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월요일 세계 골프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이 달성됐다. ‘메이저 퀸’박인비(27·KB금융그룹)선수가 박세리 선수를 넘어 LPGA 메이저대회 3연패를 이뤄낸 것이다. 미국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19언더파 273타를 달성해 3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현재까지 메이저대회 3연패를 이뤄낸 선수는 단 3명뿐이다. 지난 10년전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던)이 2003년~2005년에 LPGA 챔피언십 3연패를 이룩한 바 있다.

박인비선수는 LPGA상금 랭킹과 선수순위에도 1위를 달리고 있다. 2008년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우승 이 후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박인비 선수는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대기록 달성을 이룩했다. 본지에서는 세계의 골프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골프여제’박인비 선수를 재조명 해본다.

‘남다른 골프사랑, 가족의 영향’

박인비는 골프 집안이다. 그는 할아버지인 박병준씨(82)의 지극한 골프사랑으로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골프광인 그의 할아버지는‘3대가 함께 골프치는 것’이 소원 이었다. 할아버지의 후원에 힘입은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골프 유학길에 올랐다. 아마추어시절부터 2부 투어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모든 분야에서도 그는 매 대회 우승 경쟁을 펼치며 명성을 알렸다. 또한“영어가 부족하다”며 수업이 끝나는 대로 골프 연습은 물론 영어 과외를 받았다. 이처럼 힘든 유학 생활을 이겨낸 그는 2002년 US여자 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많은 주목을 받게 된다. 이후 6년뒤인 2008년에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JLPGA(일본골프투어)와 LPGA를 오가며 수많은 우승을 기록했다. 박선수 부모님은 박선수가 고된 훈련과 스트레스로 인해 지쳐 있을 때 함께 공감해 주며 배려하는 것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박선수 부모님은 박 선수에게 늘 골프를 가까이 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을 제공했다. 또한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는 골프장에서 연습을 하게 했다. 눈에 보이는 비용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준비한 것이다. 보통 운동선수를 자식으로 두고 있는 부모들은 강한 훈육을 해야 한다고 착각한다. 아이를 강하게 키운다는 것은 운동선수로서 필요한 강심장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주눅 들게 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박 선수가 세계 정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처럼 골프를 잘 할 수 있는 운동 환경 요소 그리고 부모님의 교육법이 합쳐져서가능했던것이다.

‘컴퓨터 퍼트’, ‘퍼트의 귀재’ 박인비

박인비 선수는 LPGA 투어 6승을 거둘 2013년 당시‘퍼트의 귀재’로 불렸다. 2013년 박인비의 라운드당 퍼트 수는 29.05개였다. 박선수는 2014년부터 퍼트감이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박인비는 2014년 퍼트감을 되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박선수는 지난 시즌 도중 퍼트를 2번 교체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그래도 박 선수의 2014년 라운드당 퍼트 수는 29.08개였다. 당시 LPGA투어 전체 선수 가운데 4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결코 퍼트감이 나쁜 것이 아니었다. 올해 3월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대회에서 박인비는 퍼트 방법을 바꿨다. 한동안 퍼트가 일정하지 못했던 박선수는“머리는 그대로 두고 눈으로 퍼트 스트로크를 따라가는 방법으로 변화를 줬더니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퍼트의 귀재 박 선수는 항상 최상의 결과를 위해 변화를 모색하는 선수다. 박 선수는 퍼팅을 잘하는 이유에 대해“저는 퍼팅레슨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요. 남들처럼 공과 홀과의 거리를 발걸음 수로 세지도 않아요. 그날 그린 스피드와 경사도를 살피고 모든 것을 감각에 의지해 퍼팅해요”라고 했다. 박 선수를 두고 주변에서는‘컴퓨터 퍼트’‘퍼트의 귀재’라고 평가 하고 있다.

침묵의 암살자, 돌부처,  평온의 여왕

골프는 멘탈을 강조하는 게임이다. 마지막 퍼트 한 번에 순위가 바뀌어 질 수 있는 경기가 골프다. 박 선수는 멘탈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침묵의 암살자, 돌부처, 평온의 여왕 등 많은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별명에서 나타난 것처럼 경기 중 침착함을 잃지 않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그는 우승에서 승리에대한 세레머니를 하지 않는다. 가벼운 손인사 정도가 전부다.

그는 언론에서“우승을 해서 기쁘지만 표현이 잘 안된다. 경기에 진 선수를 보게 되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승리의 표현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또“컨트롤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확실히 구분하고 컨트롤 가능한 것에 집중한다”고 했다. 결과를 미리 짐작하려 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를 정해서 그것만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의 동료들은 그가 골프를 너무 생각 없이 친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머리를 비우고 평소대로 칠 때 최고의 집중력이 발휘된다”는 그의 말처럼 긴장을 하지 않고자 하는 그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항상 자신을 과대평가 하지 않는 박 선수는‘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승리한다’는 골프철학을 갖고 있다. 그의 냉철한 모습이 이러한 별명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남편의 외조가 가져온 메이저 6승“남편을 만난 뒤 스윙을 바꿨습니다. 남편이 메이저대회 6연승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LPGA투어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 선수는 우승 소감에서 남편 남기협(34) 씨에게 공을 돌렸다.

한국프로골프 무대에서 활약했던 남씨는 2011년부터 박 선수의 대회를 따라다니다가 지난해 10월 백년가약까지 맺었다. 남씨는 이날 박 선수가 18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퍼팅을 끝내자 그린에 올라 함께‘축하 물세례‘를 받았다. 2009년 박 선수는 한참 슬럼프에 빠져 스윙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남편을 만났다.

박 선수는“남편을 만난 뒤 스윙을 바꿨다. 이후 내 경기력은 300% 이상 좋아졌다”면서“남편은 지금까지의 내가 있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남편을 통해 볼 스트라이킹이 300% 좋아졌다. 볼 스트라이킹이 우승 가도에 핵심이 됐다”고 했다. 현재의 고성능 미사일 같은 박 선수의 드라이버 샷에는 남편 남기협씨의 조언이 큰 작용을 했다. 남기협씨가 강조한 부분은‘임팩트’다. 당시 박 선수는 드라이버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게 문제였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세계에서 유명한 일류 코치들에게 과외를 받기 도 했다.

그러나 아무도 고쳐주지 못했던 박 선수의 드라이버샷을 함께 노력하며 고쳐 갔다. 남씨는 박 선수에게 기본을 이야기 해줬고 스윙의 궤도에 대한 설명과 클럽헤드가 지나가는 길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그 후 2년여의 투어 생활을 함께 한 뒤로 박 선수는 조금씩 샷의 안정감을 찾게 됐다. 기본을 강조한 남편 덕분에 박 선수는 지금의‘고성능 미사일샷’이라는 무기를 장착하게 됐다.

다음 목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박 선수는 메이저 대회 3연승과 3연패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선수다. 박 선수의 올해 남은 목표는“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이라고 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을 겨냥한 것이다.

박 선수는 LPGA 15 승 중 메이저 대회 6승을 US여자오픈(2승)과 위민스 PGA 챔피언십(3승·LPGA챔피언십), 나비스코 챔피언십(1승·ANA 인스피레이션)에서만 달성했다. 남은 메이저 대회는 7월에 열리는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9월의 에비앙 챔피언십이다. 박인비는 이 중 하나만 더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역사 깊은 브리티시 여자 오픈이 1차 목표다. 2001년부터 LPGA 투어의 메이저대회로 편입된 브리티시 여자오픈은 오는 7월 30일부터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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