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경영진이 자사에 불리한 보고서를 낸 증권사를 상대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증권사는 ‘산업 분석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불공정한 보고서로 특정 기업을 깎아내리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러스투자증권 소속 김모 연구원은 지난 15일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대기업 7곳을 관세청이 공개한 심사평가표 항목에 맞춰 평가한 보고서를 내고 현대DF(현대백화점 컨소시엄)에 최하점인 570점(1,000점 만점)을 줬다. 1위는 SK네트웍스로 949점이다. 그러자 장모 현대백화점 부사장이 24일 김 연구원에게 항의 전화를 걸어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또, 해당 보고서를 인용한 언론사에 기사 삭제를 요청할 것 과 보고서가 잘못된 분석이었다는 사과문을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

김 연구원은 통화 당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장 부사장이 통화 과정에서 “무슨 자격으로 채점을 하느냐” “이틀 내에 얘기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하겠다” 등 강압적인 태도를 쥐했다고 주장했다.

토러스증권사측은 이날 “현대백화점이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진 않았다”면서도 “내부적으로 해당 보고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정정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했다.

현대백화점은 이에 대해 “공정한 평가를 위해선 후보 기업들이 관세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근거로 해야 하는데 이는 공개되지 않는 자료”라며 “김 연구원은 언론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지만 이는 공정성과 객관성에 오류가 있는 주관적 평가”라고 주장했다. 특히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 만점) 항목에서 현대DF가 SK네트웍스(295점)의 절반인 150점을 받은 점을 지적하며 “신용등급, 부채비율, 이자보상비율에서 우리가 더 나은 만큼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백화점은 외압을 받았다는 김 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특정 기업에 우호적 또는 부정적 여론을 조장할 수 있는 만큼 수치화된 평가 부분은 빼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기업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도 사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가 애널리스트들로 하여금 독립적인 리포트를 쓰도록 하는 것도 감독 대상인만큼, 금감원은 토러스투자증권에 정당한 리포트를 썼을 경우 해당 직원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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