 신생팀 케이티(273)와 차이가 많이난다. 득점권 타율도 형편없다. 기아는 2, 3루에 주자가 1명 이상 있을 때 타율이 256리로 9위다. 237리의 LG에만 앞선다. 37리의 삼성과는 5푼 이상 차이가 난다. 장타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기아는 팀 홈런에서 6위에 올라있다. 장타율 8(395), 팀 득점도 8(111경기 515). 타격 주요 지표들이 리그 최 하위권을 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팀 성적은 5위를 달리고 있다. 안치홍과 김선빈의 입대, 톱타자 이대형의 케이티 이적, 주포 나지완의 까닭 모를 부진 등으로 기아는 방망이 열세 속에 시즌을 치루고 있다.

끝내기 1, 끝내주는 호랑이가 있다

올해 기아가 바뀐 것 중에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이다. 타율은 낮지만 박빙의 상황에서는 선수들이 달라진다. 승부의 절체절명 순간 적시타나 희생타 등 꼭 터질 때 터져준다. 끝내기가 8번으로 최다 승리 팀이다. 개막 2연전부터 효자 용병브렛 필이 짜릿한 홈런으로 극적 승리를 만들더니 김민우, 백용환, 김원섭도 끝내기 아치를 그렸다. 또 이홍구는 끝내기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내기도 했다. 필은 시즌 결승타 12개로 NC 나성범(16), 삼성 최형우(15)에 이어 3위다. 역전승 또한 두 번째로 많은 팀이다. 기아가 올해 현재 까지 올린 승수 중 절반정도가 역전승이다. 역전패도 가장적은 팀이다. 1점차 승부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기아의 전신인 해태는 8~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할 당시 승부처에서 강했다. 당시 라이벌을 유지하던 삼성이나 빙그레(현 한화)보다 타력이나 기록에서는 뒤졌지만 승부에서는 이겼다. 호랑이DNA가 오랜 시간을 거쳐 다시 살아나고 있는 모양새다. 팀 타율 꼴찌 기아의 반전을 지켜보는 팬들은 마냥 신날 뿐이다.

임준혁의 각성지키는 야구를 하게 됐다

시즌 전반기 기아의 마운드는 짜임새가 부족했다. 허약한 타선과 짜임새 없는 마운드로 인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계산이 되지 않는 야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 기아는 계산이 가능한 야구를 하고 있다. 선발과 중간, 마무리에 걸쳐 계산이 서는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마무리 윤석민은 더이상 걱정할 게 없는 불펜의 에이스다. 최영필 김광수 심동섭 한승혁 등 중간계투진도 제법 필승조다운 풍모를 풍긴다. 여기에 후반기 합류한 외국인 투수 에반 믹이 불펜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4승을 올렸다. 에반은 중간에서 길게는 3이닝, 짧게는 1이닝을 던지는 전천후 셋업맨이다.

그러나 선발은 불안감을 내포하고 있다. 김진우의 부상이탈과 서재응, 김병현의 노쇠화는 김기태 감독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임준혁이 호투를 이어가며 기아 마운드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임준혁은 25SK전에서 7이닝 6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펼쳤다. 데뷔 이후 가장 좋은 내용의 투구였다. 투구이닝은 자신의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지난 14일 삼성 라이온즈전(5이닝 무실점), 19SK(5이닝 무실점)에 이어 3경기 및 17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임준혁 지난 2003년 기아에 입단 했다. 입단 초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묵직한 슬라이더를 앞세운 파워피처로 각광을 받았다. 매년초 전지훈련서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며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임준혁은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다른 투수가 돼 버렸다. 제구력이 형편없었고,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한 순간 무너지는 경우도 많았다.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했지만 필승조로 던져 본 적은 거의 없었다. 2010~2011년 상무에 입대해 2년간 변화를 시도해봤지만, 돌아온 후에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김기태 감독, 조계현 수석코치, 이대진 투수코치 체제가 들어서면서 역량을 확인하고 실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투구폼을 간결하게 수정하고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심어준 덕분에 제구력이 안정을 찾았다. 기아가 올해 발굴한 최고의 선수는 프로 13년차 임준혁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임준혁은 두 자릿수 승리에 대한 욕심보다 눈앞의 한 경기만 보고 계속 던지겠다고 했다. 5위 싸움서 기아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데에는 임준혁의 공이 크다.

아직 정규시즌은 서른 경기 이상 남았다. 언제든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를 떠나 올 시즌 보여준 기아의 행보는 미래에 대한 보험이다. 올해 끈질긴 5할 본능을 발휘하며 선전하고 있는 기아타이거즈가 과연 시즌 마지막까지도 웃을 수 있을지에 대한 팬들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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