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호 공정뉴스 대표·정치평론가

조선 15대 임금으로 어렵게 왕위에 오른 광해군은 즉위 초 남다른 국정운영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립정권을 수립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끝난 후 전후 복구에 전력을 다했다. 그에 따른 대통합 차원에서 남인 이원익(李元翼)을 영의정으로 등용했다. 즉 자신을 국왕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북인만으로 정국을 운영하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보여줬다.

광해군은 즉위년 225일 내린비망기(備忘記)’에서 근래 국가가 불행히도 사론()이 갈라져서 각기 명목(名目당파)을 만들어 서로 배척하고 싸우니 국가의 복이 아니다라며지금은 이당과 저당彼此을 막론하고 오직 인재를 천거하고 오직 현자를 등용해다 함께 어려움을 구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당파의 임금이 아니라 온 나라의 임금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말이었다.

광해군은 즉위한 후 기자헌(奇自獻)을 좌의정, 서인 심희수(喜壽)를 우의정으로 삼았다. 기자헌이 탄핵을 당하자 이항복(恒福)을 좌의정으로 삼았다.

심희수와 이항복은 모두 서인이다. 영의정 이원익에 이어 삼정승 모두가 북인이 아닌 당파를 등용한 것이다. 이처럼 광해군은 당리당략을 벗어나 백성과 소통한 임금이었다.

당시 후금과 명나라 사이에서 중립적인 태도로 실리외교를 한 광해군은 북인과 서인들의 이기적인 대응으로 많은 정치적 고민을 하였다. 당시 이기적인 그들 사이에서 백성을 위한 참 정치를 꿈꾸었던 광해군의 모습이 작금의 현실정치에서 우리가 바라는 참다운 지도자의 모습으로 오버랩 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지 모르겠다.

지난 22일 북한은 대한민국을 향해 준전시체제에 돌입하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소신과 원칙을 우선으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능동적이며 합리적 실리외교 덕에 원만히 해결되었다. 광해군의 실리외교처럼 인위적 재앙을 슬기롭게 피한 것이다.

외교정책의 성공은 눈에 뜨일 만큼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내정치는 아직은 암울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 주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통한 희망의 새 시대를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난항이 계속됐다. 첫 국무총리 지명자인 김용준 후보자가 중도 탈락하면서 틈새는 벌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의 황교안 총리에 이르기까지 인사청문회 때마다 여론의 역풍에 부딪쳐야 했다. 국민들이 흔쾌히 가슴을 열고 박수로 맞을 만한 인물 하나 제대로 고르지 못했던 것이다. 소통의 부족이 대통합의 장애가 된 것이다. 임기 반환점을 맞는 지금 그 희망의 새 시대는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어진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내년 4월 총선이 실시되고 차기 대권경쟁이 시작되면 박 대통령의 임기도 어느덧 끝물로 접어든다.

올라가면 내려가야 하는 게 정해진 이치가 아닌가. 반환점이 그 시작인 셈이다. 반환점의 시작에서 희망의 새 시대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현대판 음서제라는 말을 생기게 한 국회의원 및 고위공무원들의 가족 취업 청탁사건은 국민들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심어 주었다. 국민을 향해서는 김영란법을 앞세워 청렴을 요구하는 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에겐 무딘 잣대를 적용했다.

임기 중반을 넘어 하반기를 향하고 있는 지금부터라도 대통령의 희망의 새 시대는 다시 시작 되어야 한다. 여야를 넘어 정치적 타협을 이끌어 내고 국민과 소통하는 큰 정치를 펼치는 대통령을 우리는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

대북외교전의 승리처럼 국내정치도 포용하는 멋진 정치를 우리는 진정 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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