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의 달인이자 '동네 형' 같은 편안한 리더십 호평

말단은행원으로 입행한 청년이 35년 후 국내 자산규모 1위의 은행을 이끌게 됐다. 일찌감치 인정받은 영업 능력 외에도 적이 없었던원만한 인간관계와 성실함이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하나·외환 통합은행(KEB 하나은행)을 이끌 첫 수장으로 내정된 함영주(59)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대표(부행장)의 이야기다. 함 내정자는 내달 1일 개최되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통합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나는 시골 촌놈

함 내정자는 말단은행원을 거쳐 통합은행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원만한 대인관계와 뚝심 있게 일을 처리해내는 추진력으로 소싯적부터 주목받았다.

그는 1956년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향 마을은 고교 2학년 때 전기가 들어올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상고(강경상고)에 진학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그러나 공부에 대한 꿈마저 포기한 건 아니었다. 주경야독으로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함 내정자는 서울은행 수지지점장을 거쳐 서울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후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가계영업추진부장을 거쳐 임원 격인 남부지역본부장으로 승진했다.

2013년부터는 충청영업그룹 대표를 맡아 영업현장을 지휘했다. 그는 주로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영업통이다. 그해 충청영업그룹을 영업실적 전국 1위에 올려놓는 성과를 올렸다. 충청영업그룹에서 지역사랑통장을 출시하고 ‘11통장 및 11통장 갖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지역밀착형 영업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후 현재까지 충청지역에서 뛰어난 영업실적을 이끌어내며 충청지역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나은행에서 상고 출신 행장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함 내정자 스스로도 자신을 시골 촌놈이라고 부른다. 낮은 자세로 성실하게 고객과 후배들을 섬기다보니 시골 촌놈인 그는 어느덧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을 책임지는 은행장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입행 후 35년 만이다.

통합은행 영업력 강화

함 내정자는 특유의 친화력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하나·외환은행 노조와 직원들의 마음을 아우를 수 있는 덕장이라는 평을 듣는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평소 그는 자신을 많이 낮추면서 후배들을 다그치기보다는 솔선수범해 자연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덕장 스타일의 임원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변에 적이 없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포용의 리더십을 갖췄다는 것.

함 내정자는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한다. 본부장 때인 상무 시절부터 조깅을 하면서 후배들과 대화에 나서기도 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임원인데도 동네 형처럼 행동해 대화 상대에게 편안함을 안겨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충청영업그룹 1천여 명의 이름과 생일, 신상과 애로사항을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함 내정자가 서울은행 출신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하나은행도, 외환은행도 아닌중간점을찾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 서울은행은 2002년 하나은행에 인수됐다. 서울은행 출신인 함 부행장 내정으로 하나은행에 합병당하는 외환은행의 박탈감을 달래는 효과도 노릴 수 있게됐다.

향후 통합 KEB하나은행에서는 강한 영업력에 역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함 내정자는 개인과 기업영업을 두루 거친 영업통이다. 영업을 강조하는 김정태(JT) 하나금융 회장과 찰떡궁합이다. 그는 영업에 특화된 이력을 쌓으며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 함 내정자는 김 회장의 서울은행 입행 1년 선배이기도 하다.

화학적 결합, 성공할까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4KEB하나은행장 임원 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함 부행장을 단독통합은행장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추위는 그동안 함 내정자를 포함해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등 3명을 대상으로 심의 절차를 진행해 왔다. 당초 현직 행장들의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갔지만 함 내정자가 합병 존속법인인 외환은행의 새 사내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함 내정자의 소통 능력등이 부각되면서 단독후보로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추위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시너지 증대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심의했다면서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조직내 두터운 신망과 소통 능력을 가진 함 후보가 통합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 시너지를 증대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개인과 기업영업을 두루 거친 영업통으로 통합은행의 영업력 회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끌 리더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통합은행장의 임기는 20173월 주주총회 전까지다.

함 부행장의 내정으로 KEB 하나은행 출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은 1부문 16그룹 20본부 59부 체제로 자산관리(PB)와 영업부문을 대폭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최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장과 그룹장 사이에서 미래금융그룹, 마케팅그룹, 자산관리그룹과 지역영업그룹을 총괄하는 영업부문장도 신설할 계획이다. 아울러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강화하기 위해 하나은행 인재개발부와 외환은행 경영기획부를 합친 변화추진본부를 만든다.

한편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그룹 부회장을 맡아 국·내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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