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20살은 법적으로 성인이다. 한국 고전 문학을 보면“너도 이제 어른이니 자립하거라”같은 대사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옛 말’이다. 요즘 세상에는 20살에 독립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민국에서 20살짜리가 비싼 대학교 학비나 생활비 등 경제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딱 그런 모양새다. 올해로 20 주년을 맞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입을 모아 재정상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부족한 부분을 중앙정부에서 지원받다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재정기반이 확립되어야만 지방자체가 제대로 성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재정건전성이 가장 문제”

지난 30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작년부터 40%대를 맴돌고 있다. 자세한 수치를 살펴보면 2013년까지는 50%대를 유지했지만 2014년 44.8%, 2015년 45.1%로 떨어졌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됐을 때 재정 자립도 63.5%로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가량이 줄어든 수치다.

물론 이 숫자들은‘평균치’다.

올해 기준으로 재정자립도가 한자릿수인 지역은 전국적으로 무려 59곳이나 됐다. 특히 전남 신안군과 완도군은 5% 이하다. 사실상 자치단체 고유의 재정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서울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평균 재정 자립도 30%선을 지키는 것이 고작이다. 노원구(15.9%), 강북구(18.6%), 도봉구(19.5%), 은평구(19.8%) 등 4곳은 10% 대에 머물러 있다.

실제 동아일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17개 자치단체장들은 단 한명도 빠짐없이 재정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재정건전성은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도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지난 30일 행정자치부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지방자치 20년 맞이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향후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과제 중‘지방재정 건정성강화’가 75.6점(100점 만점)을 받아 가장 높았다.

이 조사에서 국민 45.1%가 지방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부정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긍정적’이라는 답은 25.5%에 불과했다. 공무원, 지방의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책집단은 37.2%가 지방재정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번 조사는 지난 달 8∼19일 전국 20세 이상 1,002명과 정책집단 600명을 상대로 각각 전화설문과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뢰수준은 95% , 표본오차는 ±3.1%p다.

구조부터 문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복지예산 등 중앙정부의 과도 한 예산 떠넘기기, 불합리한 지방세 세입 구조 등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전남도의 가용재원(자체사업에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은 전체예산 5조4천억원의 5%에 불과하다. 반면 국가사업에 분담해야 하는 예산은 4천 500억원으로 전체예산의 8%가 넘는다.

지방자치단체가‘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 자체가 중앙정부 정책을 도와줘야 하는 예산이 훨씬 많은 셈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2인데 반해 재정 사용 비율은 4대6라는 것. 구조적으로 중앙정부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재정구조가 지나치게 중앙 의존적이어서 지방재정의 자주성과 건전성을 해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지원 원활 못해

지난 2일 새정연 박남춘의원에 따르면 중앙정부가 지방자치 단체로 사무만 이양시키고 정작 이행비용은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 13년간 2천 여건의 사무를 이양했으나 지급해야 할 이행비용 2조 5천억원 가량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행자부 등이 지난해 추진한‘중앙행정권한 및 사무의 지방이양에 따른 소요비용 산정모델 개발과 적용방안’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지방으로 이양이 완료된 사무 1,967건을 처리하기 위해 지자체가 사용한 비용이 2조 4,550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해당 조사를 살펴보면 정부가과거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운영할 당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3년간 총 3천101건의 국가사무를 지방이양 사무로 확정했으나, 실제 법령개정 등을 통해 지방으로 이양 완료한 건수는 1천998건(64.4%)이다.

나머지 미 이양된 1천103건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중단된 상태이다.

더욱이, 이처럼 이양된 사무에 대한 재정지원 등 후속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현 정부 들어 새로 출범한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2013년 12월부터 2014년 9월까지 국가 총사무 재배분 작업을 실시해 2천122건을 신규로 추가발굴, 이를 단계적으로 이양하겠다는 추진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자체, 기업과 협력해야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세재의 개편과 지자체 나름대로의 수익사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중앙에 크게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선거를 의식한‘홍보성’사업들이 지자체의 재무건전성을 망친다는 것이다. 실제 인천시 안상수 전 시장은 선거 당시 2014 아시아경기대회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고 당선됐다.

이 후 아시아경기 준비에만 2조 3000억의 예산을 쏟아 부었고, 재정건전성은 크게 악화됐다. 경남 사천시는 2012년 삼천포일대에 레이저쇼 시설을 설치했다. 하지만 수익성을 문제로 참여 기업들이 이탈했음에도 정만규 당시 시장은 설치를 강행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이렇게 재정이 악화되는 경우들을 살펴보면 지역 기업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업계 관련자는“지자체 재무건전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수익모델과 공익성‘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 다행히 지자체라는 특성상‘수익성’으로 치우칠 염려는 크지 않다.

문제는‘공익성’이다. ‘공익’을 가장한‘선심’으로 선거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지역 발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지자체장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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